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이슈이슈]일회성 행사 위주 ‘노인의 날’ 기념식
[쉽게 읽는 이슈이슈]일회성 행사 위주 ‘노인의 날’ 기념식
  • 관리자
  • 승인 2010.10.08 16:14
  • 호수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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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관심 바탕 ‘효의 달’로 확대해야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전후해 전국 각 지자체가 일제히 기념식을 개최하고 체육대회와 공연 등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기념식과 각종 행사가 끝나면 더 이상 ‘노인에 대한 예우’는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어서 어르신들의 허탈감만 커지고 있다.

특히 2007년 7월 2일 공포돼 1년이 경과한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는 ‘효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자녀들의 효 의식 고취를 위해 10월을 효의 달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실천적 방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징적 선언에 그치고 있다.

이번 ‘노인의 날’은 1997년 처음 제정된 이래 14회를 맞았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경로효친 사상을 높이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노인의 날’을 제정한다고 돼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의 날’은 매년 10월 2일이지만, UN이 정한 ‘국제 노인의 날’은 매년 10월 1일이다. 우리나라는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기 때문에 다음 날로 밀렸다. ‘국제 노인의 날’이 정해진 것은 1990년이고, UN은 이듬해인 1991년 5개 항으로 구성된 ‘노인을 위한 UN원칙’을 채택했다. 노인들은 존중과 보호의 대상이라는 점과 일을 통해 소득을 얻거나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한 기회가 노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UN에 앞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에 걸맞게 1982년, 대한노인회가 중심이 돼 세계 최초로 ‘노인헌장’을 제정해 공포했다. 역시 5개 항으로 이뤄졌으며, 노인에 대한 봉양과 노인의 사회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원칙과 제도는 현실보다 이상을 담는 그릇이 되기 일쑤여서 수혜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곤 한다.

이번 ‘노인의 날’에도 서울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일부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도 ‘노인의 날’을 맞아 별도로 이런저런 행사들을 개최했다. 그러나 정작 행사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서울의 한 자치구가 마련한 노인의 날 행사장에서 만난 76세의 한 어르신은 “경로당 친구들을 따라 그냥 왔다”며 “매일 경로당에만 있기가 지겨워 잠깐 나왔는데, (노인의 날 기념행사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노인들에게 먹을 것 주고 선물 주면 좋아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마치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다”며 “지난해 기념행사에 참석했을 때 ‘앞으로는 오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 봤더니 내년부터는 절대 참석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됐다”고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더러 밝은 표정으로 행사를 즐긴 어르신들도 있었지만 그 내면에는 체념에 가까운 씁쓸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행사내용이 즐거웠냐고 묻자 “요즘 누가 늙은이들한테 신경이나 쓰냐”면서 “그래도 ‘노인의 날’이라고 이렇게 불러 잔칫상 차려주는 것이 고맙다”고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노인의 날’에 대한 인식조차도 희박하다. ‘노인의 날’이었던 10월 2일, 요즘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단문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트위터’에 “노인의 날을 아시나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답변 중 절반 이상은 “그런 날도 있냐”는 반응이었고, 나머지 절반도 “들어본 적은 있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젊은이는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사회복지사였고 다른 한 명은 마케팅 담당자였다.
최근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통해 수입을 얻고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오면, 한 편에서는 “높은 청년실업률이 더 문제”라던가 “어르신들을 근심걱정 없이 편안하게 모시고 싶어도 많지 않은 복지예산이 문제”라는 등의 반론이 나오곤 한다.

노인사회에서는 “이 같은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는 노인에게 일자리를 되찾아 주는 일도, 최소한의 보살핌도 요원하며, 정책적 뒷받침이 선결되더라도 사회의 무관심이 변하지 않는 한 어르신들의 외로움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의 날’이 하루 몇 시간으로 끝나고 마는 허무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부정적 이미지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노인의 날’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당장 상징적 ‘효의 달’을 실천적 ‘효의 달’로 승화시켜야 하는 필연적 이유이기도 하다.

서승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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