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환자 돌보는 두 ‘나이팅게일’
소외 환자 돌보는 두 ‘나이팅게일’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19 14:22
  • 호수 2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록도병원 최미자(57)·국립마산병원 이명희(56) 간호과장

“아픈 몸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을지라도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아는 환자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지난 12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국립소록도병원의 최미자(57) 간호과장과 국립마산병원 이명희(56) 간호과장을 ‘제43회 나이팅게일 기장’의 수상자로 발표했다.

두 사람은 신입 간호사시절인 1979년께부터 10년 넘게 국립마산병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고 평생 한센병, 결핵, 정신질환자 등 사회에서 외면받는 환자가 있는 곳을 찾아다닌 '동지'라 수상의 의미가 더욱 깊다.

최미자 과장이 이명희 과장에게 국립마산병원의 간호과장 자리를 물려주고 한센병 환자를 수용하는 국립소록도병원에 부임한 것은 2005년 4월.

부임 후 7년째 남편과 아들, 딸 등 가족과 떨어져 사는 최 과장은 “평생 간호사로 살아온 나를 잘 아는 가족들이어서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않았지만 한센병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한센병은 전염 가능성이 매우 낮고 환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말이면 가족들을 소록도로 초대해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이런 가족의 배려 속에서 최 과장은 사회로부터 외면받은 환자들을 더 섬세히 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간호 교육을 비롯해 간호 지침, 담당 간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간호위원회'를 조직했다. ‘간호위원회’는 수련의가 없는 병원에는 필수가 아니지만 소록도병원의 특성상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60∼70년대 광대 등으로 일하면서 세상의 시선에 위축돼 있던 한센병 환자들도 이제는 최 과장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시로 전화를 걸어 “더울 때는 밖에 나다니지 말고 안에서 일해라” “감기는 나았나” “밥 거르지 말고 먹어야 한다”는 환자들의 ‘잔소리’가 최 과장의 보람이자 행복이다.

최 과장은 “간호대학 재학 당시 실습 때 소록도를 방문한 경험이 있었지만 부임하고 나서 처음으로 환자를 대했을 때는 낯설었다”며 “두려움 반으로 다시 찾은 소록도에서 환자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대 초반에 국립소록도병원에 자원해 근무하다가 부모님의 반대로 2년 만에 떠나야 했던 이명희 과장은 “짧다면 짧은 기간 소록도에 머물렀지만 그때의 기억이 간호사 생활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밝혔다.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던 이 과장이 두 번째로 고른 근무지는 결핵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국립마산병원.

그는 부모님과 “딱 2년만 일하고 일반병원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지만 32년이 흐른 지금도 국립마산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중간에 4년 정도 다른 병원에 있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정신병원이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환자들만 찾아다니는 이 과장은 부모님께 효녀는 아니었지만 환자들에게는 엄마와 같은 존재가 됐다.

이 과장은 “결핵은 공기로 오염되는 병이라 함께 근무하는 의료진은 자신의 건강을 하늘의 뜻에 맡기고 사는 셈이지만 가족마저 외면한 환자들이 우리 덕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치료를 받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수상 소감을 묻는 말에 약속이라도 한 듯 “둘이라서 더 기쁘다”며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상을 받게 돼 민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나이팅게일 기장’은 1920년부터 2년에 한 번씩, 헌신적인 간호사였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을 기리며 수여하는 것으로 간호사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영예다.

1957년 이효정 여사가 기장을 수상한 이후 50번째, 51번째 한국인 수상자가 된 두 사람은 오는 10월27일 대한적십자사 창립 106주년 기념식에서 나란히 나이팅게일 기장과 그들을 닮은 나이팅게일 초상화를 받게 된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