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의 반성문에 대한 공개 제안서 전문
유시민 장관의 반성문에 대한 공개 제안서 전문
  • 박영선
  • 승인 2006.10.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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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님께,

 

얼마 전 유 장관님께서 추석 연휴에 작성하여 공개하신 의료급여제도의 재정문제와 절감방안에 대한 장문의 보고서를 읽고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의료급여 비용증가에 대한 장관님의 깊은 우려에 진심으로 공감하면서 아래와 같은 해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30여년 동안 치과의사 면허를 가진 의료인으로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의료시장의 공급자로 두터운 보호를 받았습니다.

 

보건학을 공부하고 지난 2004년 5월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2년이 넘도록 보건·복지정책 분야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매일 매일 벌어지는 보건, 복지, 식품 등의 현안 속에서 ‘과연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책적 대안은 무엇인지 ’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장관님!

 

그러나 제가 확신하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장관님이 그토록 염려하시는 전 인구의 3%에 이르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을 위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 지출 부담 외에도, 나머지 97%인 4700만명의 건강보험 의료비 증가, 특히 노인 의료비가 만성질환진료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향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2005년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급여 비용 25조원(본인 부담금 제외)과 의료급여 수급권자 의료급여비용 3조2000억원(본인 부담금 제외)을 합쳐 모두 28조2000억원의 의료비를 감당했습니다.

 

연간 28조의 의료비는 2006년 국방비 예산 22조원(방위산업청 신설로 수 조원 감소)보다 6조원이 더 많고,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는 교육인적자원부 예산 29조원보다 1조원 적으며, 사교육비 시장의 6배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입니다.

 

고령화 사회 속도를 감안할 때 이러한 의료비 증가와 국가적 부담은 장관님께서 우려하신대로 늘어난 복지재정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자가 혜택을 받기 보다는 생산성 없는 의료시장의 ‘블랙홀’로 빠지고 있습니다.

 

2005년 건강보험진료비와 의료급여진료비는 전년도에 비하여 각각 10%, 23.8% 증가하였고, 이중 노인의료비는 각각 18%, 38% 증가하였습니다.

 

의료급여 지출비용 증가율이 건강보험보다 2배 이상 높으며, 전체 의료비 증가율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비하여 2배(2005년 기준) 이상 높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급속한 의료비 증가는 고령화 속도에 비례하여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연간 28조가 넘는 국민과 정부의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만족도는 매우 낮습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에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지표를 보유하고 있고, 국민 의료비 효율성도 GDP 대비 5% 수준으로 미국(15%) 등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국민들은 이러한 국제적인 지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인을 만나도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없을뿐더러, 내용도 알 수 없는 각종 진단과 검사비로 엄청난 비용을 비급여로 지불하고, 이로 인하여 의료인에 대한 불신과 건강보험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간 두 자리 수 이상으로 증가하는 의료비는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대한 투자와 달리 우리나라의 수출을 진작시키지도,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지도 못하며, 양극화시대에 양질의 직업을 창출하지도 않습니다.

 

이상이 제가 확신하는 첫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확신하는 두 번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장관님께서 좀더 귀 기울여주시고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제 두 번째 이야기는 저의 제안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분야 최고 정책결정자인 장관님께서 정책적 결단을 내리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면, 장관님께서 그토록 소망하시는 연간 의료급여 재정 1% 절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오늘 저는 뜸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뜸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전통 민간요법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정부 수립 후 국민의료법 제정(1951)과 대체입법인 의료법 제정(1962)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의료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또한 침구사제도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사라 졌는지, 그리고 그 책임이 누구에 있는지 등 구구한 이야기는 늘어놓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의 뜸은 과거 ‘정통’ 의료의 한 분야였고, 뜸은 국민 누구나 쉽게 배워 시술할 수 있는 민간요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의료법 체계가 들어서면서 관련 법령과 판례는 일제시대에 면허를 취득했던 43명의 침구사(2006년 8월 기준)와 1만5000여명의 한의사만이 뜸을 시술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건강증진을 위하여 집에서 스스로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행위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의료행위의 본질이 침습행위라는 일반적 상식의 잣대를 갖다 대어도 뜸은 직접구(피부 위에 직접 뜸을 시술하는 것을 말하며, 간접구는 화상을 방지하기 위한 받침대를 놓음)를 한다 해도 반경 수 밀리 이내 피부에 1도 화상이 ‘부작용’의 전부입니다.

 

뜸자리만 잡으면 뜸시술을 배우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몇 시간이며, 뜸을 뜨는데 필요한 시간은 15분, 월 1인당 비용은 3000원이 고작입니다.

