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김대중 前대통령 ②
[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김대중 前대통령 ②
  • 장한형
  • 승인 2006.09.11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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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역경 이겨낸 강한 정신 스트레스 안 받아

본지는 우리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개 장수하는 데 주목하여 은퇴한 노인으로서 겪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세월의 무상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공과 과가 있겠으나 어차피 전직 대통령들은 우리 역사입니다.
본지는 정치적 평가나 정파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전직들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선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간적인 관심사와 삶의 즐거움, 건강생활, 원로로서의 자리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지는 나라와 민족에게 불의한 일이나 좋지 않은 역사에 대한 평가와 의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획시리즈로 미뤄두고, 기왕의 기획시리즈를 계속하며 ①이승만 ②윤보선 ③박정희 ④전두환 ⑤노태우 ⑥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일곱 번째로 김대중 전 대통령 편을 연속 게재합니다. 백세시대 독자 여러분의 ‘건강 노년·문화 노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병로 대기자(작가)〉
 ※사진출처:http://www.djroad.com

 

초·중·고등학교 일등 다투며 반장 도맡은 모범생


 

노년세대의 어린시절 기억에는 엿장수 그림이 빠지지 않고 자리 잡고 있다. 목포에서 배로 몇 시간 걸리는 작은 섬 하의도에서부터 강원도 첩첩산중에 이르기까지 비슷하다.

 

그 시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험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거제도 엿장수 추억이 판박이인지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의 어린시절 엿장수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진다. NHK 취재반이 구성한 ‘김대중 자서전’에서 보자.


'김대중 납치 사건' 직후의 모습(1973년 8월).“그걸(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린)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울거나말거나 팔목을 바짝 움켜쥐고 나를 앞세워 엿장수 아저씨에게 끌고 갔다. 그 아저씨는 여전히 세상 모르게 코를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저씨를 흔들어 깨우더니 ‘당신이 얼마나 부자인지 모르지만 어린애가 물건을 훔치게 두느냐 ’며 호통을 치셨다. 지금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하다. 돌아보면 정치가인 내 뒤에는 늘 부모님이 계셨다.”


책에서 김 대통령은 어머니로부터 옳고 그름, 선악에 대한 구별을 은연중에 배웠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학업 성적이 뛰어났던 것도 같다.

 

자서전에 의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서당에서 천자문을 떼고 초급 한학인 ‘동몽선습’과 ‘소학’등을 배웠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김대중 소년이 칭찬을 듣거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한번은 서당 훈장으로부터 ‘김대중 장원’이라는 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보고 무척 기뻐하시며 떡과 음식을 장만해 서당의 선생님께 답례를 하셨다. 그리고는 선생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골고루 나누어주셨다”고 했다.


어머니의 칭찬이 바탕이 되었을까.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때 반장을 도맡아 하다시피 할 만큼 성적이 뛰어났다. 자서전을 보면 김 대통령의 어머니는 교육에 관해 ‘참으로 지고지순할 정도로 뒷바라지를 다 해주신 분’이었다.


어머니의 이런 가르침은 아마도 김대중 소년을 일찍 철들게 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하에서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소년이 소년답게 살기는 쉬운 노릇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일찍 철이 드는 것은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90년, 100년 동안 계속되는 기나긴 인생 레이스에서 그때보다 더 행복한 때가 어디 있겠는가. 또 너무 일찍 철이 들면 나중에 피로현상이 나타나고 부작용도 생길 수도 있다.

 

독서 좋아하는 취미활동, 정신적으로 강한 체질

김대중 대통령은 그 점에서는 복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역경을 겪은 과정을 제외하면 일생이 한결같았기에 하는 말이다. 물론 그래서 자서전이나 각종 기록물에서 김 대통령의 인간미를 발견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젊어서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흐트러짐 없이 생활하는 패턴을 한결같이 유지해 올 수 있었으니 인간적으로 고단했다 하더라도 큰 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민의 정부 당시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던 허갑범(허내과의원 원장) 박사는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나 정치적으로 받은 탄압은 보통 사람의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그러한 역경을 거쳤음에도 김 대통령이 건강하게 장수하고 있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김 대통령이 일생 받은 그 큰 스트레스에도 무사한 것이 의아스럽다는 것이다.


