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산수화 전파 30년 ‘외길인생’… 이정신(67) 화백
수묵산수화 전파 30년 ‘외길인생’… 이정신(67) 화백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25 16:05
  • 호수 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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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제자들과 ‘산(山), 빛과 바람’전 출품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다고요?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건 문제가 안 돼요. 얼마나 정직하게 그리느냐가 문제인 겁니다.”

곡천(谷泉) 이정신(67) 화백은 인사동에서 화실을 운영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가 제자들을 양성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일간지에서 문화센터를 만들었고 센터에 개설된 과목 중 수묵산수화반을 맡으면서부터다.

그 후 30년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그때의 제자들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1996년까지 문화센터에서 강의하다 1997년부터는 인사동에서 ‘허묵헌’(虛墨軒)이란 이름으로 운영하는 화실에서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30여년간 인연을 이어온 제자들, 그리고 새롭게 화실에서 만난 제자들과 함께 중국 황산으로 스케치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6월 ‘산(山), 빛과 바람’전을 통해 선보인다.

“벌써 30년 세월이 지났네요. 그때 함께 시작했던 분들이 꾸준히 작업한 것이 결실을 본 겁니다. 황산을 가자는 아이디어는 제자인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냈지요. 거기서는 그냥 가다 보면 스케치할 게 아주 많습니다. 한 장 스케치하고 조금 올랐다가 다시 또 한 장 스케치하고 그렇게 그린 다음 한국에 돌아와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함께 하는 제자들은 남녀노소,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20대 대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연령도 고루 분포돼 있고 수녀와 전직 초등학교 교사, 항공사 기장, 언론인 등 직업도 다양하다.

“예술을 하는 데는 나이도 상관없고 정년도 없어요. 직업이 다들 달라서 일주일에 한 두 번 만나서 지도하고 고쳐주기도 하고 그렇게 전시를 준비했죠. 사실 우리 제자들은 그냥 지나가다 만난 사람들이 아니고 전생에 인연이 있어서 만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난 재주가 없다’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그림을 배워보라고 제안했다.

“재주가 없는 사람이 없어요. 다 재주가 있다니까요. 물려받은 재주가 있다고 해도 스스로 자기와 싸울 수 있느냐가 문제에요.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카메라도 있는데 잘 그리는 건 문제가 아니에요. 대신 자기 마음에 있는 걸 거짓없이 착하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작가는 제자들을 양성하는 와중에 자신의 작품 활동도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1980년 이후부터 약 10년간 이탈리아 로마와 영국, 독일, 대만, 미국에서 초대전을 열면서 수묵산수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등 그동안 18회의 개인전과 300여 회의 단체전을 열 정도로 열정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명산과 사찰, 풍경을 즐겨 그린다. 북한산부터 대둔산, 설악산, 월출산 등 우리의 산부터 중국의 계림과 만리장성, 이화원, 자금성, 서안 등 중국의 명소, 그리고 백두산까지 대자연을 화폭에 담고 있다.

6월 1~6일 평창동 아트라운지 디방에서 제자들과 함께하는 ‘산(山), 빛과 바람’ 전에도 작품을 몇 점 냈다. “스케치 네 점을 견본으로 내고 도자기에 황산을 그린 작품도 냈어요. 그림은 만 년을 못 가지만 도자기는 깨지지 않으면 만년을 가잖아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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