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삶 다룬 드라마 인기
노년층 삶 다룬 드라마 인기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4.23 15:32
  • 호수 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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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가족 눈치 보는 가장의 현실 ‘공감’

어르신들 사이에서 흔히하는 우스갯소리로 ‘영식이 오빠, 삼식이 세(새)끼’라는 말이 있다. 퇴직 후 집에서 한 끼도 챙겨 먹지 않는 영식이는 오빠 대접을 받고, 하루 세끼를 모두 집에서 챙겨 먹는 삼식이는 욕을 먹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수 십 년 동안 가족을 위해 일을 했지만 막상 퇴직을 한 뒤에는 편하게 쉬기는 커녕 가족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오늘날 가장의 현실은 그저 서글프기만 하다.

최근 TV드라마 속이나 연극 무대 위에서 퇴직 후 노년층의 삶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이웃집 웬수’에서 윤인수(박근형)는 최근 퇴직을 했다. 그동안 회사일로 아내 이선옥(정재순)을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해 함께 오붓한 시간을 계획한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간 미용실에서 가격이 비싸다고 잔소리를 하고 시장을 보면서 물가가 비싸다고 일일이 간섭하면서 아내와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는 삼식이가 되기 싫은 윤인수가 궁여지책으로 택한 것이 바로 외출이다. 아내에게 눈치가 보여 막상 밖으로 나왔지만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친구와 약속을 잡았지만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다. 하릴없이 공원을 서성이다 일자리라고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구청을 들러보지만 마땅치 않다. 윤인수에게 하루 24시간은 길기만 하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퇴직자 윤인수가 단순히 드라마 속 허구의 인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 은퇴자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연극 ‘한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은 퇴직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노년들이 겪어야하는 고민들을 심층적이고도 진솔하게 다룬다.

연극은 장례식 빈소에서 시작된다. 한 때 잘나가던 방송국 연출 감독이던 윤수가 죽었다는 소식에 친구들이 모인다. 친구인 방송작가 나상일(권성덕), 배우 이영호(이호성), 전직 은행 지점장 서우만(이인철)은 이혼하고 혼자 살던 윤수의 초라한 시골집에서 모였다. 친구들은 독백을 통해 윤수가 겪었을 외로움, 고독, 상실감 등을 통해 풀어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이유는 실제 우리 노년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윤대성 작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친구들의 이야기고, 모든 내용이 실제 이들이 겪고 경험한 현실을 그렸다”며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맞는 고령화 시대의 자화상이다”라고 말했다. 5월 2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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