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노인복지정책 및 노후생활 독일편 ①
세계 각국의 노인복지정책 및 노후생활 독일편 ①
  • 관리자
  • 승인 2010.04.23 10:47
  • 호수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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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인, 타인 도움 없는 독립된 생활 지향
자녀·종교·복지단체와 재산양도계약 노후지원
노인 350만명 전국 6500개 클럽하우스 참여

▲ 지난해 6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09독일국제체조페스티벌’에서 한 참가노인의 철봉 경기를 다른 노인들이 바라보고 있다. 1860년부터 시작돼 지난해 41회가 개최된 독일국제체조페스티벌은 매년 약 6만5000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박재간 대한노인회·한국노년학회 고문/한국노인문제연구소 명예이사장
독일은 1990년 동서독의 통일로 인해서 인구 8100만명에 국토면적 35만7000㎢로 구성된 국가다. 이 나라는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및 사회보장제도의 운용방식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는 국가다.
독일 국민 중 81.5%가 노후보장을 위한 각종 공적연금에 가입하고 있고, 공적의료보험(PKV)가입자도 87%에 이른다. 따라서 극소수의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국민들 대다수가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각종 혜택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독일 사람들은 제아무리 연령이 높다 하더라도, 그리고 노쇠현상이 심해서 자력으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가급적이면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독립된 생활을 해나가는 것을 하나의 자랑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설사 슬하에 마음이 잘 통하는 자녀가 있더라도 서로 자유를 속박하거나 속박을 받아가며 동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 나라 전체 노인 중 94.5%가 노인단독 또는 노부부끼리만 생활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의식구조와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부모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특정자녀에게 양도해주고 그 대가로 해당 자녀로부터 여생을 보장받도록 하는 ‘재산양도계약’(Altenteilvertrag)이라는 관습이 존재한다. 이러한 제도가 관습화된 것은 중세기 이후부터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까지도 이 제도에 의해서 노후를 보장받고 있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계약은 자녀들 중 하나와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친척이나 종교단체 또는 복지단체 등과 체결하기도 한다.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면 보다 높은 비율의 노인들이 자녀보다는 사회복지단체나 종교단체를 계약 대상자로 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재산양도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주거와 식사제공, 수발과 간병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시기에는 매월 얼마씩의 현금을 지급받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수발과 간병까지 책임지되 그 방법은 어떻게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킨다.

이러한 계약을 체결하는 절차로는 양도인과 피양도인간에 계약조건에 합의가 이뤄지면 공증인과 2명의 증인 앞에서 계약서에 서명날인 하는 것과 동시에 해당지역 관계당국에 그 내용을 신고한다. 그리고 관계기관에서는 그들 쌍방간에 계약된 사항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점검함과 동시에 계약위반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필자는 몇년전 독일의 노인복지시설 및 그 프로그램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 이 나라를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프랑크푸르트에 들렀을 때 그곳 노인단체의 회장직을 맡아보고 있다는 ‘하켄게르그’(Hackengerg) 옹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이미 수년전에 그곳 카리타스(Karitas)라는 가톨릭 계통의 사회복지재단과 재산양도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계약내용은 매우 복잡해서 그 전모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설명한 계약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그는 자신이 살던 시가 70만마르크 상당의 주택을 기증한 대가로 현재 이들 부부는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인전용주거단지에서 생활하며 식사, 세탁, 청소를 비롯해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었다.

그런데 장차 건강이 나빠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그 재단이 운영하는 요양시설로 옮겨져서 수발과 간병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도계약에 의해 노후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노인은 어느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나라에서는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3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그 원칙에 따라 노인복지정책을 펴나가고 있다고 했다. 첫째, 노인들로 하여금 가급적 자립하도록 함과 동시에 그들의 사회참여를 극대화시킨다. 둘째, 수발 또는 간병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라 하더라도 가급적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 나가도록 도와준다. 셋째, 국가나 사회는 동서독 노인들간의 생활을 평준화시키도록 노력한다.

독일은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노인클업하우스의 운영이다. 독일에는 재가노인들의 취미·오락, 스포츠 활동을 돕기 위한 클럽하우스가 지역단위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시설규모로는 도시지역에는 연건평 1000평 내외의 큰 것도 있지만, 지방에 내려가 보면 100평 이하의 적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시설은 동서독 합해서 6500여개소가 있고, 그곳을 이용하는 회원 수는 350만명을 상회한다.

노인클럽하우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연간회비 60마르크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운영주체는 민간단체이고, 시설종사자는 행정업무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정규직원이 있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운영상 필요로 하는 인력은 모두 65세 이상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다.

시설 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보조금과 회원회비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경비의 일부는 운영주체가 부담하기도 한다. 큰 규모의 시설에는 30여종 이상의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클럽, 학습클럽, 당구클럽, 수영클럽, 노래방클럽, 에어로빅클럽, 미술클럽, 관광여행클럽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필자는 함부르크에 들렀을 때, 그곳 강둑에 위치한 노인클럽하우스 한곳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동년배 노인들에게 그림지도를 하고 있다는 크라우스(Kraus) 옹과 대담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과거 젊었을 때는 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했는데 정년퇴직 후 자원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이곳에서 미술클럽의 지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율동체조, 사교댄스, 그리고 관광여행과 관련된 종목이라고 했다. 활동 자체도 재미있지만 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도 운영되고 있다. 식사는 시중 가격의 절반 안팎에 제공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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