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과 함께 한 23년의 회고(回顧)
어르신들과 함께 한 23년의 회고(回顧)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1.13 13:42
  • 호수 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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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진천군지회 정기문 사무국장

1987년, 당시 46세의 전국 최연소 사무국장으로 대한노인회에 들어와 2010년 12월 31일자로 만 23년의 최장기간 근무를 마치고 정년퇴임한 충북 진천군지회 정기문 사무국장의 퇴임인사를 정리했습니다. 퇴임식에는 전태식 충북연합회장을 비롯해 충북 각 시군사무국장, 평소 그를 아끼던 관계자 등 2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아쉬움을 나누고 앞날을 축복했습니다.<편집자註>

대한노인회 사무국장직에서 물러나는 이 시각, 주마등처럼 스치는 지난날들을 회상해본다. 대둔산 케이블카가 생기기 전 가파른 등산길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보고 휴게소에서 봉투를 얻어 12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수거하던 일, 노인복지관 부지 선정을 놓고 군의회와 1년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연말에 관철시킨 일, 이른 새벽 노인 환자를 뒷좌석에 태우고 서울의 병원으로 가던 중 올림픽대로 차량 정체에 막혀 신음하는 환자와 함께 발을 구르던 일, 무더운 여름날 밤 노인 환자 곁을 아내와 함께 밤새워 지키던 일, 자식도 몰래 날품으로 모은 900만원의 노후자금을 사기당한 어르신을 위해 고소장을 들고 경찰서 2곳을 드나들며 사기꾼을 잡는다고 잠복하고, 청와대 진정서를 내던 일도 있었다.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며 보람으로 영원히 간직 될 것이다.

평소 ‘하늘 우러러, 사람을 굽어보아 아무 부끄러움 없는’이란 군자삼락의 한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아 업무를 수행했다고 자부한다. 치우침 없는 공정성, 믿음을 주는 투명성,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자신을 가눔에 있어서는 고루하지 않으려고, 모나지 않으려고, 비굴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러한 생각들과 실천의지는 무한의 힘과 용기의 원천이 됐고, 주변과 대상자들의 공감대 형성의 기반이 됐다.

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회원들의 흔쾌한 참여와 협조, 지역사회의 성원 그리고 소박한 의지와 열정을 더해 뚜렷하게 기록된 23년의 역사를 정리해 본다.

첫째, 노인복지관 운영을 자발적으로 시작해 한 치의 오차나 예산낭비 없이 11년째 농촌형 모델로 자리 매김 했다. 둘째, 노인대학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전국에서도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셋째, 후원회 성격을 겸한 자문위원회가 70여명으로 구성돼 10여년째 매년 1000만원 이상의 재정지원과 바람막이로 노인을 대변해 주고 있다. 넷째, 250여명의 들국화봉사단을 구성해 각종 봉사활동을 펼쳐 ‘받기만 한다’는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참여 노인들에게는 봉사의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다섯째, 지역에 따라서는 더러 노인사회가 갈등을 보이는 곳이 있으나 우리 지역에서는 지회를 중심으로 모든 노인단체가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전통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흐뭇하고 뚜렷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그밖에도 노인대학 졸업생, 복지관 수강생들에게 준 희망과 기쁨의 크기를 어찌 물량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 시각 우리 지역 군청과 노인회에서 각기 직분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정년퇴임식이 열리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은 양지에서 수동적으로 최선을 다했고, 다른 한쪽은 음지에서 능동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한쪽은 국가가 주는 훈장을 목에 걸었고, 다른 한쪽은 노인들이 주는 훈장을 가슴 속 깊이 새겼다는 점이다. 한쪽은 억대 이상의 노후생활을 보장 받았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이 차등은 극히 정상적인 세상의 모습이고, 스스로 기꺼이 선택한 길이었기에 일말의 후회도, 원망도, 시기도 있을 수 없다.

나만의 의욕으로 선택했던 길이 내 가족들에게는 아픔의 그늘일 수도 있어 못내 죄스러움을 숨길 수 없으나 그늘은 어떤 형상의 크기와 농도에 정비례할 것이고, 관 뚜껑을 닫고 먼 훗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로 평가될 것이다.

하늘은 무심치 않아 날릴 수도 있을 것이라 각오했던 많지 않은 재산, 불지도 줄지도 않아 ‘우리식’ 생활방식이라면 노후생활 걱정할 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방식으로 아이들 교육을 도와주었고, 늦게 얻은 자식 둘을 정상적으로 키워 성취시켰다. 괴로워하던 질병도 저절로 사라져 적어도 10년은 젊어진 건강을 지켜 주었다. 노인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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