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해결 위한 법 아닌, 노인 권리·책무 규정한 법 필요
고령화 해결 위한 법 아닌, 노인 권리·책무 규정한 법 필요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0.10.01 13:11
  • 호수 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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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노인’이 누구인지 불명확… 새로운 개념정립 혼란 없애야
청소년기본법·여성발전기본법은 존재…노인 관련 규정은 부재
노인기본법 통해 대한노인회 법적지위 부여·기금조성 근거도 필요
1천만 노인시대의 도래와 노인기본법 제정 필요성

주제발표-송인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대한노인회 정책이사)
현재 제정된 법률 중 노인과 관련된 법률을 살펴보면, 크게 노인의 복지법률, 노인의 보건 및 의료 법률, 노인이 살아가는 공간적인 측면 및 주거와 관련된 법률, 노인의 경제생활과 관련된 소득과 관련된 법률 등이 있다. 그러나 노인관련법률은 현재 개별법으로 산재된 채 제정돼 있어 상충요소를 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의 권리 및 책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언급 없이 각각의 법률이 제정된 개별적인 목적 및 필요에 따른 지엽적인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에 관한 종합대책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노인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 필요
고령사회를 구분하기 위한 지표로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그 기준으로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65세 이상’이라는 기준으로는 고령사회를 구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듯하다. 또, 현행 노인관련 개별법을 살펴봐도 고령사회를 구성하는 노인이 과연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을 정의한 법률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현행법 중에서 노인복지법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 온 자’를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고,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 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에 불과하다.

두 법은 누가 노인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정의한 것이 아니어서 누구를 노인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란으로 남겨져 있는 상태다.

따라서, 노인기본법을 제정해 일반적인 노인 개념을 정의한 후 노인관련 각 개별법이 언급하고 있는 노인개념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참고로,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에 대해 ‘9세 이상 24세 이하의 자를 말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서 청소년에 대한 적용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청소년에 대한 개념 및 범주를 확실히 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에 관한 개념을 확실히 정의 내려 노인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에 대한 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한계
세계 각 나라는 고령사회에 대비한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정돼 있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주로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고령사회에서 발생되는 사회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 고령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주체라고 할 수 있는 노인에 대한 권리 및 책무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기본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고령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인 노인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등에 관한 사항을 누락해 노인을 위한 기본법이 아니라 고령화문제, 즉 노인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의 기본법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여진다.

또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노인이라는 인간적인 측면이 아닌 노인의 증가라는 사회구조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어 접근함에 따라 고령사회에 있어서 노인이 마치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서 지위를 갖고 있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적인 측면에서의 사회의 중요구성원인 노인이 갖는 권리와 책무, 그리고 지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노인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청소년에 관련한 기본법인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의 권리와 책임에 관해 규정하고, 이러한 권리 및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세부적인 대책 및 기관, 단체, 복지, 기금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논리적인 틀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노인기본법을 제정해 노인의 권리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 진다고 할 수 있다.

■대한노인회에 관한 법적지위 부여의 필요성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이 사회복지단체로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및 ‘한국사회복지협의회’라는 단체의 설립근거 조항을, ‘청소년기본법’이 청소년단체로서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라는 단체의 설립근거 조항을 각각 둬 관련단체에 관한 법적지위를 명확히 두고 있다.

대한노인회가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전체 노인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단체라는 점, 즉 대한노인회의 실질적인 위상에 비춰 본다면 대한노인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해 법적인 근거가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대한노인회의 법적 지위에 관해서는 노인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법인 노인기본법을 제정해 그 법 안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판단된다.

■기금마련의 필요성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5년마다 수립되기 때문에 그 때마다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고, 그에 따라 재원의 규모 및 조달방안이 수시로 변경돼 지속성 및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노인기본법을 제정하고, 그 가운데 기금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재정마련 및 운영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담보해야만 노인에 관한 정책의 효율성 및 효과성을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청소년기본법은 제8장에 청소년육성기금에 관한 규정을, 여성발전기본법은 제4장에 여성발전기금에 관한 규정들을 각각 마련해 안정적인 기금 마련 및 효율적인 기금운용에 관해 근거조항을 두고 있다. 따라서 노인관련 기금마련의 필요성이 시급함을 잘 알 수 있다.

