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아직도 삶의 질을 태우십니까?
[전문의 칼럼]아직도 삶의 질을 태우십니까?
  • 관리자
  • 승인 2010.06.04 13:30
  • 호수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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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림 서울특별시북부노인병원 내과 과장
“내 나이가 70세가 넘었어, 이미 다 살았는데, 50년간 피웠던 담배를 이제 끊어서 뭐해?” “어차피 조금 있으면 하늘로 갈 텐데, 담배 끊고 무슨 재미로 살아?”

경로당 앞을 서성거리는 72세 김모 할아버지의 말이다. 연신 콜록 콜록 기침을 해대지만, 하얀 담배 연기가 입가에 자욱하다. 김모 할아버지처럼 오랜 기간 동안 흡연한 노인의 경우 각종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담배는 여러 가지 유해물질을 뿜는 공장 굴뚝과 유사하다. 특히 담배의 3대 주범인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

흡연은 심혈관질환 발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다. 흡연관련 심혈관질환은 선진국에서 매년 60만명 이상을 죽게 만든다. 흡연은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혈압을 높이며 고혈압과 동맥폐쇄의 위험을 높이고 결국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킨다.

또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배 정도 높다. 흡연은 남자에서 폐암의 약 90%, 여자에서 약 80%를 유발하며 흡연기간이 길수록 다양한 부위에 암이 걸릴 확률이 높다.

이와 함께 흡연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혈액에 산소보다 훨씬 잘 결합하여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을 15%정도 감소시킨다. 그 결과 흡연자의 골밀도는 낮아져 골다공증이 빨리 오게 되며, 이로 인해 비흡연자에 비해 쉽게 부러지고, 회복기간도 80%나 길어지게 된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건강하게 살 것인가’이다.

그만큼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 흡연자가 금연할 경우 일반인의 몸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금연한 후 약 3개월이 지나면 폐 기능의 30%정도가 회복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 뇌졸중의 위험은 꾸준히 감소한다.

또 감기, 독감, 기관지염,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의 위험이 감소하며, 기침을 덜하고, 피로를 덜 느끼고, 숨이 덜 찬다. 금연 후 1년 정도 지나면 말초동맥 질환이 감소하게 되며, 관상동맥심질환의 위험은 절반으로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소화궤양에 의한 위암발생률이 떨어지며, 신장이나 방광암에 걸리는 확률도 현격히 낮아진다.

흡연은 한마디로 ‘백해무익’한 품목으로 건강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금연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된다.

특히, 평소 만성기관지염이나 천식, 호흡기 장애,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끊는 것이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담배를 피우는 노인의 경우 치매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고,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확률도 높기 때문에 삶의 질을 함께 태우는 꼴이므로, 건강한 여생을 위해서라도 꼭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서 먼저 △담배와 라이터를 과감히 버린다 △금연 개시일은 가급적 바쁘게 보내고 여가시간에는 흡연이 금지된 공공장소에서 보낸다 △육식, 매운 음식, 짠 음식,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을 피하고 설탕이 많이 든 후식을 먹지 않는다 △육식을 하고 싶으면 생선을 취하고 곡류, 채소, 견과,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과식을 하지 않고 가능한 가볍게 식사한다 △술과 커피, 차, 콜라 등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식사 후 바로 양치질을 하고, 앉아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15~20분간 산책한다 △물을 하루에 8~10컵을 마시고, 샤워를 자주 하여 니코틴의 배설을 돕는다 △규칙적으로 식사와 운동을 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보통 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담배를 사는 비용을 계산하여 담배를 살 돈을 저축한다 등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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