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수술 후 새로운 삶 찾아나서… 영화제작이 최종 목표
2년차 실버모델인 박송자(70·사진) 어르신은 소위 ‘잘나가는’ 실버모델이다. TV 공익광고나 정수기광고, 전철에 붙여지는 포스터 등 굵직굵직한 CF도 수차례 찍었다. 실버모델이라고 해서 단지 얼굴이 예쁘고 늘씬하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끼’는 필수조건. 어떤 장면이든 2~3번이면 감독에게 ‘OK’ 사인을 받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과 순발력은 박 어르신만의 무기다. TV 광고 속 박 어르신의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하나같이 “그동안 그 끼를 어떻게 숨기고 살았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박 어르신은 3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실버모델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위암수술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뒤였다. 다행히 초기단계라 수술결과는 좋았다. 건강을 다시 찾게 되면서 새 삶을 살겠노라고 마음먹었다.
젊은 시절 방송국 아나운서가 꿈이었을 만큼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박 어르신은 컴퓨터를 하다 우연히 한 복지관에서 실버모델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서를 넣었다. 몇 개월 동안 실버모델이 갖춰야할 자질과 능력을 키웠다. 본격적으로 모델 활동을 하고 싶어 찾은 곳이 바로 양재노인종합복지관 S엔터테이먼트였다. 이곳은 실버모델이 갖춰야할 교육은 물론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 알선하는 역할을 한다.
박 어르신이 실버모델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8월. TV 공익광고에 얼굴이 나간 이후 오디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실버모델 교육을 받은 지 1년 만이다. 아픔을 딛고 찾은 첫 번째 새 삶이었다.
최근 박 어르신에게 붙여진 별명이 있다. 이름하야 ‘대학생 단편영화 할머니 전문 배우’. 최근 3~4곳의 대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에 주·조연으로 연이어 출연하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첫 작품은 지난해 충남 홍성의 한 대학생들이 졸업 작품으로 만든 30여분 짜리 단편영화다. 이 영화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역을 열연해 학생들과 교수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첫 경험이라 부족함도 많았지만 복지관에서 연극반에서 단원으로 활동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결과도 좋았다. 졸업 작품 발표회에서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지역 영화제에 출품해 본선에 올라가 인기상을 차지하는 등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박 어르신은 “마치 내가 상을 받은 것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2~3곳의 대학생들로부터 영화촬영 러브콜을 받아 촬영에 동참하기도 했다.
박 어르신은 “며칠 동안 함께 다니면서 촬영을 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며 “오히려 젊은이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열기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시를 회상했다.
박 어르신의 최종 목표는 영화제작이다. 박 어르신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근 유시시(UCC) 제작이나 미디어 교육, 컴퓨터 활용 교육 등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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