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로 연재소설 노수별곡(老手別曲) 그대품에 잠들었으면(17)
서문로 연재소설 노수별곡(老手別曲) 그대품에 잠들었으면(17)
  • 관리자
  • 승인 2010.11.05 15:01
  • 호수 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씨는 어려서부터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순탄치 않은 학업을 이어가야만 했다. 미래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지만, 맘 놓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어린 최씨는 생각했다.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 준다면, 평생을 그를 위해 살겠다.’고.
최씨 고향의 군수와 인연이 맺어진 건, 최씨의 간절한 소망이 하늘을 움직인 것인지도 몰랐다. 고등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돼 군수로부터 장학금을 전달받는 자리에서 최씨는 당돌하게 말했다. “만일 군수님께서 제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뒤를 봐주신다면, 평생 군수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군수는 그 자리에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최씨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매달 학비를 지원해 줬다. 최씨가 서울로 대학진학을 했을 때도 군수는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그 덕에 최씨는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최씨는 군수의 도움으로 학업를 이어나가면서 돈의 위력을 알았고, 이 사회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돈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군수의 막내딸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한 것도 최씨의 그런 생각 중 하나였다. 군수의 막내딸은 군수에게 골칫덩어리였다. 어려서부터 오냐오냐 키운 탓에 성정이 남달리 거칠었다.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 때문에 집안 식구들 모두 막내딸에게 쩔쩔매는 형편이었다.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닌 군수의 막내딸의 유별난 성격 때문에 나이가 차도 혼담을 이어가지 못했다.

최씨는 훗날 부인이 될 군수의 막내딸에게 어려서부터 쩔쩔 매 왔다. 그러니 결혼 한 후에도 그 관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는 괜찮은 은행에 입사해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자리를 잡았지만,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 많아졌다.

최씨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부인이 된 후에도 방약무인한 태도였다. 처가의 힘으로 경제적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어차피 집안일이야 사람을 고용해 살림을 맡겼으므로 집안일 가지고 불편한 일은 없었다.

첫날밤부터 문제가 불거진 부인과의 잠자리는 이후 몇 십년간 계속된 불화의 씨앗이었다.

어차피 ‘사랑’을 가지고 시작한 결혼은 아니었으므로, 최씨는 ‘정’으로 살면서 좋은 가정을 꾸리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러나 신혼여행을 간 첫날밤. 최씨의 부인은 잠자리를 거부했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아니, 그래도 우리가 결혼하고 맞은 첫날밤인데, 등을 돌리고 자서야 쓰나, 이리 와 봐요.”
“피곤해서 싫다는 데, 왜 이리 치근대요. 잠이나 자요.”

앙칼지게 쏘아 부치는 부인의 태도를 보면서, 최씨는 서운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이해했다.

그런데 날이 지나도 부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잠자리를 가지면서 전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날엔 꼭 해야만 직성이 풀렸고, 자기가 생각이 없는 날에는 상대는 안중에도 없었다.

부부관계에 있어 잠자리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죽일 것 같이 물고 뜯고 싸워도 부부란 한 이불 속에서 자연스레 몸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풀어지는 법이다. 그러나 최씨와 최씨의 부인은 잠자리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다. 최씨의 부인이 원해서 잠자리를 가져도 최씨는 주인이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섹스기계’일 뿐이었다.

“돌아 누워.”
“아, 쫌 힘차게 움직여!”
“핥아 봐.”
“성의있게 못 빨아?”
“됐어, 내려와.”

결혼 직후부터 몇 년이 흘러도 부인이 이런 태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편한 생활에 몸이 불어 출렁이는 뱃살을 늘어뜨리며 엎드려 있는 부인에게 뒤에서 관계할 때, 최씨는 마치 자신이 ‘멧돼지’와 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정말 못 참겠는 건, 자신의 욕망만 충족되면 그 자리에서 관계를 끝내버리는 거였다. 애정이 없으면 본능으로 관계한다 했던가. 그래도 잠자리를 하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만 욕망이 충족되면 최씨는 그 자리에서 관계를 끝내야만 했다.

화장실로 들어가 마저 사정을 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최씨는 순간 저 여편네를 단매에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