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정보통신사회와 노인의 삶의 질 향상
[금요칼럼] 정보통신사회와 노인의 삶의 질 향상
  • 관리자
  • 승인 2010.06.04 13:27
  • 호수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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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흥봉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장
지난 5월 말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노인용 정보통신기술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이 국제대회는 노인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통신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술대회이다.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보통신기술이 대단히 광범위하게 그리고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노인이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스마트 홈’은 텔레비전, 컴퓨터는 말할 것도 없고 가구와 생활도구의 대부분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이 시장보고 식사 준비하는 일까지 모두 전자장치를 이용하여 해낼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 단추 하나로 집안의 모든 전기도 끄고 켜며 가스와 에너지 사용도 조절할 수 있다.

노인을 위하여 일하는 로봇 기술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로봇이 홀로 사는 노인의 집에서 청소도 하고, 집을 관리해 주기도 하고, 장기요양상태의 노인을 위하여 침대 옆에서 식사시중을 들어주기도 한다.

심지어 노인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하여 로봇이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체조를 하며 여흥을 돋우어 주기도 한다. 노인 돌보는 일을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지구촌은 온통 정보통신사회로 변하고 있다. 산업생산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생활에까지 정보통신기술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사회의 역사를 보면 오랜 농업사회에서 20세기를 전후한 시기의 산업사회를 거쳐 21세기에는 완전한 정보통신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정보통신사회는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보와 그것을 전달하는 통신기술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생산물이고 그것이 인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회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직업과 가정생활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변하고 있는 정보통신사회가 노인의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공교롭게도 21세기에 와서 정보통신사회는 고령사회와 함께 발전되고 있다.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고령사회에서 노인문제를 두고 모두 걱정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이와 같은 고령사회의 노인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보통신사회는 노인의 삶의 질과 관련하여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긍정적인 측면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정보통신기술로 만들어진 각종 가전제품을 이용하면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바로 긍정적인 측면의 모습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기요양상태의 노인이 로봇처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도구와 시스템으로부터 돌봄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살펴보면 정보통신사회는 노인의 삶의 질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상대적인 정보격차(digital devide)현상이 그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사회전반의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이 소외되고 있다.

노인들이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데 뒤떨어짐으로써 사회의 주류로부터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정보 확보 면에서 뒤떨어지고 이로 인하여 일상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문제이다.

정보통신사회가 던져주고 있는 이와 같은 상반된 영향과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노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긍정적인 측면은 조장해나가야 한다. 정보통시기술의 이용으로부터 소외되어 노인들의 생활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선 정부 정책상의 대응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노인들의 일상생활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연구와 개발 보급을 촉진해나가야 한다.

특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독거노인, 장기요양노인을 위한 각종 도구와 시스템의 개발 및 보급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 다음 부정적 측면의 문제인 노인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노인교육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정보통신사회에서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노인 자신의 적극적 대응노력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혜택을 누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노인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을 배우고 적응하는 학습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적응 태도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변화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아예 부담스러워 하고 포기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이메일을 교환하다가 손자로 부터 무안을 당한 경험이 있는 70대 노인이 작심하고 컴퓨터를 배운 끝에 노인복지관의 컴퓨터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 사례를 보면 정보통신사회도 마음만 먹으면 노인들에게 큰 기회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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