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칼럼]어르신 이미지 리메이킹 ③
[뷰티칼럼]어르신 이미지 리메이킹 ③
  • 관리자
  • 승인 2006.11.03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형숙 상담예술가

어르신들의 내적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리메이크하기 위해서는 태도의 계발과 함께 좋은 매너를 가질 필요가 있다. 좋은 매너란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자세다.


개인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심리적인 건강과 성숙의 지표는 공동체감의 정도라고 했다. 즉 사회적 관심으로 알려진 공동체감은 ‘나’가 아니라 ‘우리’로서, 공동체로 느끼고 생각하며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 공동체감이 클수록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공동체감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성향이다. 하지만 절망감에 사로잡힌 어르신들은 열등감이 커지면서 공동체감이 잘 발달하지 못해, 자신감이 없어지며 ‘나’만 생각하고 남이나 세상을 배려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번은 필자가 미국에 살 때 맹장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미국 병원은 간호사들이 환자를 보살핌으로 우리나라 병원처럼 간병인이나 가족이 함께 머무르지 못한다.

 

그런데 아무리 독립심이 많은 나라라지만 오늘 수술하면 바로 다음날 링거 병을 들은 간호사의 손을 붙잡고 병원 복도를 걸으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진통제주사 때문에 현기증으로 비틀 비틀 걷고 있는데, 열려 있는 병실의 문 사이로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어르신 환자들이 침대에 기댄 채, 푹 들어간 눈으로 복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필자는 깜짝 놀라 그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왜 저러고 있어요 ”라고 간호사에게 물으니, 의사의 회진을 기다리느라 저렇게 단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필자의 방으로 돌아오니 아니나 다를까 간호사가 온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며 환자의 몸이 가렵지 않도록 케리로션까지 발라주더니 화장대를 침대위로 쓱 밀며 얼굴을 단장하라는 것이 아닌가  그때 필자는 깨달았다.


이처럼 선진국의 어르신 여성들은 병원에서까지도 우아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는 의사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매너가 습관화 된 것이다. 자칫 간과하기 쉬운 말들이 있는데, 바로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실례합니다’이다.

 

상황에 따라 이 말들만 들으면 마술적인 힘이 발휘돼 화가 났다가도 저절로 풀어지고 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사회통념상 주로 인사나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말들을 잘 사용하지 않을 때가 있다. 더구나 ‘내 아들이나 내 손자 같은데’라는 고루한 생각 때문에 아랫사람에게 무조건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이 어르신들의 아들이나 손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주 잘 아는 사이라거나 어린아이를 빼놓고는 상대를 존중하며 감사하는 매너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이름 모르는 여자 아이를 부를 때도 ‘어린 숙녀’라고 부른다. 아들이나 손자뻘 같아 보여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한다면 젊은 세대에게 비추어지는 어르신들의 이미지가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소외되지 않고 존경을 받을 것이다.


Y교회의 영어예배부에서 새 성도관리자로 봉사하고 있는 필자는 몇 주 전 스텝 몇 사람과 중학교 영어선생인 에이미 부부와 케냐에서 온 무가목사를 점심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과의 대화 중에서 정말 낯 뜨거운 소리를 들은 것이다.


좀 뚱뚱한 편인 에이미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한 여성 어르신이 에이미의 배 위에 손을 갖다 대며 너무 뚱뚱하다고 했단다.

 

함부로 타인의 신체에 손을 댈 수 없는 미국생활에 익숙한 그녀는 너무 불쾌하고 놀랐다고 했다. 더구나 흑인 목사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한 남성 어르신이 갑자기 손을 붙잡더니 손등을 막 문질러서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빨개진 필자는 우리 어르신들의 자식 같은 따듯한 정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세계화를 부르짖는 우리나라에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외국인이나 아랫사람을 대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좀 넉넉해져서 어느 누구에게나 일대일로 대하며, 마술적인 세 언어들을 자주 사용해 좋은 매너를 습관화 시키는 우리 어르신들이 됐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