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결산편②
[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결산편②
  • 관리자
  • 승인 2006.10.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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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마음의 평안, 이타적 삶이 오래사는 비결

본지는 우리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개 장수하는 데 주목하여 은퇴한 노인으로서 겪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세월의 무상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공과 과가 있겠으나 어차피 전직 대통령들은 우리 역사입니다.
본지는 정치적 평가나 정파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①이승만 ②윤보선 ③박정희 ④전두환 ⑤노태우 ⑥김영삼 ⑦ 김대중 대통령 등 7명의 전직들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선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간적인 관심사와 삶의 즐거움, 건강생활, 원로로서의 자리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직들의 역사적 평가와 의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획시리즈로 미룬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그리고 기왕의 기획시리즈 연재를 마치면서 후속으로 전직들을 한 자리에서 살펴보는 결산편을 2회 연속 게재합니다. 백세시대 독자 여러분의 ‘건강 노년·문화 노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칭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48년부터이다. 불과 60여년 전이다. 대통령들의 나이를 보면 이승만(1875) 대통령부터 윤보선(1897), 박정희(1917), 김대중(1924), 김영삼(1927), 전두환(1931) 노태우(1932) 대통령까지 40여년이 조금 넘는 터울이 진다.

 

민주주의 사회체제의 역사로 보면 세계의 선진국들의 비해 짧기 때문에 전직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영국 대처수상과 정상회담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하지만 짧은 역사에 비해 정치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선진적인 나라로 꼽힐 만하다. 장기집권, 군사독재, 인권탄압 등 많은 비민주적인 자취를 발견할 수 있으나 어찌됐든 큰 부작용 없이 여야간의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한 나라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세계 10대 교역국이기까지 하다. 이것은 한국의 대통령들이 장수하는 뚜렷한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결국 지금 이나마 행복한 나라가 되게 한 주역이다.


정치는 있는 집 자제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섭생이 좋고, 결국 그래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져봄직하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가난한 편이었고, 이승만 대통령도 그리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부유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 기준에 부합되기로는 윤보선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정도다.


가정형편은 달랐으나 우리나라 전직들은 모두 옛 전통에 따라 호(號)를 하나씩 사용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우남(雩南), 윤보선 대통령은 해위(海葦), 박정희 대통령은 중수(中樹), 최규하 대통령은 현석(玄石), 전두환 대통령은 일해(日海), 노태우 대통령은 용당(庸堂), 김영삼 대통령은 거산(巨山), 김대중 대통령은 후광(後廣)이다.

 

대통령 중에서 연배가 가장 아래인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호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서 별명으로 ‘노짱’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 호 중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우남과 김영삼 대통령의 거산은 널리 알려져 있고, 박정희 대통령의 ‘중수’와 노태우 대통령의 ‘용당’ 등은 처음 듣는 것처럼 생소하다.

 

김영삼김대중 명예 박사 다수 소지

 

호를 이름 앞에 사용할 정도로 훌륭한 인품과 학덕을 갖추었을까  대답은 ‘예’다. 하나같이 어디에 내놓아도 그리 섭섭하지 않을 학덕의 소유자들이다.

 

우리나라 체면과 국민의 자부심이 걸려 있어 덕담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학도 뛰어났고, 미국에 가서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구 학문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학력까지 갖춰 민족 지도자로서 추앙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의 노인 세대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말보다 ‘이 박사’라는 말이 익숙하다.

 

윤보선 대통령도 식민지 시절에 영국에 유학하여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하고 나중에 이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곤츠 헝가리 대통령 언론발표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그 외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등도 하나같이 국내외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는 미국을 비롯하여 소련 등에서 모두 8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아 가장 많은 명예박사 학위 소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모스크바대학에서 받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비롯하여 국내외 유수의 대학에서 4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에 반해 가장 장기집권을 한 박정희 대통령은 육사와 육군대학 학력 외에는 이렇다할 명예박사 학위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학덕이 가볍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본 시리즈 취재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역사, 철학, 경제 분야에서 이 분야 학자들과 논쟁할 정도로 지적 능력이 있었다는 증언이 다수 있었다.


