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늙은 나무에 더 좋은 열매가 맺는다
[독자기고] 늙은 나무에 더 좋은 열매가 맺는다
  • 관리자
  • 승인 2010.11.19 16:02
  • 호수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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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영 경희대 명예교수

인간에게는 속과 겉 양면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바울은 이를 속사람과 겉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겉사람은 세월과 함께 낡아지지만, 속사람은 연령의 제한 없이 날마다 새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인이 돼도 청년의 기분과 태도를 유지했다는 미국의 제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는 한 대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집은 낡아버렸어. 기와는 벗겨지고, 벽은 약해지고, 무너지는 집을 막대기로 버티고 있다.”
물론 애덤스가 말한 집은 그가 살고 있는 집의 건물이 아니라 늙은 자신의 육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기와는 벗어지는 머리카락을, 벽은 약해지는 몸을, 막대기는 지팡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그러나 노(老)대통령은 학생에게 다시 말했다.
“그렇지만 이 낡은 집의 주인은 자네처럼 싱싱하다네.”
그는 겉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천문학 교수였던 크리스토퍼 랜 박사는 60대에 교직을 은퇴하고 건축 설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교회당 건축 설계를 전문으로 하면서 89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53개의 교회와 성당을 설계했다. 수학에 대한 지식을 은퇴 후에 생산적으로 개발한 결과였다.
미국 자동차 산업에 혁혁한 공을 세운 과학자 찰스 키터링은 80세가 넘어서도 기계를 발명했다. 83세 생일 때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이제 그만 연구하고 편히 쉬시죠.” 그러자 키터링은 “오늘 편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너는 늙은 것이고 이미 죽은 것이다. 나는 늘 미래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젊게 살고 있는 거야”라고 했다.
해리 리버만은 77세가 되는 해에 사업에서 은퇴해 노인클럽에서 무료한 삶을 달래고 있었다. 어느 날 체스를 두던 파트너가 몸이 불편해 나오지 못하자 우연히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생전 처음으로 붓과 물감을 들었던 것. 81세가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해 10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그는 놀라운 재능을 펼쳤다. 그는 ‘원시 눈을 가진 샤갈’로 불렸고, 그의 그림은 불티나게 팔렸다.
1981년 로스앤젤레스 예술전시관에서 제22회 개인전이 열렸을 때 그의 나이는 101세였다. 하지만 그는 전시장 입구에 꼿꼿이 서서 내빈을 맞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흔, 여든 혹은 아흔 살 먹은 사람에게 이 나이가 아직 인생의 말년이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싶군요.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생각하지 말고 내가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세요. 무언가 할 일이 있는 것, 그것이 곧 삶입니다.”
육체보다는 마음에 녹이 슬지 않도록 노력하며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사실 장년기까지는 인생의 연습이고, 은퇴한 후부터가 진짜 자신을 위한 삶의 시작이다. 내 문제를 해결해줄 자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움직여라. 그리고 발전적으로 삶을 밀고 나가라. 늙은 나무에 더 좋은 열매가 맺을 수 있고, 하루의 햇빛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저녁 노을이다.
노년이여, 꿈을 꿔라! 우리에겐 민족과 세대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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