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만8천 경로당에 ‘사랑의 쌀’ 지원할 터”
“전국 5만8천 경로당에 ‘사랑의 쌀’ 지원할 터”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0.06.11 14:08
  • 호수 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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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 이선구 이사장

“최근 이 심 대한노인회장에게 우리나라가 ‘노인자살공화국’이니 노인자살을 줄이는데 앞장서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노인자살공화국…, 정말 충격적이었지요. 노인자살이 왜 그렇게 많으냐고 되물었더니, 외롭고 배고파서 그렇답니다. 그 순간 외로운 것은 몰라도, 먹는 것은 해결해 드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지요. 그래서 경로당 쌀지원사업을 기획했고, 지난 4월 14일엔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와 대한노인회가 업무협약을 맺은 뒤 우선 쌀 200포를 전달했어요. 5만8000여 곳의 경로당에 20kg들이 2포씩만 보내도 11만6000포에 달합니다. 시세로 어림잡아 1포당 4만원만 해도 46억원이란 어마어마한 규모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을 잘 사는 나라로 성장시킨 어르신들에게 당연히 해 드려야 할 일입니다. 효를 잘 행하면 하늘이 돕습니다. 복을 주지요. 이젠 전국 경로당 5만8000곳에 사랑의 쌀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형편 어려운 어르신들께 ‘사랑의 쌀’ 기증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로 마주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 이선구(60) 이사장. 그는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쌀을 보내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평소 갖고 싶던 장난감을 얻은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다.

“나눔운동본부로선 막중한 사업이 주어진 것입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배고픔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선구 이사장은 대한노인회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많은 어르신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르신들이 동참, 화환 대신 쌀을 기증한다면 우리 사회에 형식에 치우친 겉치레 낭비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훨씬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로당 쌀 지원은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현재 국가적으로 쌀 70만톤이 남고, 이를 보관하기 위해 3000억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썩지 않는 재료로 만들어 한 번 쓰고 버리는 화환은 환경을 파괴합니다. 그러니 화환 대신 쌀로 대신하면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강토를 물려 줄 수 있고, 세금도 아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방법은 이렇다. 행사장에 화환을 보내는 대신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에 10만원을 내고 ‘쌀 화환’을 주문(1577-7740)하면 축하문 리본과 꽃을 그려 넣은 ‘그림화환’과 쌀 30kg이 배달된다. 아예 그림화환도 없애고 리본만 달면 쌀 40kg을 받는다. 이렇게 마련된 쌀을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기증할 수 있다.

IMF환란에 ‘준재벌’서 ‘컵라면’ 신세 전락
이선구 이사장은 어릴 적부터 ‘신학’(神學)을 흠모했다. 그러나 건설업에서 남다른 사업수완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있었다. 하늘의 계시였을까. IMF환란기,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뽑히고 만다.

“1997년, IMF환란이 들이닥치기 전까지 ‘준재벌’ 소리를 들었지요. 서울 여의도, 종로에 내가 지은 건물이 수두룩합니다. 일주일에 3일은 골프장에서 살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차를 몇 대씩 굴리며 서울 강남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몇 채를 가진 부를 누렸습니다.”

‘나눔’에 대한 열정은 그 이전부터 살아있어 1990년 초 한국신장협회 설립에 관여해 IMF환란이 닥친 1997년까지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신장협회에 수십억원이란 거금을 기부할 정도로 이선구 이사장의 재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였다. 1000억원대의 ‘빚보증’이 IMF환란과 함께 그를 처절하게 무너뜨렸다.

“밥값이 없을 정도로 쫄딱 망했습니다. ‘뉴밀레니엄’을 앞두고 세상이 떠들썩하던 시기,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웠지요.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이 굶어죽는 모습을 보았고, 배고프고 병들어 삶에 지친 이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 온 것이지요.”

