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문화 전도사…문경다례원 고선희(54) 원장
茶문화 전도사…문경다례원 고선희(54) 원장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4.27 11:50
  • 호수 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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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문경찻사발축제…무료 전통차 제공·다례 시연

“이렇게 좋은 차를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공부하고 봉사하다보니 오늘까지 왔습니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경북 문경다례원의 고선희(54) 원장은 4월 30일부터 시작되는 ‘문경찻사발축제’를 앞두고 행사를 준비하느라 무척 분주하다.

고 원장은 문경시가 매년 개최하는 찻사발축제에서 관람객에게 무료로 전통차를 제공하고 다례를 시연해 즐거움을 주는 일을 맡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차 문화를 배우면서 찻사발의 필요성을 느껴 축제장에서 판매되는 찻사발을 구입하곤 한다.

고 원장은 다례원 회원들과 함께 1997년부터 매년 음력 칠석 즈음에 문경새재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처럼 차를 통해 사람과 지역이 어우러지자는 뜻에서 ‘칠석 차(茶) 문화제’도 열고 있다. 다례 시연이나 복떡 나누기, 다완 품평회 등의 행사로 이어지는 이 문화제 역시 고 원장이 차를 마시고 즐기는 문화를 널리 보급하고자 만든 행사.

그가 이렇게 차 문화 보급에 나선 이유는 좋은 차를 널리고 알리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고 원장은 1994년 우연히 차를 접하고 차의 매력에 빠졌다. 차가 좋아서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새 모임의 회장을 맡았고 그러다 보니 책임감도 커져 현재에 이르렀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도 차 모임을 하면서 변했고, 차를 통해 많은 사람과 연결됐다”며 “예전 같았으면 말도 섞지 않았을 사람과도 만나면서 나를 다지게 돼 인성공부가 되는 걸 보니 차는 나를 가르치는 선생이었다”고 말했다.

다례원에서 회원들에게 차 문화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여성회관이나 각급 학교에 가서 강의를 통해 가르치다 보니 그를 통해 차에 입문한 사람만 매년 수 백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문경에 온 영어 원어민 강사에게 정기적으로 무료 다도교실을 열어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다. 그 덕에 문경은 찻사발의 고장으로도 널리 알려졌지만 전국에서 차를 즐기는 문화가 보급된 곳으로도 첫손 꼽힌다.

다례라고 해서 딱딱한 형식과 절차만 강조하지도 않는다. 고 원장은 “생활 속에서 즐기는 차는 혼자서 밥 먹을 때처럼 격식이 필요 없고 편하게 마시면 된다”며 “다만 집에 손님이 오면 밥과 반찬을 조금 정갈하게 차리듯이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다례는 조금 예를 갖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택가에 자리 잡은 다례원을 늘 개방해 놓은 덕에 문경시민 누구나 아무 때나 찾아 귀찮을 법도 하지만 그는 반가워하며 차를 대접한다. 단아한 한복을 차려입고 정갈한 말씨를 지닌 고 원장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차의 매력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는 “문경은 찻사발을 만드는 사람도 많고 차 문화도 널리 보급돼 있어 차에 입문하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라며 “다기는 만드는 사람에 의해 태어나고 차를 마시는 사람에 의해 두 번째 숨을 쉰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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