노인기본법, 노인의 연령별 특성 반영해야
토론-하일호 변호사(대한노인회 정책이사)
전통적으로 우리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며, 사회갈등의 중재자였다. 자식들의 분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어르신들의 한마디가 해결의 실마리였다. 그 말에 따르는 것이 온당하다고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람을 위해 만든 돈에 지배당하고 있다. 노인기본법 제정에 대한 명제는 누구도 반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가.

청소년기본법에 정하고 있는 24세까지의 청소년은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책무도 있다. 우리사회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있다. 머지않은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세까지 사는 세상이 온다면 65세 이상이라도 연령과 문화적 차이, 지역적 차이 등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되는 집단이 대한노인회다. 노인기본법을 제정할 때는 이러한 노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고령사회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급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노인이 과연 더 이상 생산활동을 못하는 소비적인 잉여존재인가. 그것은 아니다. 법원에 그 많은 소송이 몰리는 것은 과거 어르신들의 권위를 잃었기 때문 아닌가. 어르신들의 중재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들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역할을 되찾는다면 사회적 갈등을 낮출 수 있는 생산적 가치가 어르신들에게 반드시 있다고 본다.

사회 전체적으로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 좋다. 사회의 능동적 주체로 인식하고 노동시장에 편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기금과 관련, 현재 고령화사회라고 하지만 30대와 40대가 갖고 있는 활동성을 노인들이 그대로 갖기는 어렵다. 생산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만큼 생산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국가의 기금으로 노인인력을 보조한다면 사업주체는 당연히 어르신들을 고용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대한민국의 성장에는 어르신들의 희생이 배경이 돼 있다. 오늘날 부강한 한국사회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노인기금의 출발점이다. 노인기금 액수의 적정성, 지급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노인기금에 의해 문화 및 경제 활동 등의 기초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노인발전기금, 노인공동체 스스로 문제 해결 가능
토론-박철호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교수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관련해 ‘문제 해결 중심에서 사전 문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 중심에서 문제예방 중심으로의 정책 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노인정책의 방향이 점차적으로 노인을 사회에서 분리시킨다는 ‘분리이론적’ 성격에서 노인들의 새로운 활동이나 역할 개발을 중시하는 ‘활동이론적’ 성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노인기본법의 필요성으로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노인기본법의 기본 가치관은 노인은 중년기와 다름없는 사회적 욕구를 지니며, 사회활동의 참여 수준이 높을수록 노인의 생활만족도도 높고,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노인발전기금의 설치 운영과 관련, 그동안 노인에 관련된 문제들은 주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해결돼 온 점을 고려할 때 노인발전기금은 노인공동체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도하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노인공동체는 국가의 지원에서 벗어나 자립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한노인회의 새로운 지도체계가 내세운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란 슬로건은 매우 의미가 크다.

노인기본법 중 ‘고령사회위원회 설치’가 포함될 수 있는데, 명칭을 ‘노인공동체위원회’로 할 것을 제안한다. 또, 그 소속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로 해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노인의 사회참여와 복지 등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인문화진흥원’의 설치가 필요하다. 활동적인 노인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사회통합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인들의 능력개발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대로 된 기관이 필요하다.

노인의 개념 정의와 관련해서는 현대 언어철학자로 유명한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의 가족유사성(family resemblance)의 원리에 따른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노인의 개념정의를 단편적인 것보다 유사한 개념을 복합적으로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노인복지법이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온 자’라고 규정한 것을 필히 ‘노인’ 개념의 정의에 넣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이 사회에서 존경 받고, 또한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갖는 것이 지극히 ‘사회적 정의’에 합당하기 때문이다.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온 자’이기에 마땅히 그 기여에 대한 몫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노인이다. 대한민국이 공정사회요, 정의사회를 지향한다면 제대로 노인의 몫을 찾아주는 것이 정당하다. 노인들도 마땅히 자기의 몫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 노인기본법의 내용에 효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을 기대한다. 전통적으로 경로효친이 우리 삶의 기본 가치관이었다. 엄격히 말해 대부분의 노인들은 노부모들이다. 따라서 노인기본법은 ‘노부모기본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공경은 사회적 의미가 강하지만 효는 가족적 의미를 보다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사회적으로 대우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가정에서 자녀로부터 보다 더 대접받으면서 평안하게 여생을 보내길 원하다. 이런 의미에서 노부모가 아닌 노인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노인기본법은 이미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17조에 포함돼 강조된 효의 내용을 한 번 더 숙고해 노인기본법의 내용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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