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니어 비즈니스’ 이정표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시니어 비즈니스’ 이정표는 무엇인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0.15 10:48
  • 호수 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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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세대 특성 분석 필수… 민·관·학 등 적극 연계해야
기업, 구매력 높은 베이비붐 세대 겨냥 상품 속속 출시
선진국 걸어온 길 ‘타산지석’ 삼아 시니어 시장 형성해야

 

국내외 시니어 비즈니스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우리나라 고령친화시장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자리가 10월 12일 오후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마련됐다. 백세시대이 후원하고 (주)프로휴먼과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주)시니어라이프가 주최한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가 초청 특강’은 선진국의 시니어산업 성공 사례를 분석해 국내 시니어 시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특강은 제니스 워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노년학 주임교수가 ‘미국 시니어비지니스&마케팅 인사이트’, 한주형 프로휴먼 FM 연구소장이 ‘세컨드헤프 디자인’, 은병수 은카운슬 대표 ‘시니어비지니스와 디자인’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각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정리, 분석해 살펴본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사진 임근재 기자 photo@100ssd.co.kr

 

“시니어 세대의 특성 분석이 우선돼야”
제니스 워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노년학 주임교수

제니스 워셀 교수는 “시니어 시장에서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들 세대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파악해 시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시니어 계층은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약 77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우리나라 기준 46~64세)로 정의된다.

이들 세대의 특징은 높은 교육수준과 함께 백만장자가 가장 많은 연령층이며, 평균수명이 가장 길 것으로 예측되는 세대로, 미국 경제의 소비를 주도해 왔다.

실제로 미국의 50대 이상 집단의 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 주식 등의 투자에 1조5000억 달러를 소비했고, 자동차(6490억 달러)나 집과 정원(896억 달러)에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기업들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구매력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개발, 선보이고 있다.

성공적인 마케팅을 꾀한다면 이들 집단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 현재는 물론 앞으로 이들이 노년기에 접어들어 발생할 일들도 미리 예측해 둬야 한다. 예를 들어 고향을 떠났던 자녀들이 부모 부양을 위해 귀향하거나 사고나 질병 등 건강상 변화 등을 예측해 마케팅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워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향을 지녔다고 단정 짓지 말라고 당부한다.
워셀 교수는 “일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동질적인 집단이라고 인식하지만 18년이라는 시간차가 나는 이들의 성향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베이비붐 시기의 처음과 마지막 세대가 무려 18년이라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임의로 1세대와 2세대로 나눠 분류한다. 베이비붐 2세대의 경우 1세대보다 매우 역동적이며 스스로 노인 집단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는 성향을 갖는다. 이들 세대도 뚜렷한 성향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 최근 국내에서도 시니어시장을 구분할 때 50대 후반과 60대 초반 및 후반, 70대, 80대 이상 등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미국시장은 시니어를 겨냥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파산 위기에 놓였던 ‘도브’사의 경우 기존 상품의 이미지를 버리고 고령친화상품을 내세워 성공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광고시장도 과거 20대 여성을 주요 모델로 채용했다면 최근에는 중고령 여성을 선호하는 등 시니어를 겨냥한 상품이 호응을 얻고 있다.

워셀 교수는 시니어 시장이 단순히 고령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전략, 즉 세대를 초월한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일 것도 강조했다.

“선진국 시행착오 분석, 대응책 마련해야”
한주형 프로휴먼 FM 연구소장은 “시니어 시장은 다양하고 세분화돼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 전반을 돌봐 줄 수 있는 형태를 갖춘 기업을 설립하고, 민(民)·관(官)·학(學)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연계해 시니어 시장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한 모델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전제한 뒤 외국의 다양한 시니어 시장의 사례를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50대 이상 세대들이 높은 구매력을 갖추고 있어 시니어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의 한 투자 회사가 50세 이상 시니어들의 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 이들 세대들은 휴가와 재충전에 1250억 달러를 소비했다. 또 주거 및 노부모 부양에 1050억 달러, 식품·음료 및 보충재 수입에 660억 달러, 체력증진·체중감소와 건강관리에 500억 달러를 소비하는 등 총 4800억 달러를 썼다.

미국에서 성공적인 시니어 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는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골드바이올린’이란 인터넷 쇼핑몰이다. 이 쇼핑몰은 철저히 시니어의 욕구에 맞춰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특히 자사보유 창고와 상품발송 등 주도적인 마케팅을 추구하고 케이블 방송 쇼핑몰이나 노인단체 등과 체계적으로 연계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

또 미국에서는 노인주거문화 형태도 바뀌어 지역사회 대학과의 연계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대학 근교에 ‘시니어커뮤니티’(실버타운)를 지어 시니어들도 대학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대학뿐만 아니라 호텔 등도 시니어커뮤니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하얏트’ 호텔이 대표적인데, 현재 미국 전역에 20여개나 운영하고 있다.

이미 초고령화로 들어선 일본의 시니어 시장은 고령자의 신체적 능력 둔화를 배려한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은 특히, 고령화와 관련해 세계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동경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중 70%가 시니어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있으며, 앞으로 시니어를 위한 관광이나 건강식품, 로봇, 화장품 등 고령친화사업들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엔 일본 내 성인 기저귀가 유아 기저귀의 매출액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성인 기저귀 시장은 연간 5~10%씩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의 시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중국은 여행이나 오락 등 문화오락상품과 교육 등 정신적인 수요를 만족할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되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중국 시니어를 겨냥한 상품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성형의료관광이나 명품관광, 제주도 이민 등 중국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국의 잠재적 시장 확대 가능성도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주형 소장은 “빠른 고령화 진전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각국이 겪은 시행착오와 개별적 상황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고령자 배려한 디자인 설계돼야”
은병수 은카운슬 대표

은병수 대표는 “의식주 등 일상의 모든 분야가 디자인을 빼 놓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디자인의 범주는 광범위하다”며 “시니어 시장에서 디자인은 고령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이들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해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니어 시장에서는 노인을 포함한 장애인, 어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의식주는 물론 대중교통과 공공시설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심지어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일컫는다. 즉 단순히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발상의 확대로,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은 대표는 일상생활 속에서 디자인된 공간·물건 등이 대부분 고령자를 배려하지 않고 디자인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은 대표는 “한 예로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보조 의자를 비치해 두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노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고령자를 위한 특별한 디자인을 설계하자는 것이 아니라 나이든 사람도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은 대표는 시니어 시장의 디자인으로 동서양·현대와 고전·세계화 등을 융합한 디자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백세시대이 후원하고 (주)프로휴먼과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주)시니어라이프가 주최한 이번 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가 초청 특강이 10월 12일 오후 서울 행당동 한양대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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