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일환 국수가게 수익, 지역사회에 환원
일자리 일환 국수가게 수익, 지역사회에 환원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1.27 12:04
  • 호수 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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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방화동 어르신들 1200만원 상당 라면 지역 주민에 전달

▲ 서울 강서구 방화동 어르신들이 1월 26일 ‘동화마을 잔칫날 국수전문점’에서 얻은 수익 일부를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하기위해 라면 600상자(1200만원 상당)를 구입, 나눔행사를 가졌다. 한 어르신 봉사자(왼쪽)가 지역 주민에게 라면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국수가게를 운영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50여명의 70~80대 어르신들이다. 이 지역 어르신들은 지난 2009년 3월 방화3동 한 상가에 ‘동화마을 잔칫날 국수전문점’을 열었고, 매년 수익금 일부를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하고 있다.

올해 첫 환원행사가 1월 26일 국수전문점 앞마당에서 방화동 차상위계층과 새터민(탈북자) 400세대를 비롯해 방화1·2·3동, 공항동 등 4개 동 경로당 40여곳, 파출소, 예비군중대 등에 1200여만원 상당의 라면 600상자를 전달하는 ‘동화마을 잔칫날 나눔행사’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20여명의 직능단체장도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지난 2009년 9월 서울 강서구 국제청소년센터에서 그동안 노인들에게 잔치를 열어 준 지역 봉사단체를 초청해 고마움을 전달하는 행사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방화동 초등학교 3곳에 각 30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국수전문점은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문을 열었다. ‘길꽃어린이도서관’ 김동운 관장(64)이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제안한 것. 어르신들은 국수전문점의 문을 열기 전부터 수익금 일부를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하자는 약속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국수전문점은 39.6m²(12평) 남짓한 좁은 면적이지만 하루 평균 400~5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이미 방화지역에서는 명소로 손꼽힌다. 비결은 국수 한 그릇에 3000~3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맛, 그리고 어른이 다 먹기에도 버거운 푸짐한 양. 한 달 전부터는 어르신들이 손수 빚은 만두까지 선보여 국수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르신들의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져 배 부를 때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 일주일에 한차례씩 농촌에서 직거래한 배추를 이용해 직접 담근 김치도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만점이다.

주요 고객은 단연 인근주민.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고 서울지역은 물론 경기도에서도 손님이 찾아 오다보니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한 달 순수이익이 700만~800만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돌아가며 주문을 받고 손님을 맞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은 서울시 지원금과 국수가게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매달 20만원을 손에 쥔다.

자신의 근무 시간이 지났는데도 남아서 일을 하거나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자리 기간 외에도 돌아가며 무료 봉사를 한다. 이렇게 인건비가 줄면 더 많은 금액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국수전문점 봉사자대표 신현부(79) 어르신은 “그동안 우리들은 노인이라는 이유로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며 “이제는 일자리를 통해 얻은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베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호응에 따라 국수전문점은 오는 3월 강서구 가양동에 2호점에 이어 올 해 중 화곡동에 3호점을 열 계획이다.

국수전문점을 총괄운영하고 있는 김동운 길꽃어린이도서관 관장은 “국수전문점이 지역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는 ‘우물가의 빨래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앞으로 방화3동 뿐만 아니라 가양동, 화곡동에 국수전문점을 마련해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만들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국수를 판매한 수익금은 지역에 환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교육 운영비로도 사용되고 있다.

현재 방화동 어르신들은 전통짚공예, 북시터(Book-Sitter·책 읽어주는 사람), 실버순찰대 등의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09년 9월 발대한 ‘동화마을실버순찰대’는 여성노인 20여명이 제복을 갖춰 입고, 북을 연주하며 방화동 학교 앞 우범지역을 순찰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어르신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휴대해 동영상을 찍는 이른바 ‘걸어 다니는 CCTV’ 활동을 통해 우범지역을 감시하고, 다양한 아동성범죄예방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밖에 어르신들이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 등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책을 읽어주는 ‘북시터’ 활동과 1·3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전통놀이 짚공예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희망찬 인생 제2막을 실천하고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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