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100만 돌파… 생활고에 지쳐 힘겨운 나날
홀몸노인 100만 돌파… 생활고에 지쳐 힘겨운 나날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0.08 11:37
  • 호수 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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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홀몸 어르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올해로 홀몸노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홀몸노인 증가는 핵가족화 및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더불어 나타난 가족 해체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경제적 능력을 갖춘 노인들이 자녀들로부터 독립해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대다수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홀몸노인들은 경제적·건강·외로움 등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2010고령자통계’ 결과, 홀몸노인들은 ‘경제적 문제’(43.6%), ‘건강문제’(37.9%), ‘외로움·소외감’(9.5%)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홀몸노인들을 위한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과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세시대은 ‘효의 달’을 맞아 홀몸노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서울 중구에 사는 박인옥(73·가명) 어르신은 16.5㎡(5평) 남짓한 반지하 다가구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아들과 딸이 있지만 다들 생활이 넉넉지 않다. 아들은 사업에 실패한 뒤 트럭 한 대를 구입해 장사를 한다며 떠돌이 생활로 소식이 끊긴지 벌써 2년이나 됐다. 딸은 시집을 간 뒤 가끔 연락은 하지만 먹고 살기 어려워 일 년에 한두 번도 보기 어렵다.

박 어르신 수입은 일주일에 3일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앞 교통지킴이 활동을 하고 받는 임금 20만원과 기초노령연금 9만원이 전부다. 매달 20만원씩 월세를 내고, 수도세와 전기세 등 공과금을 빼면 손에 남는 돈은 고작 몇 만원. 그나마 복지시설에서 쌀이나 김치 등의 물품을 지원받아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생활이 어렵지만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도 제외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수관(71·서울 구로동·가명) 어르신은 폐지를 모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홀몸노인이다. 10여년 전 충남 당진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젊은시절부터 떠돌이 삶을 살았다는 그는 상경 후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나마 2년 전까지만 해도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 통보를 받았다. 앞이 캄캄했다.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했다. 급한 마음에 폐지를 모아 되팔았다.

지금도 새벽이면 상가나 대형 슈퍼마켓 등을 돌며 폐지를 모은다. 부지런히 폐지를 모으면 한 달 생계는 근근이 유지한다. 방세 20만원, 식대 20만원, 가스비·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5만원 등 한 달 최소 생활비만 45만원에 이른다. 새 옷을 사거나 술을 마실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떠돌이 삶을 살았으니 정부지원금은 자격이 안된다. 최 어르신은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몸이 아프거나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홀몸노인 102만 가구…경제·건강·외로움 ‘고민’
박 어르신과 최 어르신처럼 홀로 사는 노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노인 단독가구(독거노인)는 102만1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6%를 차지해 올해 처음 홀몸노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47만8000가구가 증가한 수치다. 홀몸노인 가구 비율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해 20년 뒤에는 10가구 중 1가구(11.8%)일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홀몸노인 증가는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더불어 가족의 해체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경제적 능력을 갖춘 노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혼자 사는 노인의 어려움은 경제적·건강·외로움 등을 꼽는다. 실제로 ‘2010고령자통계’ 결과, 홀몸 노인들은 ‘경제적 문제’(43.6%), ‘건강문제’(37.9%), ‘외로움·소외감’(9.5%)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홀몸노인 1인당 월평균 소득이 최저생계비(50만4000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이 보건복지부의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홀몸노인은 12.3%에 불과했다. 이들의 소득액을 살펴보면 월평균 소득액은 24만5000원에 불과했고, 10만원 미만인 경우도 18.6%를 차지했다.

이처럼 사회활동 참여가 부족하다보니 생활비는 주로 자녀나 친척에 의지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생활비는 ‘자녀·친척’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43.5%로 가장 많았고, ‘본인이 직접’(33.6%) 마련하거나 ‘정부·사회단체’(22.9%)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독거노인 10명 중 6명은 본인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답했다.

한 집에서 손자·손녀, 아들·며느리와 함께 시끌벅적하게 사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대부분의 노인이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기피한다. 홀몸 노인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홀몸노인의 71.5%가 ‘향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해 전체 노인 중 같은 의견을 가진 경우(60.6%) 보다 높게 나타났다. 홀몸노인이 살고 싶어하는 곳은 ‘자가’(65.9%)가 가장 많았고, ‘무료 양로원·요양원’(24.3%), ‘유료 양로원·요양원’(4.2) 순으로 나타났다.

홀몸노인들은 자녀가 있어도 함께 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유재중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76.5%가 현재 자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명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도 29.8%나 됐다. 10명 중 3명은 가족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능력 있으면 ‘자식눈치’ 싫어 독립
홀몸노인들이 자녀와 따로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거나 ‘자녀 눈치를 보며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경제적 능력을 갖춘 노인들이 늘면서 자녀로부터 독립해 ‘나만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독립의지’ 내면에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씁쓸한 현실이 배경이 되고 있다.

16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계영(69·충남 천안)씨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독립한 대표적인 경우다. 이씨는 갓 시집온 며느리가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을 불편해 할까봐 먼저 독립선언을 했다. 처음엔 ‘모시고 살겠다’는 아들 내외의 반대에 부딪쳤지만 가출까지 감행,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그렇게 도심을 벗어나 전원생활에 접어든지 4년째. 다행스럽게도 매달 받는 공무원 연금과 그동안 모아 놓은 퇴직금이 큰 도움이 됐다.

이씨는 “자녀들 눈치 안보고 내 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독립한 가장 큰 장점”이라며 “요즘에는 성교육 강사와 노인성 관련 영화제작 준비 등 바쁘게 살고 있어 외로운 줄 모른다”고 말했다.

김영순(75·경기 일산) 어르신도 2001년 남편과 사별한 후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김 어르신은 “남편과 사별 후 자녀들 집을 돌아가면서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며느리나 사위 눈치가 보여 마음이 편치 않아 혼자 살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능력을 갖춰 스스로 독립을 선언한 노인들은 행복한 축에 속한다. 대부분의 홀몸노인들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경제력의 유무를 떠나 자식들과 도란도란 살아가는 평범한 생활이 어르신들의 가장 큰 바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홀몸노인들의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란 공통분모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지속적·종합적인 서비스 체계 마련 시급
홀몸노인을 위협하는 최대의 난적은 건강이다. 혼자 생활하면서 비롯되는 빈곤한 식생활과 부실한 건강관리가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홀몸노인들에게 보다 나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이 응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원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고정적인 연락망을 구축하는 등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홀몸노인에 대한 종합적인 사회안전망서비스인 ‘노인돌봄서비스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노인돌보미가 홀몸노인의 집에 일주일에 1∼2차례 방문하거나 전화로 안부를 묻는 서비스다.

하지만 노인의 특성상 하루에도 수차례 응급상황이 발생하는데다 낮보다 밤에 위급상황이 더 많이 벌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하다. 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돌보미의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비전문가로 구성돼 응급상황에 부딪쳐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성재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우선 홀몸노인들의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노인돌보미가 활동하지 않는 시간에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24시간 고정적인 연락망을 구축하는 등 정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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