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남제주군)
김재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남제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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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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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淸水청수로 정치 濁水탁수를 정화한다

의사봉(議事棒)을 둘러싼 주먹다짐, 앉은 자리보다 빈 곳이 더 많은 의석(議席), 아무개의 횡령이나 비리 혐의가 드러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국회의원 연루사건. 대다수 국민들이 머릿속에 담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러나 최근 40대 초반 초선의원 한 명이 국회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주인공은 제주 서귀포시 남제주군에서 등원한 열린우리당 김재윤(金才允·41) 의원. 김 의원은 지난해 299명의 17대 국회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100% 출석, 100% 표결’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의 ‘개근상’은 지역구가 있는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나머지 국회의원 298명의 낯을 붉히게 할만 하다.


법을 만드는 본연의 임무에서도 그는 단연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다.


3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된 김 의원이 지금까지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11가지.

 

그가 앞장서 만들고 있는 법안들은 ‘문화재 수리공사 법안’, ‘학교 도서관진흥법안’ 등 법제화가 절실하면서도 지금껏 어느 국회의원도 신경 쓰지 않던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법안이 ‘잡지진흥법안’이다.


그는 “잡지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심층적인 문화컨텐츠, 풍부한 생활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보다 윤택하고 풍요롭게 이끄는 중요한 미디어”라며 “그러나 올해로 110년을 이어온 국내 잡지산업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많은 잡지의 휴·폐간과 업체의 도산으로 끊임없는 진통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누구나 손쉽게 접하는 잡지, 그러나 아무도 돌보지 않던 잡지산업. 김재윤 의원은 12명의 동료의원들을 설득, 잡지산업을 부흥시키자는 뜻을 모아 지난해 12월 이른바 ‘잡지진흥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면책특권에 의해 임기 중에는 각종 비리나 범죄혐의로부터 철통같이 비호되는 국회의원도 국민이 원하면 언제라도 국회에서 끌어내자는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오는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동안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논의는 자주 있었지만 국회의원 스스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김재윤 의원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또 지난해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뽑은 ‘2005년도 정기국회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른바 ‘철밥통’까지 깨뜨리려는 40대 초선의원의 가상한 노력은 ‘정치 9단’이 지배하는 탁수(濁水) 정치문화에 청수(淸水)가 흘러드는 모양새다.

 

간단한 용기와 의지로는 쉽지 않았을 일. ‘배짱으로 삽시다’는 책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통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버님의 가르침입니다. 아버님은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고, 거부할 것은 반드시 거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장 중요한 삶의 철학으로 여기셨습니다.” 김 의원이 밝힌 해답이다.


지난 2003년 8월, 향년 70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고(古) 김상산(金尙産) 옹의 2남2녀 중 장남으로 자란 그는 선친을 떠올리며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지어 자식 뒷바라지를 했던 김 의원의 선친은 “어떤 고통과 어려움이 뒤따르더라도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고, 거부할 것은 그 어떤 강압에도 굴하지 말고 거부해야 한다”는 신념을 어린 아들의 가슴에 심어 깊이 뿌리내리게 했다.


김재윤 의원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본회 및 임시회에 출석하고, 단 한 차례도 어김없이 표결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반드시 지킬 것을 지킨 것일 뿐”이라며 “결코 자랑할 일도, 세간에 회자될 이유도 없는 원칙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삼국사기 저자 김부식의 혜안은 김 의원이 선친과 함께 떠올리는 잠언(箴言)이다.

그는 이 잠언을 선친이 늘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사람을 섬기라”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김 의원은 “세상의 주인은 돈이나 권력이 아닌 사람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국회의원의 도리를 생각할 때마다 명확한 행동지침이 된다”고 말했다.


사람을 섬기라는 가르침 속에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국회의원이 되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유년시절 말썽을 부리거나 시험성적이 형편없을 때에도 “너는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너의 꿈은 소중하고 반드시 이루어져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될 것”이라며 어린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던 선친이 아니었으면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다.


부모의 자식사랑을 어찌 저울질 할 수 있겠냐만, 김재윤 의원을 17대 국회의 ‘돈키호테’로 등극시킨 숨은 주인공은 올해 일흔 다섯이 된 모친 강향길(姜香吉) 여사다.


‘여자가 배워서 뭣하냐’는 가부장적 사회문화에 가로막혀 배움의 길을 접어야 했던 김 의원의 모친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는 “땅뙈기나 조금 더 사서 농사나 지어라”는 이웃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백과사전 전집과 과학 도서를 책꽂이에 꽂아 주었다.


“책 속의 진리가 세상 속으로 널리 퍼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스스로 ‘책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에게 어머니가 사주신 전집류는 세상의 진리나 마찬가지였다.


김재윤 의원은 “어머니께서는 요즘도 진솔하지 않으면 용기를 가질 수 없고, 용기가 없으면 정치신념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당신의 신념을 손수건과 함께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사람을 섬기라’는 선친의 가르침에 근간한 정치신념 실현을 위해 진솔하고 용기 있는 정치인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김재윤 의원.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이지만 노인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도 명철(明哲)하다.


그는 “노인 일자리 확보를 위해 정년문화를 없애고, ‘임금피크제’처럼 적은 임금으로 7, 80대까지 일할 수 있는 노동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노인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전통과 창조가 어우러진 풍성한 문화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년층의 재교육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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