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공정사회와 노인복지
[금요칼럼] 공정사회와 노인복지
  • 관리자
  • 승인 2010.10.01 11:10
  • 호수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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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독일이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튼튼한 경제력 때문이다. 흔히 스웨덴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복지국가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독일이 경제규모뿐만 아니라 복지에서도 스웨덴을 앞선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올해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3단계나 하락해 139개의 평가대상국 가운데서 22위로 밀려난 것은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WEF)이 얼마 전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07년 11위까지 올랐다가 2008년부터 13위, 2009년에는 19위로 계속 떨어진 끝에 드디어 올해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요즘 괜찮게 나아가는 경제로 잔뜩 고무돼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 이 소식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IT제품과 자동차 덕택에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경제위기 극복에도 한국이 가장 앞선 나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11월에는 G20 정상회의도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이 뒤처진다면 앞으로 어느 때인가 우리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국가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을 알고 보면 더욱 안타깝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후퇴 이유는 주로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에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문제들이라면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는가.

우울한 소식은 이것만이 아니다. 노인자살률이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어난 사실이 밝혀져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한국의 위상이 재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세계자살예방의 날’인 지난 9월 10일 발표된 정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자살률이 그 전 년도 대비, 19%나 증가해 한국 국민 10만명 당 3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1999년의 15명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여서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인구 10만명 당 24명이 자살하는 일본, 13.9명이 자살하는 중국, 11명이 자살하는 미국에 비해 너무도 자살률이 높다.

한국에서 자살이 증가하는 것은 인터넷 자살사이트가 있는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통계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재벌급 경제인, 인기 배우 등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사건이 ‘자살의 유혹’을 부추기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살자 가운데 노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인들은 젊어서는 부모를 봉양했지만 시대가 바뀌어 자식들로부터는 봉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외로운 세대’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일은 열심히 했지만 미처 자신의 노후대책은 세울 수 없었던 한국 노인들 대부분의 실상이다.

이 때문에 생활보호대상에 들어있는 빈곤층 노인들, 특히 그 중에서도 가난하게 사는 독거노인들은 생활고와 병마에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는 경향이 크다. 이런 현상은 공정사회를 부르짖는 이 시대의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저출산고령화대책을 보면, 노인들을 위해 퇴직연금 불입액의 소득공제 한도액을 현행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증액하고, 고령자용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한편, 농촌노인들을 위해서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농지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몇가지 환영할 만한 정책이 들어있다.

그러나 75세 이상 노인의 틀니에 대해 2012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들어있는데, 틀니 보험적용은 이미 재작년 대선 때 여야 후보들이 공약한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그 동안 얼마나 무책임했는가를 잘 말해 주는 것이어서 마땅히 반성해야 한다.

경기도는 최근 100세 이상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에 2012년부터 5만~10만원의 효도수당을 지급하고 노인을 위한 일자리 4만개를 창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건강 100세 프로젝트’를 고령화대책으로 마련했다. 액수야 적지만 그 성의는 평가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진정한 공정사회가 되려면 노년세대에게 더 잘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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