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딱한 일이다.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이 교체되고 지방의회 주도 세력이 변화하면 그에 따른 어느 정도의 갈등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민선 5기 출범 첫 주에 나타나고 있는 갈등의 질과 수준은 예상보다 훨씬 실망스럽고 저급한 것으로 진흙탕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지방의회도 곳곳에서 추태가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의장단 선출 등 우선 원구성을 해야하는데 자리배분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다수당의 의장단 일방 독식이 이뤄지고 소수당은 이에 항의해 첫 회의부터 불참하거나 단식농성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어떤 곳은 다수당이 내정한 의장 후보자가 투표에서 떨어지자 일부 의원들이 당론과 다른 표를 던진 동료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하며 탈당계를 쓰는 등 파행으로 치달아 예정된 상임위원 배정도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의회는 7월 6일 임시회를 열어 의장단을 뽑기로 했으나 다수당이 된 민주당과 소수당으로 바뀐 한나라당 간의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개원식이 연기되는 등 의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방자치 16년차를 맞는 이번 민선 5기는 그에 걸맞은 성숙을 해야 하며 국민들도 그러한 것을 기대하며 6·2선거에서 표를 던졌다고 믿는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국민들이 지금 눈을 부릅뜨고 있음을 새 단체장이나 의회는 잊지 말아야한다.
새 단체장이 자신의 공약과 신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기 사람을 어느 정도 쓸 수는 있겠지만 인물의 ‘적재적소 배치’ 원칙이 아닌 일괄적인 들이기와 내몰기는 곤란하다.
이는 전체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공권을 사권으로 변질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의회도 당리나 사리에 빠져 주도권 다툼이나 벌이고 사소한 것을 꼬투리삼아 대치하며 해야 할 일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일거수일투족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4년 뒤 냉엄한 심판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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