대통령들마다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각별하다. 전 호에서 살펴본 대로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청와대 주치의들의 권고를 따랐다. 따라서 좋아하는 음식도 삶고 익혀 먹는 전통음식을 즐기고, 채식을 주로 하는 편이었다.

 

대통령별로 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된장, 산채 등 전통 한식 음식을 즐기고, 윤보선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문대가집 자제였음에도 어려서부터 잡곡밥을 주로 먹는 건강식단에 따르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분식을 장려하며 밀가루 음식과 혼식도 자주 했으며, 전두환 대통령은 청와대시절 이후 소식하며 육식을 하지 않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퇴임 후 연희동 자택에 무시로 스님들이 방문하여 스스럼없이 식탁에 둘러앉아도 무방할 정도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운영하고 있고, 김영삼 대통령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맞게 소화하는 편에 속했다.

 

시래기국을 한 솥 끓여 상도동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무시로 먹을 수 있게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김대중 대통령은 대식가, 식도락가로 꼽히는 편이지만 청와대시절 이후 주치의의 권고로 식사량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잠 잘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한마디로 전직 대통령들이 건강하고 장수하기 위해 이른바 ‘나랏님 밥상’을 따로 차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지자들이 보내 주는 귀한 차나 특산물이야 있지만 그것이 규칙적인 것은 아닐 터이므로 그것 역시 장수와 건강의 비결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건강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잠자는 패턴은 대개 잠을 잘 자는 스타일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꿈을 꾸지 않을 정도로 숙면을 취하고 새벽 5시 반쯤에 일어난다.

 

꿈은 깊이 잠들지 않는 가수면 상태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 그 점에서 가장 건강하고 장수할 것 같은 이가 김영삼 대통령이다.

    

     미국 아메리칸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도 잠을 잘 자야 건강하다고 하여 평생 챙겼고, 윤보선 대통령 집안은 가풍이 웰빙 생활 패턴이 있어 잠도 잘 자는 편에 속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도 일찍 잠이 들어 아침 6시 무렵이면 일어나 운동을 한다. 이와 같이 전직 대통령들 대부분이 잠을 잘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깊은 밤에도 잠들지 않고 활동한 증언과 기록이 많았다. 담배 꽁초가 재떨이에 수북할 정도로 밤새 고심하고, 측근의 집을 방문하여 새벽까지 대화하며 술을 마신 일화가 많다.

 

김대중 대통령도 독서와 저술을 하느라고 잠이 부족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낯 시간에 잠깐씩 낮잠을 자는 것으로 부족한 잠을 벌충한다고 한다.


몸에 해롭다는 담배와 술도 대부분의 경우 멀리하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만이 담배와 술을 마음대로 했을 뿐, 다른 대통령들은 젊은 시절에 애연가, 애주가 소리를 듣다가도 끊고 있었다. 술의 경우는 완전히 금하는 것이 아니라 절주하거나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마시기도 하고, 만찬이나 행사 때에 반주 정도를 즐기는 것은 보통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과 취미생활, 좋아하는 운동은 각각 달랐다. 이승만 대통령은 장작패기와 낚시를 즐겨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음악과 운동을 즐기고 술을 마심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영삼 대통령은 조깅과 수영, 서예를 즐겼다.

 

김대중 대통령은 운동으로는 수영과 산책을 하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취미생활로는 정원 가꾸기와 독서를 즐겼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히는 등 역대 대통령 중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거의 스트레스를 안 받는 강한 체질이 되게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이유는 그 외에도 더 있다. 음식, 운동, 스트레스 등의 섭생만이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한 충심으로 일관한 건강한 정신도 한 몫을 한다.

 

그리고 지지자들의 열화 같은 성원도 전직들의 건강과 장수의 빼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정치가는 지지자들의 성원에 따라 자라나는 나무일 터이니 말이다.  

 

<끝>


(그동안 ‘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을 관심 있게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시리즈 후속으로 다음 호부터는 ‘장수하는 한국의 지도자들’ 편을 연속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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