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엔 올라도 도마엔 오르지 말자
산엔 올라도 도마엔 오르지 말자
  • 관리자
  • 승인 2010.10.01 11:09
  • 호수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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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화 기자/강릉
‘나라를 빼앗긴 아픔과 전쟁의 슬픔을 이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다. 국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고이 간직한 금붙이들도 팔았다. 내 배는 곯아도 가족만큼은 굶게 하지 않으려고 해외 건설현장 파견근무를 자원했다. 나는 못 배웠어도 자식들 대학등록금 만큼은 무슨 일을 해서라도 마련했다.’

이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반세기를 살아온 우리 노년세대들의 인생 이야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우리 노인들은 격동의 역사 속에서 수차례 변하는 강산과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의 땀과 피로 일군 지금의 풍요로움을 젊은 세대들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오히려 힘없는 우리 노인들을 퇴물 취급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노인을 잘 공경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노인들이 행동거지를 바로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 불평만 늘어놓지 말자. 스스로 힘없고 능력 없다는 걸 인정한 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의 어른임을 입증하는 길은 받는 노인이 아니라 주는 노인이 돼야 가능한 것이다.

산에는 자주 오를지언정 사회가 만들어 놓은 도마 위에는 오르지 말아야 한다.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들이 도마에 오르기 때문이다. 도마는 여론을 형성하고 인식을 바꾸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돈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자가용에 부딪히는 ‘자전거 할아버지’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TV, 인터넷, 신문 등 각종 언론에 오르내리며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잔뜩 심어줬다. 한 사람의 실수로 모든 노인들이 치졸하고 돈 밖에 모르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도마에 오르는 것은 순간이지만 잘못 형성된 인식을 바꾸는 데는 오랜 세월이 소모된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나아가는 요즘, 노인들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도마에 한번 오름으로써 이 모든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지금은 우리 사회에 변화하는 노인상을 알려야 할 때다. 받는 노인이 아니라 주는 노인, 수동적 노인이 아니라 활동적 노인, 폐를 끼치는 노인이 아니라 봉사하는 노인으로서 말이다.

나 한사람의 행동이 전체 노인들의 모습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의 눈과 귀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하겠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실천방안을 제안하려 한다.

우선 방관자가 되지 말자. 어른은 어른다울 때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우리의 역할은 방관자가 아니라 보호자다.

둘째, 과거를 잊어야 한다. 어제를 잊고 오늘에 충실하자는 말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며 내일을 꿈꾸는 사람은 가슴 설레는 오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지나간 것은 이미 지난 것으로 충분하다.

셋째, 염치를 알아야 한다. 젊은 날의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낯부끄러운 행동들은 한 번 더 생각하고 실천하자.

넷째, 목의 힘을 빼자. 고개를 너무 뻣뻣하게 들지 말자. 마음이 고결해짐에 따라 목에 힘이 빠지고 출입구가 넓어진다.

친구들이여, 건강을 위해 산에는 오를지언정 사람들의 입방아에는 오르내리지 않는 당당하고 존경받는 사회의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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