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인 기준연령, 높일 때가 아니다
[특별기고] 노인 기준연령, 높일 때가 아니다
  • 관리자
  • 승인 2011.02.11 10:08
  • 호수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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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심 대한노인회장

노인의 기준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 또는 75세로 올리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학 발달과 생활수준 및 복지향상으로 현재 평균수명이 80세에 가깝고, 급기야 ‘인생 100세’ 시대가 머지않았기에 65세로 못 박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논리다.

언뜻 그럴듯한 주장으로 들린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노인의 기준연령을 높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첫째, 현 노년세대는 과거 왕성한 경제활동 시기에 국가의 경제발전과 자녀양육에 헌신하며 자신의 노후는 전혀 대비하지 못한 세대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도 현 노년세대의 희생에 따른 것이며, 그들의 공(功)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1%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악이었다. 이 때문에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시행됐고,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 가량이 다소나마 소득보장 혜택을 받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병의원을 이용할 때도 진료비가 일정금액 이하면 본인부담금 감면혜택을 받고 있는데 노인들에게는 이 금액도 무시하지 못 할 매우 큰 혜택이다.

더욱이,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전철을 비롯해 고궁, 국·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공원 요금의 100%, 철도 요금의 30~50%를 할인하는 등 경로우대시설을 규정해 운영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로우대시설 이용 혜택은 돈도 돈이지만 국가와 사회가 노인을 존경하고 모시겠다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인의 기준연령을 현재보다 5세가 많은 70세로 올린다면 65~69세 사이에 속한 약 170만명이 복지사각지대로 떨어져 나간다. 기준연령을 75세로 한다면 약 300만명으로 숫자가 불어난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노후는 누가 책임지고 보상할 것인가.

둘째, 노인의 기준연령을 상향조정한다면 국민연금 지급시기도 현재의 60세보다 더 늦출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현재 40대 후반~50대 중반에 속한 예비노년층은 과연 안전한가.

이들은 현 노년세대보다는 경제력과 사회참여가 왕성한 세대이니 스스로 안정된 노후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예비노년층 10명 중 무려 8명이 현업 중단 이후를 대비한 특별한 준비가 없다고 했다. 부모를 부양하면서 성인 자녀까지 뒷바라지 하고 있으니 노후대책은 언감생심이란 것이다. 10명 중 5명만이 매달 국민연금을 납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노인 기준연령을 올리자는 것은 공적연금도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5~10년을 더 혹독하게 일하며 스스로 가족을 부양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이들 10명 중 3명이 40대 이후에 이미 퇴직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셋째, 국제적 관례에 어긋날뿐더러 국가 전체적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UN이 작성하는 인구통계는 0~14세를 유년 인구, 15~64세는 경제활동인구, 65세 이상을 고령인구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전 세계가 65세 이상 인구를 고령자로 정의하고 있다. 통계청도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고령자 통계를 작성해 매년 공표한다. 정부는 이 자료를 토대로 정책을 입안하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조정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말 그대로 명약관화하다.

노인의 기준연령을 높이자는 주장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70세가 넘어서도 50대보다 젊게 사는 노인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과거와 다르게 자신은 물론 어른으로서 사회를 책임지자는 의식을 가진 노인도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의 기준연령을 상향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그리고 우리 국민이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먼저 짚어봐야 한다. 현 수준의 복지와 사회보장시스템 속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20년, 30년 뒤를 내다보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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