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에 대한 과장되고 잘못 된 시각
고령화사회에 대한 과장되고 잘못 된 시각
  • 관리자
  • 승인 2011.03.28 17:53
  • 호수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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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세계 모든 나라의 인구는 고령화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문제는 지난 20세기 후반인 1980년대부터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각되기 시작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화’(globalization)와 맞먹는 거대한 세계적 변화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도 21세기 전반기 5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고령화 문제는 지난 10여년간 우리사회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다.

따라서 향후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지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근거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2006~2010년까지 제1차 5개년 계획이 끝나고 2011~2015년까지의 제2차 5개년 계획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물론 고령화와 관련된 연구나 다른 사회적 대책을 논의하는 데서도 고령화사회를 대단히 과장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거나 잘못된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고령화 사회로의 진전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시각은 급기야 노인과 노화과정 자체를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더욱 걱정스럽게 생각된다.

수명연장은 인류의 한결같은 소원인 장수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고, 인류사회 발전의 승리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꿈의 실현과 승리가 인류사회의 발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시각은 우리사회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이다. 노화과정과 인구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고령화사회의 진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노화과정과 노인, 그리고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강화시키고 나아가서는 불가피하게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점에 유의해 관련된 사항을 보다 과학적이고 면밀하게 예측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사회로의 진전과 그 영향을 ‘인구혁명의 시한폭탄’(demographic time bomb), ‘인구 지진’(population earthquake), ‘고령화 충격’(aging population shock)이라는 말로 표현할 정도로 인류가 실현하고 있는 꿈과 인류사회의 승리를, 인류사회 발전을 파괴하는 재앙의 부메랑으로 여기는 시각이 크게 형성되고 있다. 이는 너무나 단순하고 위험하고 주장의 근거가 약한 과장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 및 사회 환경적 및 제도적 개입으로 노화과정의 지연과 예방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해 노화과정과 고령화사회를 새로운 기회와 도전으로 보는 시각이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긍정적 시각은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노년학 연구과 노인대상 서비스 실천에 각광을 받고 있는 ‘신노년학’(new gerontology)의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는 개인적 및 환경적 노력에 의한 노화과정의 지연과 예방이 가능함을 강조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 노력으로 잘못된 건강관련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유전적 요인의 영향은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능력은 연령에 의해 단순히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능력은 계속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과 인간 능력개발의 의지나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것도 설득력 있게 검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계속적 능력 개발을 위한 개인적 및 사회적 노력은 단순하고 전통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바 없이 편견에 치우진 결과 단순한 시간경과에 불과한 나이는 능력하락의 절대적 지표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화현상은 크게 왜곡되고 노년기 삶과 노인의 모습도 또한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저출산·고령화의 파급효과로 노동 생산성 저하, 피부양인구의 증가와 저축률 저하, 경제 성장률 저하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능력 개발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노화의 부정적 시각을 그대로 반영해 50대 중반 이후 특히 65세 이후 인간 능력과 생산성의 급속한 하락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도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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