허갑범 박사는 “스트레스에 그리 예민하신 편이 아닙니다. 역경을 이겨내셔서 그런지 웬만해서는 대범하게 받아 넘기십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워낙에 건강하고 장수하는 강한 체질로 타고나신 분입니다”고 했다.


강한 정신, 강한 체질. 하기야 김 대통령이 83세인 지금까지 건강하게 활동하는 것을 그보다 명확하게 설명하는 말도 없을 것 같다. 일찍 철들어 어려서부터 단련되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강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쨌든 간이 졸아붙어서 오래 살래야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의연히 존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강한 체질이라는 말이 맞긴 맞다.

 

허갑범 박사는 또 “대통령님은 한시도 가만히 앉아 계시는 법이 없습니다. 항상 독서하시고, 무엇인가 구상을 하고 계셨습니다”라고 말했다.

 

80세를 넘긴 지금도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읽을거리를 읽는다는 것은 최근 근황보도에도 빠지지 않는 내용. 연로하여 독서가 건강에 해롭지 않은지 물어보았다.

 

허 박사는 “대통령님에게는 독서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이나 같으십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하시기 때문에 건강에 좋으셨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책 읽기는 김대중 대통령이 평생을 즐긴 도락 중의 도락.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도 독서가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운동을 잘했을까  강한 체질, 장수하는 체질이라니 관심이 갈만 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회고나 이런저런 기록물에 보면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운동을 즐겼다는 일화가 그리 많지 않다.

 

운동보다는 공부나 사회에 대한 가치관 쪽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을 주제로 하는 담론에서 운동은 격에 맞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한가롭게 운동이나…’ 이런 의식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광주에서 목포로 가는 고속국도에서 사고를 당해 다리가 불편해지기 전까지 김 대통령도 운동을 잘했다.


김 대통령이 목포상고에 다니던 때의 기억 하나를 살펴보자.


“우리는 중장비에 철포를 메고 군사교련의 하나로 유달산을 달렸던 적이 있다. 교문을 나와서 6~7km를 달리는 경주였다. 그 경주에서 뜻밖에도 내가 일등을 하고 말았다. 땀으로 범벅이 돼가면서 나는 무척 열심히 달렸다. 나중엔 녹초가 된 친구의 총포까지 들어주었는데 일등으로 운동장에 들어온 것이다. 학창시절에 나는 이처럼 끈기가 있었다. 단거리는 몰라도 장거리 경주에는 자신이 있었다.”

 

수면 충분히 하고 낮에 20~30분 정도 낮잠 즐겨


자서전에 실린 내용으로 ‘건강하고 장수할 강한 체질’이 이때 이미 드러나고 있다.

 

아마 그런 체질적, 체력적인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삶이 험해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후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묻기가 조심스럽다.


허갑범 박사는 “걷고 나면 고통스러워 하시지만, 하루에 얼마씩이라도 꼭 걸으시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수영장에서 간간이 수영도 하셨습니다”라고 했다.

 

언론에는 맨손체조를 한 장면도 소개되고, 야당생활을 하던 때에는 동교동 부근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늘 투쟁하고, 공부하고, 정치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김 대통령도 이렇게 틈틈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공부를 많이 하고, 뭔가 늘 구상을 하는 만큼 김 대통령은 정신적으로 피곤하기 쉬운 조건이다. 허 박사는 “잠을 충분히 주무시는 편입니다”라고 했다. 잠만한 보약이 없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낮 시간에 20~30분씩 잠깐 눈을 붙인다고도 한다. 이것은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여러 언론에서 소개되기도 했는데, 유세 차량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5분 정도 잠깐 눈을 붙이는 것으로도 피로를 풀 수 있었다고 한다. 노년세대가 귀여겨 참고할 만 하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떨까. 김 대통령과 관련한 유머 중에 ‘대식가’로 묘사되는 것이 있다. 김 대통령의 건강과 장수에 음식은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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