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護國’ 다했으나 ‘報勳’ 외면하는 대한민국
‘護國’ 다했으나 ‘報勳’ 외면하는 대한민국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05.21 09:31
  • 호수 2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국보훈의 달… 6·25 참전유공자 처우개선 시급

▲ ‘호국보훈의 달’을 열흘 앞둔 5월 20일, 국가보훈처 앞에서 최한의(65·서울 강동구 길동)씨가 확성기를 들고 참전유공자 등 국가유공자에 대한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는 가운데 6·25참전유공자 대부분이 극빈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가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 외에 각 지자체가 참전유공자에게 월 2만~8만원의 명예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으나 이 금액이 ‘소득’으로 적용돼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기초생활 생계지원비에서 명예수당만큼 삭감되는 역차별을 겪고 있어 제도보완이 시급하다.

▲참전유공자 87%, 생활수준 ‘하층’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보훈교육연구원이 최근 참전유공자 21만56명(2009년 기준) 전원을 대상으로 ‘참전유공자 생활실태 및 복지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관적 생활수준에 대해 ‘하층’이란 응답이 53.4%, ‘중하층’ 33.6%로 무려 전체의 87.0%가 생활수준이 어렵다고 답했다. ‘중상층’은 12.0%, ‘상층’은 0.9%에 그쳤다.

재산규모는 부동산과 동산을 합해 평균 1억1284만원이었고, 본인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49만5000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생계에 곤란을 느끼는 이유는 ‘고령’(67.2%)과 ‘질병’(13.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참전유공자의 평균연령은 80~84세(44.7%), 75~79세(44.2%), 85~89세(8.3%) 등의 순으로 절반 이상이 80세 이상 고령이었다.

건강상태는 ‘매우 나쁘다’(8.3%), ‘나쁜 편이다’(40.0%)는 응답이 48.3%로, 참전유공자 절반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국가예우, 용돈수준 명예수당이 ‘고작’

이처럼 국가의 안위를 위해 생명을 담보로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극빈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참전유공자들의 생계를 위해 ‘참전명예수당’이 지급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국가보훈처는 2004년 마련된 참전명예수당제도에 따라 65세 이상 6·25참전유공자들에게 매달 참전명예수당을 지급해 왔다. 지난해는 월 9만원의 명예수당이 지급됐으나 “용돈도 안된다”는 반발이 빗발치자 지난해 말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을 개정, 올 1월부터는 매달 12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그나마 참전유공자들에게는 명예수당 외에 실제로 득이 되는 혜택이 전무한 실정이다.

참전유공자는 보훈병원 진료시 본인부담 진료비의 60%를 감면 받고, 우대진료 계약이 체결된 민간병원에서 진료할 경우 진료비의 10~30%를 감면 받을 뿐이다. 그나마 2009년 7월부터 75세 이상 고령의 참전유공자는 위탁병원 진료비의 60%를 감면 받을 수 있게 돼 위안이 되고 있다.

특히, 6·25전쟁에 참전한 사실만으로도 ‘국가유공자’로 대접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2008년 3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6·25전쟁 참전유공자 중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부상·사망한 경우에만 국가보훈대상자로 인정됐다.

▲보훈정책 불만…“수당 인상 됐으면”

이 같은 ‘푸대접’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참전유공자들의 국가보훈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 10명 중 6명(‘매우 불만족’ 8.8%, ‘불만족’ 51.4%)이 불만을 터트렸다.

참전유공자들이 바라는 지원정책 1순위는 ‘수당인상’(84.3%)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2순위는 ‘요양시설’(22.7%), ‘가사간병’(21.3%) 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의 참전에 대해서는 전체의 83.9% (‘자랑스럽다’ 55.8%, ‘매우 자랑스럽다’ 28.1%)가 명예 또는 자긍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해 9월, 참전유공자들에게 매달 약 25만원의 명예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참전용사법 및 국민기초생활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지자체 수당 ‘천자만별’ 형평성 논란

국가보훈처 외에 각 지자체가 지급하는 명예수당은 참전유공자들에게 형평성을 넘어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기준, 전국 234곳의 지자체 가운데 103곳(44.0%)이 별도의 지원조례를 제정해 참전유공자들에게 명예수당과 사망위로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급액이 자치단체마다 천차만별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시 경기 용인시의 경우 월 7만원 명예수당을 지급했지만 이웃한 성남시는 2만원에 그쳐 5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더욱이 각 지자체가 지급한 명예수당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소득’으로 적용되는 바람에 명예수당만큼 기초생활 생계지원비가 삭감되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5월 21일 인천 서구청에서 열린 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계양구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참전유공자에게 지원한 수당에 대해서는 소득 적용 제외’를 복지부에 건의할 것을 제안했다.

계양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지침에 의해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이 국민연금이나 산재급여와 같은 ‘소득’으로 분류되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생계지원비에서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이 고스란히 삭감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참전용사이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을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보훈교육연구원은 “참전유공자들의 고령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에 따라 참전수당 인상 등의 현실화를 통해 소득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며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유공자의 경우 오래 동안 거주하던 지역에 머물면서 주야간보호 및 장기보호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