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칼럼] 우리 집 재산 상태를 파악해 보자
[강창희 칼럼] 우리 집 재산 상태를 파악해 보자
  • 관리자
  • 승인 2010.10.01 13:42
  • 호수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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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최근 정년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분들로부터 “노후를 대비해서 그동안 모아둔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필자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현재 자기 집의 재산 상태부터 파악해 보고 그에 맞는 자산관리를 하라고 권유한다.

재산 상태를 파악해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종이 위에 T자를 그린다. T자의 왼편에는 보유한 자산들을 열거하고 자산별 현재 가치를 표시한다. 오른쪽에는 은행이나 신용금고 등에서 빌린 돈이 있다면 그 금액을 적는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대차대조표의 형식을 바탕으로 자기 집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자산은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으로 나뉜다. 실물자산에는 거주용 주택, 토지, 가재도구, 보석, 자동차, 골프회원권 등이 있고, 금융자산에는 현금, 예금, 주식, 채권, 펀드, 보험, 연금 등이 포함된다. 가령 어느 시점에서 자산의 합계를 평가한 금액이 5억원이고, 이때 은행에서 빌린 돈이 3억5000만원(상환잔액)이라면 5억원에서 3억5000만원을 뺀 1억5000만원이 순자산 즉, 자기자본에 해당한다.

재산 상태를 파악한 다음 해야 할 일은 부채를 정리하는 일이다. 부채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생활수준을 낮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생활수준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강의를 하면서 이런 내용을 설명하면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 분들이 많다. “재테크로 재산을 늘릴 방법을 배우러 왔는데 지출을 줄이는 방법부터 생각하라니 그런 당연한 얘기를 왜 여기까지 와서 들어야 하는가?”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분들이 지출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을 하고 있다면 그런 표정을 짓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지출금액은 자신의 의사만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냉정하게 살펴보면 경조비 등을 포함해서 의외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나타난다. 반면 금리나 주가는 그 누구도 관리를 할 수 없다. 수입 또한 좀처럼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관리가 불가능하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가계 지출 정도인 것이다.

‘절약’이라고 하는 전략은 중요한 투자방법이기도 하다. 절약을 할 수 없다면 가장 투자성과가 높은 투자 상품임을 알면서도 내다 버리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1만원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9000원으로 그 일을 끝냈다면 그 순간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에 비해 10% 수익률을 낸 결과가 된다. 이것이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면 연율로는 120%의 수익을 올린 결과가 된다. 리스크를 지지 않고 이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은 어디에도 없다. 금리나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든 상관이 없다. 절약은 가장 확실한 운용방법인 것이다.

절약이 이렇게 효과적인 투자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습관화된 생활수준을 낮춰 절약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상상 이상의 고통이 따른다. 이 때문에 생활수준을 낮추는 노력보다는 수입을 늘리는 방법, 그 중에서도 단기 재테크로 생활비를 버는 방법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단기 재테크로 돈을 번다는 것은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또한 현역시절에는 재테크에 다소 실패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정년 후에는 그럴 시간도 없다. 따라서 재테크를 통해 수입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가계 지출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부채가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 위해 발생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차입금리와 투자수익율의 관계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책적인 장기·저금리 자금이라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하기 위해 고금리의 신용대출을 받은 것이라면 성공 가능성을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 몇 년에 한번 정도는 몰라도, 계속해서 신용대출금리 이상의 투자수익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투자는 빌린 돈을 갚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1년에 한 두 번 사용할까 말까한 골프회원권, 거의 수익을 낳지 않는 금융자산 등은 매각해 부채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산관리의 시작은 가계의 구조조정부터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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