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료, 국가발전·자녀양육 헌신한 ‘어버이’의 당연한 권리”
“지하철 무료, 국가발전·자녀양육 헌신한 ‘어버이’의 당연한 권리”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05.27 13:58
  • 호수 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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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 이제는 끝내야 할 때

▲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무료’ 혜택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팍팍하게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이동권’을 보장하는 등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경춘선 전철을 이용해 서울에 도착한 어르신들이 직장인들과 함께 상봉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최근 또 다시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월, 김황식 총리가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대한노인회 등 노인사회는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7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다.

이 때문에 노인사회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거져 나오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지하철 운영기관의 적자를 빌미로 한 제도 축소 및 폐지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주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준연령 높인다” 오보에 논란 재연

이번 논란의 진원지는 한 언론사의 오보(誤報)였다. 국내 한 뉴스통신사가 5월 19일 오전 “서울시가 지하철 운송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 하반기 기본요금을 100~200원 인상하고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기사는 무임승차 기준 연령 상향과 관련, “서울시는 아울러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송적자의 주요인으로 보고 무임승차 연령을 현재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이거나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비용의 40∼50%를 정부로부터 보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곧바로 여타 언론매체들이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앞다퉈 같은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서울시가 무임승차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상향조정할 것’이라는 오보 내용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지하철 운송적자를 줄이기 위해 하반기 기본요금 인상과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높이려 한다는 방침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특히, 서울시는 무임승차 기준연령 상향조정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무임승차 손실액을 국비에서 보전 받는 방안을 지난해와 올해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도시철도팀 신만철 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높이는 문제는 서울시 소관이 아니다”며 “국비로 무임승차 손실액을 보전 받는 방안은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에 지난해 하반기와 최근 건의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적자 탓 이전, 방만 경영 개선해야

서울시가 관련 내용을 즉시 부인하면서 이번 논란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덮어버렸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노인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영기관 적자의 주요인이라는 논란의 시발점을 불식시키고, 새로운 개념정립을 통해 제도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범국가적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무임승차’ 또는 ‘무임수송’이라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무임’(無賃)이란 사전적으로 ‘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무임’ 혜택을 받는 현 노년세대는 과거 국가발전을 위해 이미 과도한 희생을 치른 만큼 값을 치르지 않는 ‘무임’이 아니라 희생에 대한 대가와 보답으로 ‘우대 받을 권리’란 의미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

정시화 국민대 명예교수는 “서울시 등 지방정부가 노인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인정해 이를 제도화한 ‘시니어 패스’를 발급, 편안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무임’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비용을 지불해야 할 대상이 공짜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영기관 적자의 주요인이라는 논리도 질타의 대상이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도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3482억원, 5~8호선을 운영 중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2266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2007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양 공사의 누적 적자는 2조2654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2009년 3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시민 불편에도 불구,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열차운행횟수와 환기설비 운영시간 등을 줄여 절감한 비용 76억6600만원 가운데 약 51억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챙겼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메트로도 규정에 어긋나는 ‘임직원 창의교육비’를 책정, 44억5200만원이나 집행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되는 등 양 기관의 방만한 운영이 고스란히 드러나 적자의 원인이 노인 무임승차에 있다는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에 명문화… “초법적 발상 그만”
지하철을 운영하는 지자체나 운영기관이 무임승차제도를 손질 할 수 있다는 논리는 거론할 가치도 없는 발상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제26조 ‘경로우대’ 조항과 시행령 제19조 ‘경로우대시설의 종류와 할인율’이 65세 이상에 대해 수도권전철과 도시철도 요금의 할인율을 100% 적용토록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을 무시하고 제도를 수정 또는 보완하겠다는 것은 모범이 돼야 할 공공기관이 법치주의를 깨뜨리겠다는 사회적 위해(危害) 또는 월권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 광역도시철도과 관계자도 “(원칙적으로) 무임수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에 대해서는 노인복지법이 근거가 되기 때문에 노인 무임수송에 대해서는 노인복지법과 관련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및 기관들이 적자를 이유로 요구하는 국비지원에 대해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복지부가 다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황승현 과장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항이 전혀 없다”며 “중앙정부차원에서 논의된 적도 없으며,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못을 박았다.

서울대 최성재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경로우대제도에 뿌리를 둔 것으로, 1980년대 초 노인복지법을 통해 노인에 대한 기본적 우대와 경로효친의 일환으로 규정된 것”이라며 “당시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차원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노인인구가 증가하니 우대제도를 폐지하자는 논리는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은 물론 노년세대에 대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차원의 상징적 존경을 없애자는 것과 같다”며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심 대한노인회장은 “김황식 국무총리도 무임승차제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데다 노인복지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을 자꾸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노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전 세계적 자랑거리를 트집 잡아 문제 삼는 것은 상식 이하의 사고방식이며, 이 같은 논란이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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