일하고 싶은 노년, 온라인 창업 틈새시장을 노려라
일하고 싶은 노년, 온라인 창업 틈새시장을 노려라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3.26 14:27
  • 호수 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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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임대료 절약 가능한 저비용 투자가 가장 큰 장점

평균수명은 늘고 정년은 짧아지면서 은퇴 후 재취업이 더 이상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대다수의 일자리는 한 달에 기껏해야 20만원 남짓 손에 쥘 수 있는 단순노무직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비교적 적은 투자비용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창업 아이템에 관심을 갖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정보기기 활용 능력을 갖춘 신세대 노년층이 늘면서 온라인을 이용한 창업이 새로운 일자리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는 3월 23~24일 이틀에 걸쳐 충남 아산시 도고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온라인창업아카데미 발대식 및 연합워크숍을 개최해 온라인 창업이 새로운 노인일자리 분야로 정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서경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은“어르신들의 온라인 창업은 틈새시장이면서 시장경쟁에 뛰어들어 시니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무엇보다 온라인 창업은 IT교육과 세대와 소통, 사회참여 능력 등을 갖추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3월 23~24일 이틀에 걸쳐 충남 아산시 도고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온라인창업아카데미 발대식 및 연합워크숍을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팀을 구성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노년층, 인터넷 쇼핑몰에 도전장
온라인 창업은 최근 컴퓨터 활용능력을 보유한 어르신들이 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창업아이템이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 운영은 기획력과 아이디어, 약간의 컴퓨터 활용 능력만 키우면 누구나 도전 가능해 어르신들이 수익창출에 성공할 경우 새로운 노인일자리 영역 개척은 물론 활기찬 노후를 위한 최고의 방안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발품을 팔지 않고도 온라인상으로 물건을 구입·판매할 수 있다 보니 큰 힘이 들지 않고, 인건비나 건물임대료 등의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거기다 어르신들의 경우 넓은 인맥과 전문성, 다양한 경험, 자금 확보 등 이점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꾸준한 수익을 얻는 성공 사례도 속속 등장하면서 학생, 주부, 젊은이들이 주도했던 온라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열정과 끈기가 성공의 전제조건
하지만 온라인 창업이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만 소위 ‘대박’을 낼 만큼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남들도 하니까 한번 해봐야 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으로 공통적으로 열정과 끈기를 꼽았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겸(65)씨는 “인터넷 사업을 가볍게 보는 것은 금물”이라며 “결연한 각오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한 달에 100만원의 수익을 얻고 있는 류석호(65)씨도 “‘온라인 창업자 100명 중 120명이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20명은 온라인 창업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며 “그만큼 실패가 높다는 뜻으로, 충분한 준비기간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템만 좋아도 절반은 성공
온라인 창업, 즉 컴퓨터를 이용하다보니 젊은이들에 비해 컴퓨터 활용 능력이 다소 부족한 어르신들은 지레 겁을 먹거나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고 해서 도전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 물론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면 빨리 습득할 수 있지만 초보자도 충분한 교육과 꾸준한 노력만 뒷받침 된다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일례로 컴퓨터를 잘하는 판매직원을 두거나 업체나 단체가 판매를 대신해주는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차라리 톡톡 튀는 아이템을 고민하라고 권한다. 시니어 온라인창업전문가 정진혁(42)씨는 “아이템만 좋아도 온라인창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하지만 사업 아이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대출 등 정부지원도 절실
노인일자리사업이란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초기자본 또는 사업규모가 커질 때 자금이 부족해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 이에 따라 정부가 어르신들의 활동횟수나 판매매출 등을 평가해 충분한 자격을 갖춘 노년층에게 저리로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류석호씨는 “현재 정부가 창업대상자에게 대출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노년층에게 문이 좁다”며 “정부가 신뢰할 수 있거나 검증된 자격을 갖춘 노년층의 창업자에는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제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진혁씨는 처음부터 사업의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이지 말 것을 강조했다. 사업초반에 조금 잘 된다고 욕심을 앞세워 사업을 크게 벌였다가는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혁씨는 “처음엔 경험을 위주로 한 개씩 팔아보고 적정수준의 자금이 만들어 지면 그때부터 조금씩 늘려야 한다”며 “초반에는 돈을 들이지 말고, 최대한 지출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창업 지원 기관‘노크’
온라인 창업에 도전하고 싶다면 이를 지원하는 기관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어르신들의 온라인 창업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기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쇼핑몰 개설을 목표로 온라인 창업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 지금까지 2기 200여명을 배출했다.

