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늙은이’란 말은 빼자
이제 ‘늙은이’란 말은 빼자
  • 관리자
  • 승인 2010.06.18 13:44
  • 호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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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화 기자/강릉
어느 날 TV를 보면서 언짢은 기분을 감출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앞으로 닥쳐올 노령인구의 증가와 일자리대책을 논의하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와 패널들이 ‘늙은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쉽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 대본에 적혀 있는 대로 말한 것인지 아니면 평소 노인에 대한 생각이 무의식 중에 전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불쾌한 감정이 쉽게 가라안지는 않았다.

이유야 어찌됐건 ‘늙은이’란 호칭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늙은이’라는 표현은 나이 먹어서 힘없는 사람을 다소 깔보고 낮추어 부르는 어조로 사용된다.

어르신이라 부르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리들은 힘없는 약자 취급을 받기 이전에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의 나이테인 연륜(年輪)을 가진 사회의 어른이자 인생의 대선배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2018년에는 고령사회에 도달하고,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자수가 20%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고 한다. 5명중 1명이 노인이 되는 노년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2030년에 빅4 노인국 ‘老리아’가 될 수 있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며 또, 지금의 젊은이들도 언제가는 나이가 들어 늙은이가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눈은 침침해지고 귀도 어두워지지만 늙는다는 것이 결코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자녀들 다 키워놓고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기에 좋다. 젊어서 가질 수 없었던 넉넉한 마음도 갖게 되고, 관대함과 인내함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또 오랜세월 우리가 쌓은 삶의 연륜과 경험들은 그 어떠한 것보다 소중한 재산이다. 노하우와 전문분야를 살려 자원봉사를 하는 노인봉사단들은 그 재산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의 숫자만큼 지혜도 깊어진다.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없는 풍부한 지혜가 우리에게는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라를 잃은 슬픔을 겪었고, 6·25를 통해 전쟁의 무서운 실상도 체험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제를 세계에서 손꼽을 수 있는 강대국으로 발전시켰다. 대한민국의 위상, 그 중심에 우리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들이 설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사실이 너무나 서글프다.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고령자들은 늘고 있는데 마땅히 갈 곳도, 즐길 곳도, 쉴 곳도 없다. 더이상 젊은 사람들과 자식들 눈치나 보는 힘없는 노친네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억지로 보약을 먹어가며 오래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아닌데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안타까울 뿐이다.

어른으로서 존경하는 마음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늙은이’와 같은 부정적인 어투로 불리우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우리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되지 않았겠는가.

우리의 눈물이 없었다면 지금의 풍족함을 누릴 수 있겠는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6·25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존재할 수는 있었겠는가.

6·25 60주년을 맞이하면서 축구경기장에서만 대한민국을 외치는 젊은사람들에게 ‘늙은이’란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이것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모든 노년세대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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