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노년기 웰빙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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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선
  • 승인 2006.09.08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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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두근, 그냥 不安感에 시달려요”

노년기 우울증은 질병·고독·회한 등서 발생
1000명 조사, 4명 중 1명 불안한 상태서 생활
강박장애는 가스밸브 잠그고도 되돌아가 확인

 

“꼭 새벽 2시쯤에 잠이 깹니다. 그리고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구멍에 무엇이 걸려 있는 느낌이 들어서 계속 잠들지를 못해요. 이러다가 내가 죽는 건 아닌가. ‘마누라나 자식들한테 말 한 마디 못하고 그냥 죽으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불안하기가 그지없어요.”

 

최근 친하게 지냈던 이웃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을 겪었다는 일흔 한 살의 성모 할아버지. 살만큼 살았고 늙으면 누구나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밤마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머리로는 인정하지만 실제로 죽음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상상하면 가슴이 콱 메어온다고 한다.

 

“젊었을 땐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드니까, 점차 소심해지는 것 같아요. 사소한 일에도 불안을 느끼고, 집에 누워 있다가도 어디서 공사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러다가 집이 무너지는 건 아닌가 싶어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기도 해요. 어디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가까운 곳에서 불이 나, 빨리 대피해야 하지 않나 싶어 얼른 문을 열어보고.”

 

예순 다섯의 고모 할머니는 119구급차 지나가는 소리에도 다리의 힘이 쭉 빠지며 후들거린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혈압이 오르고 소변도 마려워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고.

 

“늙으니까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싫어요. 거울을 봐도 내가 언제 이렇게 쭈그렁 망탱이가 됐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고. 나도 내 모습이 싫은데 젊은 애들이 보면 얼마나 징그러울까 싶어지기도 해요. 행여 자식들이나 손자가 ‘할머니 함께 사진 찍어요’하면 얼른 도망가요. 꽃 같이 파릇파릇 젊고 예쁜 애들 속에서 얼마나 내 모습이 누추할까 싶어져서.”

 

일흔 살의 정모 할머니는 가족이나 친척간의 기념일이나 행사가 있으면 어떻게든 핑계를 대서 가지 않는다고 한다.

 

생활에서 의미있는 사물·사람 잃을 때 ‘불안’ 가중

 

불안 장애는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불안해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경우를 말한다. 불안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짜증을 잘 내며 예민한 성향을 보인다. 닥치지도 않은 위험을 걱정하고 최악의 사태만을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적인 불안감은 신체적인 증상으로도 나타나 심장 박동의 증가, 소화불량, 설사, 변비, 발한, 근육긴장으로 인한 두통, 불면증 등에 시달리게 된다.

 

대한불안장애학회(이사장 권준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에서 전국의 성인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불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4명 중 1명은 자신이 ‘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로, 만일 65세 이상 노인층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노인의 심리적 특성상 이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노인들은 나이가 듦에 따라 신체의 각 부분이 노쇠 현상을 일으켜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점차적으로 몸의 각 기능이 퇴화되고 성격도 변화돼 간다. 따라서 노인들은 같은 말과 같은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에 비해 더 노여워하고 서러워 할 수 있다.

 

특히 노년기에는 신체적 질병, 배우자의 죽음, 경제능력의 약화, 사회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 및 고립, 일상생활에 대한 자기통제의 불가능,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한 등이 원인이 되어 우울증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불안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한층 높다는 것이다.

 

또 노년이 될수록 집, 가재도구, 사진, 골동품, 일용품 등 낯익은 사물에 대한 애착심이 증가하며, 만일 이들과 분리되면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정서적 의존성에 타격을 입게 될 우려가 높은 편이다.

 

불안 장애는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공포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범불안장애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불안 장애로 특정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뒷목이 당기듯이 아픈 긴장성 두통, 손 떨림, 발한, 어지러움, 타는 듯한 갈증, 상복부 통증, 소화불량 등의 신체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2배 정도 걸릴 확률이 높다. 범불안장애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등의 약물로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가 된다. 항우울제는 의존성이 없지만 항불안제는 6개월 이상 장기간 투여할 경우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 시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공황장애는 극심한 불안이 발작을 일으켜 생기며 반복적인 공황발작과 정신과민을 나타낸다. 즉 급격한 자율신경 자극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호흡곤란이나 심박동, 항진 및 흉부 압박감이나 질식감, 현기증, 졸도, 근육경련 등의 증상을 수반하게 된다. 발작은 보통 갑작스럽게 시작되고 10초 이내에 급속도로 최고조에 달한다.

 

체질적으로 자율신경계가 예민해 공황장애가 생길 수도 있어 치료의 첫 단계로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신체조건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심전도, 가슴 엑스선 촬영, 갑상선 기능검사, 우울증의 유무 등을 검사하게 된다. 공황장애를 경험한 환자는 발작을 일으킨 불안으로 인해 다시 공황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평상시 긴장 이완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된다.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박적인 사고나 행동이 반복되는 증상. 집을 나선 지 한참 만에 집안의 가스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 같아 불안해 하다가 결국 집으로 되돌아가 확인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스스로 잘못된 행동임을 느끼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를 반복하고 그로인해 고통을 받는다. 악수를 하거나 버스 손잡이를 만졌을 때 세균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오염에 대한 강박관념, 기도하기, 특정 단어 반복하기, 숫자세기, 순서대로 놓기 등 반복적인 행동을 하면서 더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

 

강박장애의 경우 세로토닌 기능이상에서 비롯된다는 설이 유력하다.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같은 약물치료로 70% 이상 효과를 보고 있다.

 

공포장애는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을 회피하는 장애로 공포의 대상과 상황에 따라 사회공포(대인공포), 동물공포, 폐쇄공포, 고소공포 등으로 나뉜다. 역시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아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세로토닌 차단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세로토닌 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습관성이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인지행동 등의 치료로 개선하는 게 좋다.

 

인지행동치료법은 잘못된 습관이나 생각·행동을 고쳐서 불안을 해결하는 치료방법으로 약물 치료보다 효과는 늦지만 더 지속적이다. 보통 12~20주간 치료를 한다. 이밖에 최면요법을 통해 불안감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자연재해, 전쟁, 화재, 강간, 습격, 신체적 폭행, 자동차·비행기·기차 등에 의한 사고에 의해 발생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이 기억이나 사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면서 심리적 고통이나 생리적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충격 후에 나타나거나 수일에서 수년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급성은 비교적 예후가 좋지만 만성은 환자의 30% 정도만 회복되고, 40% 정도는 가벼운 증세, 나머지는 중등도의 증세와 함께 사회적 복귀가 어려운 상태가 된다.

 

정서적으로도 불안해 자율신경계 장애, 착각이나 환각현상 등이 나타나며, 해리증세나 공황발작을 동반하기도 한다. 우울증,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속한 치료를 우선으로 하며 약물치료, 최면치료, 그룹요법, 신경차단 치료요법 등으로 치료하게 된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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