늘 신앙에 목말랐던 그는 본격적으로 신학을 공부했다. 남은 인생을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바치겠노라며 하늘에 맹세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4년 전 95세로 작고한 모친…. 아들의 혹독한 시련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세상을 등진 모친께 이선구 이사장은 늘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못해드린 것이 너무 많고, 상황이 안 좋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저에게 어머니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일수록 더디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지요. ‘선한 끝은 언젠가 복을 받는다’는 말씀도 자주 하셨습니다. 사실, 지금 어머님의 유지(遺志)를 따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
그는 힘겹게 시련을 딛고 일어섰다. 전문경영인으로 몇 개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훨씬 전부터 생각했던 ‘나눔의 실천’은 더 이상 생각으로 그치지 않았다. 훌훌 털고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를 설립했다. 2007년 1월이었다. 이선구 이사장의 삶은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비씨카드와 사랑의 열매가 기증한 대형밥차로 하루 600~700명씩 한 주에 3500명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합니다. 그 분들이 맛있게 밥을 먹으며 고마워할 때 정말 행복합니다. 몸은 고달프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시절은 없었습니다. 저보다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랄 정도입니다.”

현재 매주 서울역 2회, 인천 3회 등 5회씩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서울역은 무료급식을 찾는 노인과 노숙인이 워낙 많아 선정했고, 인천 부평역은 그가 ‘쫄딱 망하고’ 옮긴 거주지여서 선택했다. 이선구 이사장은 인천 부평역에서 ‘노인대통령’으로 통한다.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니 ‘진짜대통령’보다 낫다는 의미다.

“그런데, 하루 500명만 잡아도 한 달 20회면 1만명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현재 농협 하나로마트, 드림아카데미, 농어촌공사 등 3곳이 1회씩 고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나머지 17번의 급식비용을 직접 마련해야 합니다. 그나마 쌀은 풍족한데, 부식비와 나눔운동본부 운영비, 밥차 운영비는 정말 어렵게 마련하고 있습니다.”

부인 이정숙(57)씨에게도 미안하다. 상류층 ‘사모님’의 안락하고 여유 있는 삶은 남편 사업의 몰락과 함께 끝이 났다. 지금은 새벽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나가 신선한 급식재료를 직접 구입하는 일부터 요리와 배식, 뒷정리까지 모두 아내의 몫이 됐다.

“가까운 시장에 가라해도 자신이 조금만 고생하면 더 좋은 식단을 마련하는데 왜 그러냐고 해요. 잘 살 때는 사모님 소리 들었는데, 밥차 아줌마가 됐어요.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쓰럽고 미안합니다.”

“가슴 속 사랑으로 어르신 모셔야”
마음의 짐은 그뿐만이 아니다. 자선사업을 하는 이들이 흔히 겪는 일-‘의심’이 지금까지도 이선구 이사장을 따라다닌다. 정계입문을 위해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를 운영한다는 오해가 첫째다. ‘쌀화환’을 기증받기 위해 각종 행사가 많은 국회의원을 19명이나 고문으로 영입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선구 이사장은 “국회의원, 정치를 꿈꾼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단호히 선을 긋는다. ‘뒷돈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서는 “딱히 대꾸할 가치도 없다.” 대신 들어오고 나가는 후원금을 10원 단위까지 낱낱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좋은 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색안경을 쓰지요. 좋은 일 하지 못하는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사회복지단체는 투명해야 합니다. 주변에 못된 사람들이 많이 꼬이기 때문입니다.”

나눔에 대한 이선구 이사장의 의지는 주변의 의심과 시기, 질투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래서 “가슴에 있는 사랑으로 어르신들을 모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에게도 “아버지 어머니처럼 잘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급식현장을 찾아 사진 한 컷 찍고 5분도 안돼 달아나는 정치인들이 그래서 밉다.

“어느 날인가 부평 급식소를 찾아 땀을 뻘뻘 흘리며 배식하는 이 심 회장이 참 고마웠어요. 진정성이 있었거든요. 그처럼 전 국민이 일회성이 아닌, 뜨거운 사랑으로 어르신들을 잘 섬기면 좋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복이 오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효심이 가득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phot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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