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 여성독거노인, 자녀 있지만 혼자 살아
기초생활수급 여성독거노인, 자녀 있지만 혼자 살아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7.09 13:20
  • 호수 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거기간 평균 22.7년, 자녀는 있으나 부양능력 없어
가족 해체가 주원인… “죽음보다 몸 아픈 게 더 두렵다”
▲ 기초생활수급 여성독거노인들 대부분이 하루 세끼 식사를 민간 원조기관에서 배달되는 도시락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한 지자체가 마련한 ‘제12회 사랑의 된장, 간장 전달식’에서 자원봉사단이 직접 담근 된장, 간장을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여성독거노인 대부분이 자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녀 또한 부양 능력이 없거나 가족 해체로 인해 함께 거주하지 못했다. 독거기간은 최소 3년에서 최대 36년까지 평균 22.7년이었다.

또 이들은 과거 행상, 가정부, 공사장 잡일, 식당일 과거 험한 일을 해 관절염이나 혈압과 같은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미정 성균관대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이 발간한 ‘보건사회연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다세대 주택서 전세나 월세 거주… 자금은 자녀·친인척
박미정 연구원은 광주광역시 거주 7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 여성독거노인 9명을 대상으로 지난 2008년 1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심층 분석한 결과, 9명 중 8명이 자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녀가 부양 능력이 없거나 결혼 또는 이혼 등 가족해체로 인해 혼자 살고 있었다.

또 이들 대부분이 다세대가 주거하는 주택에서 부엌 딸린 한 칸짜리 방에서 월세나 전세로 거주하고 있었다. 전세는 500만~900만원에 머물렀고, 전세자금은 자녀나 친인척들이 마련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노인에게 주거공간은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인정받음으로서 노년의 정체성이 유지되는 공간이다”며 “하지만 여성독거노인 대부분은 유랑이나 고립, 남의집살이 등 주거공간을 임시거처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삼시세끼 식사를 민간 원조기관에서 배달되는 도시락에 의존했다. 이처럼 배달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다보니 특정 식품에 대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만 허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음식을 섭취했다. 여성독거노인들이 즐겨먹는 기호식품으로 인스턴트커피와 담배를 선호했다. 커피와 담배는 이들에게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삶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종의 동반자였다.

◇전원 노인성질환 앓아… 의료체계 접근성 미비 방치
또 이들의 전직을 살펴보면 행상, 가정부, 공사장 잡일, 식당일 등 고된 일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질곡 많은 삶을 살다보니 전부가 관절염이나 혈압과 같은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신체적 이동의 어려움과 의료체계의 접근성 미비로 방치되고 있었다.

여성독거노인들은 “죽음보다 몸이 아플 때가 더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독거기간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36년으로 평균 22.7년이었고, 기초생활수급 기간은 최하 5년에서 최고 14년으로 평균 9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이들에게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을 부양할 사람이 없는 고독한 생활”이라며 “따라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기 위해 병원을 가거나 약을 복용하는 것을 일과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도시락 서비스·주거조건 개선 필요
박 연구원은 기초생활수급 여성독거노인의 보다 나은 삶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락 배달서비스 사업 질적 전환 △주택 개선 및 보완 △경로당 프로그램 사례관리 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박 연구원은 “여성독거노인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 사회적 기업 설립 확대가 시급하다”며 “노인들을 위한 ‘노인 식사 사업단’을 각 해당 지역별로 설립해 운영하고,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중심으로 배달됐던 도시락도 개인 취향을 고려하거나 근처 식당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택거주 빈곤 여성 노인의 경우 불편한 주거조건들을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보다는 참고 견디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며 “예를 들어 주택거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장수리 전담반’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조직해 언제든지 개선,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성독거노인들이 자주 가는 공간인 경로당에 요리 등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도 제안했다.

한편, 2008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62.7%가 여성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80세 이상 고령노인 중 여성노인이 90.2%였고, 보호가 필요한 80세 이상 노인은 31.9%가 여성이었다. 기초생활수급 노인 가운데 여성노인은 80% 이상을 차지했고, 연령대로는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73.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빈곤한 계층이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