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안마서비스 찾아가보니…
경로당 안마서비스 찾아가보니…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4.12 10:34
  • 호수 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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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도 안해주는 안마에 ‘싱글’… 안마사 일자리 얻어 ‘벙글’

4월 6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공덕 1동 경로당.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무료로 안마서비스를 하러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인 10여명의 어르신들이 들뜬 마음으로 안마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시각장애인 안마사 신광철(39)씨와 김대성(58)씨가 경로당에 도착해 본격적인 안마를 시작했다.

안마를 받기 위한 첫 자세는 옆으로 눕기. 안마사들은 옆으로 누운 어르신들의 목에서 시작해 강약을 조절하면서 성심성의껏 안마를 했다.

▲ 시각장애인 안마사 신광철(39·오른쪽)씨와 김대성(58)씨가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해드리고 있다.

“어휴, 목이 많이 안 좋으신가봐요. 목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있네요.” 정귀순(81) 어르신의 목 주변을 체크하던 신씨가 한마디를 건네자 어르신은 “아이고, 신기해라. 만져만 봐도 아시나벼~. 작년에 갑자기 어지럽고 아프더니 그렇게 됐지 뭐여”라며 자연스럽게 사는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신씨의 손길은 효성 지극한 아들이 어머니를 안마하듯 정성이 가득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해 대구, 광주 등 광역자치단체가 미취업 시각장애인을 고용해 경로당 안마사로 파견하는 복지서비스를 실시해 이처럼 어르신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1일부터 경로당에 안마사를 파견해 어르신들의 피로를 풀어드리는 ‘찾아가는 효자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2인 1조로 경로당을 순회하면서 노인성 질환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지만 경제적 부담 등으로 병·의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위해 안마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미취업 상태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미취업 시각장애인 56명도 모집했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3029개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 14만여명에게 무료 안마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안마사 경력 15년째인 신씨도 지난 4월 1일부터 경로당을 돌며 안마서비스를 하고 있다. 1년 6개월의 ‘백수생활’을 접고 일자리도 얻었다. 한 때는 잘나가는 안마사였던 신씨는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일반인들의 스포츠 마사지나 발마사지에 밀려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시가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서를 넣었다.

신씨가 어르신 1명을 대상으로 안마를 해드리는 시간은 30~40분 남짓. 하루 4~5명의 어르신들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받는 임금은 한 달에 약 100만원. 4대 보험도 가입했다.

신씨는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일자리를 갖게 돼 기쁘다”며 “어르신들이 시원하다고 말해주실 때마다 기분도 좋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안마를 받기 위해 경로당을 찾은 어르신들은 대다수가 80대다. 어르신들은 TV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전문 안마서비스’가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이처럼 직접 받아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안마를 받은 어르신들은 “아이구, 시원해” “호강이 따로 없네”라며 탄성을 쏟아 놓았다.

박숙경(85) 어르신은 “내 자식들에게도 못 받는 안마를 그것도 무료로 해준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세상이 좋아져 노인들이 살맛이 난다”고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안마를 받으려는 어르신 수에 비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턱없이 부족해 ‘맛만 보여주는 서비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처우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안마사협회 이규성 사무총장은 “서울시가 이번 서비스를 통해 3000여개의 경로당에 14만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채용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56명에 불과하다”며 “1인당 하루 4~5명의 어르신들에게만 안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르신들이 과연 몇 번의 서비스를 받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신체 특성상 이동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교통편이 좋지 않은 경로당의 경우 택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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