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재미 쏠쏠”
“책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재미 쏠쏠”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19 14:18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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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 ‘북북’ 실버문화봉사단… 박혜양(68) 어르신

“아빠, 엄마는 어디 있어요? 사람들은 엄마가 하늘나라에 있데요.”

“껄껄껄. 아니야. 엄마는 이 꽃밭 어딘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전래동화 인형극을 관람하는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맛깔나는 목소리 연기에 아이들의 웃음과 탄성과 박수가 이어진다. 꼬마 관객들 앞에서 인형극을 펼치는 이들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들이다.

박혜양(68) 어르신은 일주일에 두 번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는 한국문화복지협의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책 읽어주는 ‘북북’(BookBook) 실버문화봉사단으로 저소득층 아동, 노인치매치료 데이케어센터, 다문화 가정 등을 찾아가 문화적인 표현과 인형 등을 활용해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 어르신은 “북북 봉사단은 단순히 동화를 읽어주는 낭독자가 아니라 책을 통해 1, 3세대를 이어주는 문화전도사”라며 “인형극, 연극, 역할극 등 다양한 형태로 책을 재해석해 전달하고 나눔으로써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2년째 ‘북북’ 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동화구연 실력은 유치원 선생님들도 인정할 정도다. 재미있는 율동과 손유희를 통해 시선을 모으더니, 전래동화 인형극으로 아이들의 마음까지 한 번에 사로잡는다. 책읽기가 끝나면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기를 하거나 독후감을 쓰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박 어르신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 보따리와 다양한 목소리 연기 덕분에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열정 때문이다. 다른 봉사자들은 1주일에 1번씩만 시설에 찾아가지만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자진해서 지역아동센터와 방과 후 학교 2곳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봉사가 남을 위하는 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한 일”이라며 “책을 선정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개발 효과까지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면 얼굴도 마음도 젊어지는 느낌”이라며 “책읽기를 통한 문화적 자극은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정서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 어르신은 어릴적부터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밥먹고, 잠자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온갖 장사를 할 때에도 그는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은 없었다. 은퇴 후 더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보내던 어느 날, 자신이 얻은 지혜와 지식과 감동을 자신만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북북봉사단이었다.

“남편의 사업실패 등으로 견디기 어려웠던 시절 책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동시에 큰 위로를 가져다 준 친구였다. 삶의 목표를 새워주고, 선생님도 돼 줬다. 책을 통해 받은 그 감동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북북봉사단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책이 가진 무한한 재미와 감동을 아이들이 서서히 알아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60년이란 세월의 차를 책을 통해 극복하고, 함께 소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박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해주기 위해 연극수업과 구연동화수업 등 다양한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신입 봉사단원들이 듣는 3개월 과정의 문화봉사 교육도 다시 듣고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그는 4년 동안 서울시 숲해설가로 활동 중이며, 야학 교사 봉사경력도 10년이 넘는다. 또 수 년 동안 전통예절교사와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며 전통문화 알리기에도 힘을 쏟고 있었다.

그는 “책읽어주고 숲을 해설하고, 전통예절을 지키고, 우리 궁궐을 연구하는 모든 활동은 다음 세대에 남겨야 할 우리 것을 전해주는 것”이라며 “사회의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우리 글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예순 여덟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박 어르신은 현재 창작동화 연극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소품과 의상, 배경 등도 손수 만들고, 이야기를 토대로 대본도 직접 쓴다. 연극수업에서 배운대로 목청 높여 연기연습도 해본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커다란 소품 상자를 들고 서울 시내를 종횡무진하는 수고도 그는 마다하지 않는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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