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내일을 준비하자①
베이비붐 세대 내일을 준비하자①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7.16 13:12
  • 호수 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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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또 다른 시작이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712만명에 달하는 이들 세대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후에도 자녀와 부모양육 등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 노후계획은 남들 얘기다. 이에 따라 본지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노후 설계를 돕고자 ①은퇴, 또 다른 시작이다 ②재테크로 재산관리 이렇게 ③몸이 재산, 건강·마음 관리 어떻게 하나 ④활기찬 노후, 여가·문화생활이 관건이다 등 4차례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 서울YWCA는 6월 10일~7월 2일까지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예비노년층의 사회활동 준비를 위한 ABC 프로젝트 교육’을 마련,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은퇴 후 노후준비에 대한 강의를 실시했다.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장이 ‘다시 쓰는 은퇴’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58년 개띠인 이영웅씨는 대표적 베이비붐 세대다. 이씨는 전쟁 직후 보릿고개를 겪으며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장남인 이씨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소위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수업에 출석한 날보다 시위한 날이 더 많았다.

1985년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탄탄대로를 걷는가 싶더니 1997년 금융위기가 닥쳤다. 회사는 인원감축을 단행했지만 다행이 살아남았다.

이씨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25년이 넘는 회사생활을 했지만 수중에는 집 한 채와 국민연금, 얼마 되지 않는 예금이 전부다.

은퇴 후 삶도 막막하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아들 학비도, 시골에서 홀로 사는 어머니 부양비도 만만치 않다. 퇴직 후 ‘무엇을 하고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에 잠도 오지 않는다.

퇴직을 먼저 경험한 친구들은 사업이며, 창업에 도전을 하지만 ‘여윳돈’도 없다. 그동안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에 바빠 은퇴계획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씨처럼 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책임져야할 자녀와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은퇴계획 한번 세워보지도 못하다보니 퇴직 후유증도 걱정이 앞선다.

◇은퇴예정자 사회적응 프로그램 마련 시급… 포괄적 생애설계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에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퇴직예정자를 위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보편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무원이나 군무원, 대기업 등 일부 기관이 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퇴직준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일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부분은 퇴직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원 수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5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 93.4%가 ‘베이비붐 세대 직원들의 은퇴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은퇴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 있다는 경우는 27.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은퇴예정자를 위한 사회적응 프로그램 마련은 물론 현 노년층과 차별적인 생애를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소정 부연구위원은 “현 중·장년층은 노년세대와 달리 노후에 대해 깊은 관심이나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개인의 욕구를 수렴하면서 포괄적인 생애설계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 후 노후를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방안으로 노후설계체계 구축도 강조됐다.

이소정 부연구위원은 “우선 일반인 또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노후설계 콘텐츠 마련이 시급하다”며 “또 영국의 노후정보 포털인 ‘Over 50’s’와 같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정보포털 구축이나 노후생활 매뉴얼 발간 등 노후설계 가이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퇴대비 평생교육 절실… 재취업 연계도 이어져야
은퇴 후 새로운 시작을 찾기 위해서는 교육과 재취업의 중요성도 강조되면서 지자체나 공단, 비영리기관 등에서 은퇴교육을 실시, 재취업을 연계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10억4000만원을 투입, 4만여명의 퇴직자를 교육하고 재취업을 알선하는 ‘행복한 노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는 은퇴자를 경력·능력·자격 등에 따라 사회봉사형, 직업전환형, 생계유지형으로 세분화해 재교육을 실시한다. 또 생계에 상관없이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는 전문직 퇴직자에게는 경영자문과 진로지도 등 사회봉사형 일자리를 알선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빠른 취업을 원하는 퇴직자에게는 가사도우미, 아이돌보미 등 교육과 취업도 알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체계적 교육 후 직업 전환을 원하는 퇴직자에게는 직업교육 후 1인 기업 창업, 방과후 학교 보조교사, 독서지도 등의 전문적인 일자리 알선은 물론 도 및 시군 일자리센터와 연계해 은퇴교육생과 재취업자, 노인일자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할 예정이다.

또 한국산업인력공단은 50세 이상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직접훈련 및 기업현장 기회를 제공해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복지법인, 공공·민간직업훈련기관, 비영리단체, 대학 등에 위탁해 직무훈련, 취업능력향상프로그램, 현장연수 등의 프로그램을 일정 기간에 걸쳐 훈련한다.

지난해에는 전국 18개 기관에서 전통공예 강사를 비롯해 실버웃음코디네이터, 주차정산 관리원 등 19개 과정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비영리단체기관인 희망제작소는 2006년부터 전문직 퇴직자들에게 인생 후반기를 비영리기구나 비정부기구에 참여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각종 봉사활동과 취업을 지원하고자 대한생명과 함께 ‘해피시니어’를 실시하고 있다.

또 2007년에는 퇴직자를 위한 사회공헌학교 ‘행복설계아카데미’를 출범, 퇴직자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행복설계아카데미는 40~60대 대기업, 중소기업, 관공서 등 전문직종 퇴직자를 대상으로 인생의 후반부를 민간비영리단체에 참여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퇴직자 학교다.

희망제작소 윤석인 부소장은 “해피시니어는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활동적 은퇴자들이 적성과 역량에 맞게 다양한 민간 비영리 기관에 참여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 지원하고 있다”며 “이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비영리기관 역량 강화 및 지역사회발전 공헌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새로운 전환기로 인식
은퇴를 맞이한 이들은 무엇보다 은퇴 자체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전환기로 받아들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은퇴(Retirement)라는 말에 ‘Re’는 갱생한다, 시작한다, 바꾼다는 의미로 새로 시작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며 “은퇴는 어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위한 의미로 두려운 것이 아닌 우리가 새로운 인생을 맞는 전환기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명룡 회장은 활기찬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바쁘게 살 계획을 세워라 △미리 생각하라 △여생계획서를 만들어라 △일을 해라 △자원봉사를 통해 즐거움을 찾아라 △늘 원하던 것을 하라 △끊임없이 배워라 △조언을 구하라 등을 강조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세대로 대략 712만명으로 총 인구의 14.6%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집단이다. 이들은 한국 전쟁 후 급격한 출산붐을 타고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 격변의 세월을 겪었으며, 소비와 생산의 주도 세력으로 부동산, 예금, 주식 등의 보유자산에서도 다른 세대를 압도했다.

 

주 회장은 “은퇴, 퇴직, 노후가 어떻게 될 것인지 한번쯤 머릿속에 그려 보고, 종이 위에 펜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상세히 여행계획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며 “또 일이나 자원 봉사 등의 사회활동을 통해 생활이 바빠지고 누군가로부터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면 스스로의 만족감과 긍정적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서경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은 “노후설계를 위해서는 재취업준비와 재교육은 물론 취미여가 활동, 자원봉사활동 등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은퇴준비교육은 재취업을 위한 기술적 측면의 교육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노인에 대한 이해, 생활습관, 영양관리, 건강, 대인관계 등 매우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와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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