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크리스마스 앞두고 산타로 변신
어르신들, 크리스마스 앞두고 산타로 변신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2.15 15:59
  • 호수 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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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보육시설 돌며 마술·캐롤송 등 선봬

▲ 동대문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실시하는 산타 할아버지·할머니 파견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캐롤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12월 13일 서울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3층 강의실. 20여명의 어르신들이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한다. 율동을 하면서 두 번째 손가락을 세워 루돌프 뿔을 만들기도 하고, 두 손을 모아 하트도 만든다. 율동을 하는 어르신들은 마치 일곱 살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설렘이 가득하다.

동대문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추진하는 ‘2010 행복을 전하는 산타 할아버지·할머니 파견사업’ 교육이 12월 13일 늦은 오후 서울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이날은 산타로 변신할 어르신 20명이 캐롤과 율동을 배우기 위해 모였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동대문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노인일자리 일환으로 실시하는 이른바 단기 아르바이트다. 짧은 기간 일을 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보니 매년 어르신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산타 교육은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매일 2시간씩 캐롤을 비롯해 마술, 율동, 퍼포먼스 등을 배우게 된다.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연령은 대부분 60대 후반부터 70대.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은 2인1조로 팀을 꾸려 서울지역의 동대문구·중랑구 보육시설 등 53곳을 방문해 마술을 비롯해 덕담과 선물 등 행복을 전달하게 된다.

한 팀당 하루 공연은 평균 1~2곳. 일주일 일하고 얻는 수익은 10여만원. 하지만 소품 재료비나 교통비, 식대를 제외하면 정작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보다는 아이들에게 산타에 대한 환상과 행복을 선물하고자 하는 봉사의 마음이 더 크다.

실제로 보람을 얻고자 이 일을 선택하는 어르신들이 더 많다. 그러다보니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 70~80%가 한 번 이상 산타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산타가 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추위를 참아야 하는데다 산타 분장을 하고 아이들 앞에 나타나면 수염을 만지며 신기해하는 아이들부터 무서워서 도망가는 아이들까지 반응도 제각각. 약 한 시간 동안 6~7세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퍼포먼스도 선보여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타사업에 참여한 이재덕(74) 어르신은 “추운 날씨에 발품을 팔면서 산타 공연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하지만 준비한 퍼포먼스를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산타 할머니로 활동하고 있는 임선자(69)씨는 산타교육에서 배운 마술을 손자손녀들에게도 선보여 ‘할머니 마술사’가 된 사연도 털어놓았다.

임씨는 “수업시간에 배운 마술을 손자·손녀에게 선보인 적이 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며 “올해 배운 마술도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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