 

그렇다면 효과는 어떨까요 

 

국회와 감사원에는 침과 뜸을 특히, 뜸을 중심으로 하는 봉사실이 있습니다. 이 봉사실은 어느 침뜸봉사단체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는데, 전국 7개 시도에 26개소의 침뜸봉사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농어촌 무료 봉사를 포함하여 연간 10만여명이 무료봉사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 의료행위입니다.

 

그런데 국회 침뜸봉사실에서는 70여명의 국회의원이, 감사원의 봉사실에는 16명의 고위관료가 침뜸봉사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의 대기업과 농협,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 단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 봉사에 대하여 대기업들과 국회,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가 후원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상당수의 고위층들이 뜸을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향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의료비의 대부분은 만성질환, 만성퇴행성 질환, 감기, 아토피 등 면역성 질환 등 입니다. 이러한 질환은 환경오염, 식생활 등 생활습관병으로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늘고 있으며,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의료비 재앙’의 진원지로 예측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성질환, 만성퇴행성질환과 면역 관련 질환은 소위 ‘정통’의학으로 완치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다만, 증상의 악화를 늦추고 예방하기 위하여 환자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뜸의 사례를 볼 때 뜸은 가장 저렴하고 안전하며, 국민 누구나 쉽게 배워 만성질환을 관리하여 국민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좋은 예라 생각합니다. 뜸을 통한 국민의료비 감소라는 정책 결정은 다음 단계를 밟아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만성질환과 면역체계에 대한 뜸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연구를 하고, 이를 국민들 앞에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 안전성과 비용 효과성이 검증되면, 대대적인 국민 보급활동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아까 말씀드렸던 그 봉사단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침뜸봉사를 불법으로 해왔는데,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하여 2000년대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한 것은 의료법을 관장하는 복지부와 보건소 등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전국 곳곳의 이해당사자였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05년 양방, 치과, 한방 건강보험 진료비를 살펴보면 한방은 전체 진료비의 4.2%로 1조1000억원에 이르며, 이 중 뜸이 차지하는 금액은 160억원으로 한방 진료비의 3%에 불과합니다.

 

한의사와 43명의 침구사 등 이해당사자가 뜸을 포기한 대가로 연간 160억원, 향후 20년간 3200억원을 일시에 보상한다 하더라도 이 금액은 2005년 의료급여제도 예산의 적자폭(4300억원)보다 1000억원이 적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영구적인 보상(어업권 등에 따른 폐업보상과 같은 개념)을 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40세 이후 국민들이 만성질환으로부터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건강증진을 할 수 있다면, 삶의 질뿐만 아니라 의료비는 물론 장관님께서 그토록 고민하시는 수발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그 효과를 금전적으로 환산할 경우, 지금 현재 세대와 우리 후세대가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값어치는 장관님께서 이해당사자들에게 지불한 대가의 수십 수백 배 이상 많을 것입니다.

 

요컨대 뜸은 비침습적이며, 누구나 쉽게 배워 활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으로 국가가 그 효과를 검증하고, 국민건강증진과 삶의 질을 위하여 국가차원에서의 보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믿는 두 번째 확신입니다.

 

장관님!

 

장관님께서는 연간 14억원을 사용하는 혈우병 환자를 포함하여 180여만명의 의료급여자에게 죄의식을 덮어씌우고, 30년 동안 의료급여제도를 유지해온 공무원을 대표하여 ‘사과’하시는 작은 용기를 낼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과 맞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뜸시술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보급시킬 수 있는 ‘큰 용기’를 보여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의료비로 인한 노인 파산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비는 가정 파산의 주요 원인입니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료급여수급권자는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몸이 아파도 의료비 때문에 의료문턱을 높게 여기고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에게 의료급여수급권 자격은 원치 않은 선택임이 분명합니다.

 

아울러, 장관님께서 말씀하시는 방만하게 의료급여 재정을 사용하는 사람은 의료급여 재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제도에도 있다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장관님께서 지적하신 비용의식 결여 문제는 의료제도에만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의 무너진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건강을 담보해야 할 보건의료인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의료급여제도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인력을 늘려 각종 관리와 감시비용을 늘리고, 본인부담금을 도입한다거나, 의료급여수급권자를 위한 의료기관 지정, 주치의제도 도입 등으로 지금의 의료급여비용 증가 문제의 책임을 의료인과 의료공급자가 아닌 우리사회 가장 약자인 의료급여수급권자에게만 감당하게 하기 보다는 의료급여 재정부담의 문제를 국민 전체의 의료비 증가 문제로 시야를 확대하고, 제가 제안한 해법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깊이 고민하여 답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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