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날개를 달고’ 책을 펴내며
‘열정의 날개를 달고’ 책을 펴내며
  • 관리자
  • 승인 2010.11.23 15:41
  • 호수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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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일 양원주부학교 학생

과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공부를 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여자는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 잘 가면 된다’는 사회 관념이 여성들의 배움의 열정을 가로막았던 시절이 불과 몇 십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여성 판사와 법관, 국회의원까지 등장했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사회적 위치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배움의 자리에서 소외 받았던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도 함께 시작됐다.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양원주부학교와 양원초등학교, 일성여자중고등학교가 어느덧 개교 58주년을 맞았다.

지난 11월 12일 개최된 개교기념식은 세상의 어떤 기념식보다 더 의미있고 보람있는 행사였다. 배움을 실천하기 위해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결코 사회적 여건이나 나이를 탓하지 않았다. 사회적 편견을 넘어 묵묵히 앞으로 펼쳐질 제2의 삶을 준비할 뿐이다.

이러한 만학도 학생들의 꿈과 열정이 담긴 개교 기념 책자도 함께 발간됐다. 올해는 ‘열정의 날개를 달고’란 제목으로 출판됐다. 한글조차 읽지 못했던 이들이 저자가 돼 펴낸 23번째 기념책자다.

이 책에는 ‘열정의 날개를 달고’란 제목처럼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열정과 희망이 가득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서 용기와 희망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가슴으로 전해주는 듯 하다.

책에는 생활에서 겪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수필과 시가 주를 이룬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들의 순박한 학교생활을 비롯해 사회에서 겪은 진솔한 외침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식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 깊은 곳에 숨겨뒀던 배움을 향한 그들의 꿈이 탄생시킨 수작들이다. 완성도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글 하나하나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필자 또한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읽으며 눈시울을 적셨다. 제 때 공부를 시키지 못해 더 가슴 아파했던 부모님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기쁨을 하늘에 계신 부모님과 함께 나누고 싶은 바람이다.

책을 통해 느끼는 벅찬 감동과 기쁨은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중고라는 희망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교에 다니지 않았더라면, 용기 내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감정들은 평생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을 정성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늘 주옥같은 말씀으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선재 교장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배우지 않으면 캄캄한 밤길을 가는 것과 같고, 열심히 배우면 밝은 태양 빛이 비추는 대낮을 걷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배움은 어두운 길에 광명의 빛을 비춰줬고, 비로소 배움의 갈증으로 목말라했던 과거의 순간들을 만학의 기쁨으로 채울 수 있었다. 덕분에 잃어버린 자신감과 행복도 되찾았다. 이제야 비로소 가슴을 펴고 새로운 삶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배움에서 시작해 배움으로 끝난다. 현재 자신의 나이가 100세를 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인가를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열정의 날개를 달고’를 펴내며 깨달은 사실은 나의 도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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