온라인 창업아카데미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 정보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노년세대가 경제적 자립을 통해 보다 나은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창업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창업아카데미는 쇼핑몰 제작, 관리를 위한 IT 전문교육을 비롯해 세무 및 법률, 전자상거래, 홍보, 마케팅 등의 교육을 실시한다.

올해는 서울 양재·종로·경기 군포·충북·부산동구 등 5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교육이 이뤄지며, 각 기관 당 25명씩 120여명을 선발했다.

온라인 창업 성공스토리


김상겸(65)씨“꾸준한 노력과 끈기는 필수”
2년 전부터 온라인 창업을 시작했다는 김상겸씨의 쇼핑몰 닉네임은 ‘불곰’이다. 불곰을 닮은 탓에 붙여진 이름이다. 온라인 ‘창업발대식 및 워크숍에서 창업성공사례 발표자로 나서 온라인 창업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씨가 온라인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퇴직 후 온라인 창업을 공부하고 싶어 찾아간 곳이 바로 서울시가 실시한 ‘실전창업스쿨’다. 3개월 과정을 들으며 온라인 창업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 시험 삼아 온라인 오픈마켓에 상품도 올려놨지만 성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씨가 시들했던 온라인 창업에 불씨를 지핀 것은 지난해 하반기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창업 아카데미 수업’에 참여한 뒤다.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 온라인 창업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현재 김씨는 온라인 오픈마켓 ‘지마켓’과 ‘옥션’에 오가피, 건강식품, 신발, 고등어, 꽃게장, 건강식품 등 30여개의 제품을 올렸다. 일주일에 1~2개 상품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익은 10만~30만원선. 수익의 많고 적음을 떠나 노년기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는 보람이 컸다.

최근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니어 전문쇼핑몰인 ‘5080숍’(5080shop.com)을 개설해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상겸씨는 “지금은 온라인 창업 시작단계라 큰 수익을 얻거나 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지 않아 내세울 순 없지만 앞으로 가능성을 보았다”며 “꾸준한 노력과 끈기로 도전한다면 언젠가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 당부했다.

시니어 온라인 창업전문가


정진혁(42) 대표이사“어르신들의 열정이 보람”
아이티한빛닷컴 정진혁 대표이사는 현재 시니어온라인창업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온라인창업 아카데미’ 지정강사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어르신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으며 도움을 자청하고 나선다.

흔히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강좌는 ‘젊은이들에 비해 3배 이상의 힘이 들 정도’라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수업을 이끌기 수월치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씨는 어르신들을 위한 온라인창업 교육은 ‘내 인생의 사명이자 소명’이라고 여긴다. 컴퓨터 활용이 서툰 어르신들을 가르치며 가슴앓이도 많았을 터.

노력도 하지 않고 수업이 어렵다며 강의실을 떠나거나 판매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며 온라인 창업을 포기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 속은 시커멓게 탔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금새 치료약으로 변한다.

정씨는 “처음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판매한 어르신이 ‘인생을 살면서 나의 영역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 고맙다’는 말을 하셨을 때 가슴이 뛰었다”며 “어떤 분들은 온라인 창업이 ‘계몽운동’이라며 모임의 정관(定款)까지 만들 정도로 열정을 보이는 분들을 볼 때 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씨는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수익이 높은 상품을 선별해 오프라인으로 옮겨 시니어들만을 위한 프랜차이즈 대리점을 내는 것이 목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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