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
노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
  • 李 沁 대한노인회장
  • 승인 2011.03.28 15:59
  • 호수 26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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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沁 대한노인회장

 최근 경춘선 전철이 개통됐다. 전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돈들이지 않고 서울과 춘천 사이의 관광지를 당일에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서 온양온천까지 운행하는 전철에 이어 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부 보도에 따르면 무임수송제도를 이용하는 노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노인들에게 섭섭함을 주고 있다. 이유인즉슨, 노인들이 많아 좌석을 이용하기 어렵고 번잡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별히 중요한 일도 없으면서 바쁜 시간대에 지하철을 이용해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주장도 있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에서 교통수단과 같은 공공재를 업무용으로밖에 사용하지 말란 법은 어디에 있는가.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구가 진행돼 봐야 하겠지만,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첫째, 건강한 노인이 많다는 것은 국가의 자랑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이 크게 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와 다양한 노인복지정책, 의료기술의 발달이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이 증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은 더 이상 병약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건강한 노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것은 국가적 자부심이다. 국가와 사회가 어르신들을 잘 모시니 그만큼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 아닌가.

둘째, 노인들이 움직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시설이 구축됐다는 점도 선진화의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노인인구가 530만명으로, 전체 인구대비 10%를 웃돌고 있다. 그만큼 노인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다. 올해 정부와 대한노인회는 노인자원봉사자 100만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만약 지하철과 같은 교통수단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에는 노인과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각종 제품과 주택, 사회시설에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을 배려한 사회시설을 구축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니 반길만한 일이다. 다른 모든 부분에서 ‘선진화’를 주창하면서, 왜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노년기의 복지에 대해서만은 논외가 돼야 하는가.

셋째, 노인이 건강하면 가정평화가 이뤄진다. 노인들이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있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또, 노인학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움직이지 않으니 신체적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의 신체는 적당히 움직여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사회에서 은퇴하고 마땅한 여가를 누릴 대안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권을 보장해 주는 지하철 무임승차는 세계에서도 가장 선진화된 노인복지정책의 하나다. 노인이 활발히 움직임으로써 사회적 의료비용을 경감시키고, 갈등의 소지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노인의 건강악화는 결국 가족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노인의료비도 증가한다. 노인의 건강 악화는 첫째로 본인의 불행이지만, 가족 불화의 원인이요, 국가적 손실이기도 하다.

넷째, 대한민국 노인은 사회적 존경과 혜택을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현 노년세대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국난의 고통을 극복하고, 새마을운동으로 상징되는 근대화 및 산업화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주역들이다.

불행히도 이들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 그리고 자녀양육에 헌신하며 자신의 노후는 전혀 준비하지 못한 세대다. 그런 이들에게 공공재의 일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로효친사상에 근거한 사회적 효의 실천이다. 우리나라 복지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수많은 예산을 들여 무료급식을 하는 마당에 노인의 무임승차는 왜 문제가 되는가.

다섯째,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오래된 소나무, 즉 노송(老松)은 오랜 시간 동안 다져진 기개와 우아한 풍치, 사철 변하지 않는 푸름을 간직해 예부터 군자의 덕이나 선비의 기상·절개 등을 상징했다. 또, 한 지역에서 수십년 이상 대를 이어 온 오래된 가게는 상업적 측면 이외에도 전통의 보존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노포(老鋪)라 한다. 전통의 가치를 누구나 인정하고, 숭앙하기까지 하면서 왜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에게만은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가.

노인(老人)은 단순히 나이 들어 늙은 사람이 아니다. 인생의 경륜과 삶의 지혜를 간직한 어른이 노인이다. 노인을 아름답게 보는 사회가 진정 성숙한 사회다. 물론, 아무것이나 오래됐다고 문화재로 칭하지 않는 것처럼, 노인들도 스스로 자신이 다른 이의 삶에 사표(師表)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노인은 바로 젊은이들이 만들어 가기도 한다.

노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내 아버지 어머니가 허리를 곧게 펴고 힘차게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사회적 관심과 인식변화는 노인들에게 제3의 인생 개척이란 값진 선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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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순 2011-04-19 10:15:29
춘천에 사는 친구가 새로 개통된 춘천행지하철에는 노인들뿐 이라고 했을 때 솔직히 걱정 했어요. 혹여 공짜표만 날리고 젊은이들은 앉을 자리가 없지 않는지?
이심 회장님의 말씀처럼 노인들이 많다고 해서 지하철배차간격을 늘리지도 않았고. 노인이 활동하는 가정일수록 행복 지수가 높고 의료비 지출을 감소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눈앞에 현상만 보고 멀리 앞을 보지 못한 저 같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