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변화의 봄바람’ 일다
경로당 ‘변화의 봄바람’ 일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4.19 09:07
  • 호수 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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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쉼터서 노인문화 공간으로 변모

“풍선 한쪽 부분을 반으로 접어서 돌려주세요. 큰 원이 만들어졌죠. 자, 이젠 작은 원을 만들 거예요.”

4월 14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곡경로당 3층 실버문화센터 다목적실. ‘파티플래너’ 프로그램의 일환인 풍선아트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어르신들이 김보윤 강사의 설명에 따라 풍선으로 뿅망치를 만들었다. 처음엔 힘 조절이 서툴러 여기저기서 풍선 터지는 소리도 종종 들려왔다. “이거는 왜 자꾸 풀어지는 거야~” “제대로 안 묶었으니까 그렇지.” “그런가.” “깔깔깔~” 2시간 남짓한 수업시간 내내 강의실에는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 신곡실버문화센터 어르신들이 풍선아트 수업 시간에 만든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신바람 나는 노인문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한 ‘경로당 문화 르네상스 사업’을 벌이면서 단순히 시간을 보내고 소일하는 쉼터 역할만을 해오던 경로당이 노인문화 활동의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시는 경로당을 생동감 있고 개방적인 휴게, 문화 공간 및 클럽활동 공간으로 개선하기 위해 2008년부터 현재까지 39개 경로당에 34억5000만원을 지원, 현재 21개 경로당의 시설 개·보수가 완료돼 노인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신곡경로당도 지난 3월 5일 강서구가 총 1억여원을 투자해 경로당 일부를 리모델링해 북카페와 컴퓨터 프로그램실 등을 갖춰 신곡실버문화센터로 재탄생됐다.

신곡실버문화센터는 ‘3세대가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1층 경로당을 제외한 헬스장과 북카페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북카페는 각종도서 1000여권이 비치돼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차는 커피, 유자차, 음료 등 300~500원선. 이곳은 65세 이상 어르신들과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로 입장가능하고, 일반인은 5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또 일주일에 3차례 주민들의 문화여가 활동을 위해 파티플래너, 컴퓨터, 수지침 등 3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2층에 마련된 헬스장도 일반인들이 한 달에 1만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도 점차 늘고 있다. 헬스장 한켠에 마련된 체력단련실은 안마를 받기 위한 어르신들로 늘 만원을 이룬다.

강서구청 노인복지과 정현주 주임은 “문화센터 운영과 관리도 어르신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현재 8명의 어르신들이 노인일자리 일환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평소 남편과 함께 종종 문화센터를 찾는다는 유광자(70)씨는 “2층에서 탁구나 운동을 하고 시간이 되면 3층에 올라와 차도 마신다”며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기쁘다”고 말했다.

송파구 오금경로당도 지난 2008년 ‘오금경로문화센터’로 변신한 뒤 세라밴드, 기체조, 덤벨체조, 하모니카, 일본어, 영어, 노래교실 등 15여가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송파구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문화센터는 현재 프로그램 당 평균 10~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노래교실과 라인댄스는 인기가 좋아 대기해야 할 정도다.

‘경로당에서 노인프로그램이 생겼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프로그램도 다 양해졌고 인원도 시행 초기 10여명 안팎에서 지금은 2배 가량 더 늘었다.

문화센터가 생긴 뒤 경로당 회원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경로당 회원인 한기분(71)씨는 “그동안 경로당에 와도 즐길꺼리가 별로 없다보니 시간 보내기에 급급했었는데 문화센터가 생긴 뒤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벌써 4개월째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근육도 단단해 지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다양한 욕구에 비해 프로그램의 다양화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협소한 장소 등은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 김정옥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의 욕구가 날로 높아지면서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지적되고 있다”며 “또 기존 경로당 공간을 활용하다보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대기 공간 등이 마련되지 못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돼고 있지만 놀이문화에 소극적인 어르신들의 의식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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