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칼럼]100세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강창희 칼럼]100세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8.23 18:20
  • 호수 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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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최근 어르신들 사이에서 노후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본지는 보다 다양한 노후 자산관리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번 호부터 격주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이 집필하는 ‘강창희 칼럼’을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애정 바랍니다.

 

필자는 올해까지 만 37년을 증권업계에서 일해 왔다. 외국 투자가들의 한국 주식투자를 중개하는 일,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회사의 CEO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그리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7년 넘는 기간 동안 금융교육(Financial Education)에 전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교육이란 한마디로 ‘돈’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금융교육에 전념하게 된 계기는 오랫동안 증권업계에서 일을 해오면서, ‘주식을 사면 돈 번다더라’ ‘펀드 사면 돈 번다더라’ 등의 말만 믿고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큰 손실을 입고 좌절에 빠진 투자자들을 보면서 단기로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등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사회에 ‘재테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돈 버는 기술’이란 뜻으로 일본말이 수입돼 쓰여 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칼럼에서는 재테크란 용어는 쓰지 않으려고 한다. 돈 버는 기술을 소개하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재테크라는 말 대신에 ‘자산관리’라는 용어를 쓰려고 한다. 젊은 시절 모아놓은 자산을 어떻게 잘 관리해서 행복한 인생 후반기를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그 자산관리 또한 6개월, 1년과 같은 단기간의 관리방법이 아니고 인생 100세 시대를 염두에 둔 관리방법을 생각해 보려 한다.

자산관리나 노후설계와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오래 사는 위험’이란 말을 자주 보게 된다. 필자가 처음 이 말을 본 것은 한 자산운용사의 CEO를 맡고 있을 때였다. 당시 필자 회사의 고문으로 있던 티모시 메카시라는 미국인으로부터 ‘일본인이여 돈에 눈을 떠라’는 제목의 책을 받았는데 그 책의 목차에 ‘장생(長生)의 리스크’라는 말이 있었다.

‘불로장생의 장생이라면 오래 산다는 뜻인데 오래 살면 좋지 왜 그게 리스크란 말인가’ 하는 생각으로 그 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더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병이 들어서 평균수명보다 일찍 죽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생명보험에 드는 것처럼, 너무 오래 살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투자를 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80세 정도까지 살 거라고 생각하고 돈을 다 써버렸는데 100세까지 산다면 그것도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 몇 년쯤 더 살 수 있을 것인가를 계산할 때는 보통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에서 자기 나이를 뺀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6세, 여자가 83세다. 여기에서 현재 자신의 나이를 빼면 남는 기간만큼 더 살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맞는 계산이 아니다. 왜냐하면 평균수명은 유아사망, 교통사고 등의 특별한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까지를 모두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통계청이 발표한 ‘기대여명표’를 참고로 해야 한다. 얼마 전 기대여명과 관련된 한 자료를 보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60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은 의학의 발전까지 고려할 경우, 남자가 30.75년, 여자가 36.63년인 것으로 나와 있었다. 일단 60세까지만 생존하면 평균적으로 남자는 91세, 여자는 97세까지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삶의 질이다. 100세 이상을 살아도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100세 이상을 살면서 병석에 누워 지내거나, 하는 일 없이 세상 떠나는 날만을 기다리며 소일한다거나, 극도로 궁핍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축복이라기보다는 재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 행복한 노후를 결정하는 3대 요소의 하나인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칼럼으로 전하려고 한다.

필자는 올해로 만63세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필자보다 연배가 많은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배도 높고 경륜도 많은 어르신들에게 필자의 의견을 전한다는 게 외람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도 이 칼럼을 쓸 용기를 낸 것은 37년 동안 증권업계에서 나름대로 경험하고 공부한 것을 소개하고 싶어서다. 필자의 의견이 이 글을 읽는 어르신들의 노후설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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