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칼럼]노년층에 대형 고층아파트 문제는 없는가?
[강창희 칼럼]노년층에 대형 고층아파트 문제는 없는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0.25 14:56
  • 호수 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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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초고층 대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노부부를 만난 일이 있다. 그렇게 큰 집에서 사는 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집이 넓어야 결혼한 자녀들이 와서 자고 갈 것이고, 투자 측면에서 보더라도 대형 아파트가 소형보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년에 몇 번 와서 자고 갈지도 모르는 자녀들 때문에 그렇게 꼭 넓은 집을 보유해야 하는 것인지, 한국의 인구 구조와 출산율 등을 고려할 때 과연 앞으로도 대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을 것인지, 일본의 경우 고령화 대책으로 노인들이 서로를 돌보는 복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고층 아파트에서 이웃과 격리돼 사는 게 문제는 없는 것인지 등등의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몇 년 동안 특파원으로 근무하다가 돌아간 일본 언론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우리나라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의 말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깨닫고 있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냉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님이 넓은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녀들이 자주 와서 머물다 가곤 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교통의 발달과 마이카의 보급으로 웬만한 거리는 당일로 다녀가는 시대가 됐다. 가족 모임 또한 외부에서 갖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노인 세대가 지나치게 넓은 평수에서 살아야 할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 또한 지금까지는 대형 아파트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중소형보다 상승률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분양가 자율화가 적용됐던 지난 몇 년 사이 수요도 많고 돈도 되는 중대형아파트의 공급이 크게 늘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기왕에 착공된 재개발 대형아파트의 공급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급속한 핵가족화의 진행도 대형아파트의 수요를 줄이고 중소형아파트의 수요는 늘리는 쪽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203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에서 1인, 2인 가구를 합한 비율이 52%로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그때까지도 대형 아파트가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냉정하게 분석해 봐야 할 것이다.

혼자 사는 노인이 급속히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신문에도 보도된 바 있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이 16%로 46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의 숫자는 102만명인데, 전체 노인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이른바 독거노인의 비율이 일본보다 높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이제는 노후에 혼자 사는 생활이 보편화된 시대가 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서는 한 유명 탤런트가 세상을 떠난 뒤 사흘이 지나서야 발견돼 이른바 ‘고독사’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고독사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주위에 알려지지 않아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를 말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이웃 사람들과 자주 왕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세대에게는 이웃집만 한 복지 시설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때문에 선진국의 노년세대는 쇼핑, 의료, 취미, 오락, 친교 등을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초고층 대형아파트는 과연 노년세대에게 맞는 주거 형태인지 한번쯤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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