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이 나를 일깨워 준다
단순함이 나를 일깨워 준다
  • 박영선
  • 승인 2006.09.29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구영 밝은빛웃음치유연구소 소장

3000년 전 노자는 ‘편리한 물건이 많아지면 불편해 진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인들이 듣기에는 언뜻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틀림없는 말이다. 편리한 물건이 삶을 윤택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마음을 편하게 하지는 못한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삶은 사물에 자꾸 눈을 돌리게 하고 나를 구속한다. 무엇이 나를 이처럼 복잡하게 만든단 말인가?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한다고 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함의 진리를 외면하고 살기 때문이다. 만족하는 마음은 번거로움을 멀리 한다. 복잡하고 번거롭지 않으려면 우리 삶의 주변이 단조로워야 한다. 물건이 가득한 방보다는 텅 빈 방에서 홀로 앉아 있어보면 안다.

 

장자는 ‘새가 둥지를 짓는 데는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고, 동물은 작은 배를 채우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도 아우성을 치고 아귀다툼을 하고 시샘을 하면서 살아간다.

 

몸은 업그레이드 안 되고 노화하는데, 물건은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새로운 물건의 구입을 반복하며 사는 인생인 것이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산에 사는 사람은 많은 물건이 필요 없다. 여행을 가는 사람은 물건이 적어야 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나를 이롭게 한다고 욕심을 채우는 삶은 싫다. 더 쉽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단순함의 진리를 깨닫는 일이 먼저다.

 

2002년 출간된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이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의 진리를 찾겠다는 의지이다.

 

다시 말해 아끼던 물건, 경제에 관한 것, 시간의 분배, 삶의 인간관계 등을 단순화하는 작업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를 닦고 단순화 시키는 일이야 말로 분명한 삶의 이유나 존재이유를 깨닫게 한다.

 

우리는 비교를 통해 행복과 불행이 교차한다.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눈에 보이는 사물이 나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사람은 눈으로 보면 욕구를 가지게 된다.

 

자연을 보자. 캄캄할 때 필요한 것은 촛불이면 된다. 바람도 태풍 같은 강한 바람보다는 잔잔한 바람이면 된다. 자연은 사람이 거두어 가지 않으면 어느 날 하늘에서 걷어간다.

 

온갖 잡동사니 앞에서는 햇빛의 찬란함을 느끼지 못한다. 텅 빈 방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 햇빛이 들어와 나를 감싸면 햇빛과 나는 하나가 된다. 이제 밖의 사물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낙출허’(樂出虛·즐거움이란 텅텅 빈 마음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장자가 말하지 않았는가? 마음속을 비울 때 즐거움이 찾아오고 내면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기가 죽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좋아하는 물건을 단순하게 하는 일이란 우리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화두인지도 모른다.

 

우리 몸을 자유롭게 하고, 내면의 무질서를 정리하는 첫 단계는 바로 장자가 말한 대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삶이다.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라! 컴퓨터가 업그레이드된 속도만큼 내 삶의 질은 나아졌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