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가 우리 아이들을 망칠까 두렵다
'공짜'가 우리 아이들을 망칠까 두렵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4.12 10:51
  • 호수 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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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도익 한국문인협회 홍천지부 회장

가족들끼리 모여 한 끼 식사를 함께 하지 않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산업사회와 핵가족화를 겪으면서 서로의 생활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족이 둘러앉아 정을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조차 없어졌다.

하지만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는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싸주신 도시락 하나면 하루가 든든했다. 김치와 마른반찬만 있어도 그저 행복했다. 도시락을 통해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모든 학교에서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학교무상급식 논쟁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않다.

교육당국과 지자체 간에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심한 갈등을 겪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과감하게 실행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재정사정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시행 시기를 다소 늦추자는 의견과 당장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자식들과 손주들을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노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의 밥상을 놓고 어른들이 싸우는 모양새로 좋게 비춰지지는 않는다. 우리의 자식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인데 어찌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가르치려는 본래의 의도가 왜곡돼서도 안 될 것이다.

논쟁 이전에 무료 급식을 받으며 공부하는 아이들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자. 새벽부터 일어나 빵과 우유로 아침을 때우는 아이들. 방과 후에도 빡빡한 학원수업을 마치 릴레이하듯 뛰어다니는 아이들. 직장에 있는 부모 때문에 저녁도 혼자 라면이나 피자로 때우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과연 따듯한 정서가 가슴에서 생성될지가 염려스럽다. 학교급식마저 상업화된 급식회사에 맞기는 형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해 본다. 사랑스런 아이들을 위해 급식봉사자로 참여하고, 균형있는 식사와 더 좋은 음식을 주기 위한 학부모들의 고민이 사라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는 이 공짜 또는 무료라는 말에 많이 현혹돼 있다. 부모가 아무런 댓가도 지불하지 않아도 자녀들이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복지평등을 실현하는 방법일까. 자칫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공짜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고마움의 불감증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앞선다.

선진자본주의는 시장경쟁의 원리를 철저히 따르지만 부를 가진 자들이 독식하는 형태가 아니다. 잘사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기부를 통해 사회 환원을 실천한다. 자발적으로 복지에 투자가 이뤄져 더불어 혜택을 누리게 된다. 무상급식 또한 국가나 지방 예산을 통해 이뤄진다. 국가의 예산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일하고 얻은 댓가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이나 당파간의 이익을 위해 예산이 마치 자기들것인양 인심을 쓰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지향하며 이뤄져야 할 교육정책이 호떡 뒤집듯 매일 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아이들 교육과 관련한 정책들은 더욱 심사숙고하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얼마 전 장학생 신청을 거부했던 한 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장학생으로 선정된다는 건 굉장히 영광스럽지만, 내 자식만큼은 좀 힘들더라도 내 힘으로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들 녀석도 부모가 자랑스럽게 느껴질 것 아닙니까?”

정치인들이나 교직자들이 자라라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가장 적합하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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