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가평전투서 생환 미군 3형제
6·25 가평전투서 생환 미군 3형제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6.02 14:43
  • 호수 2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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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참전용사들, 유타주 시더市 60주년 행사서 회포

“처참한 전장에서 3형제가 모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형제들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의 두려움과 향수병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5월 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시더시(市) 남유타주립대에서 열린 미군 213야전포병대대(213부대) 가평전투 60주년 기념행사에 모인 참전용사들은 공식행사에 앞서 별도의 모임을 갖고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료 ‘전우’들과 회포를 풀었다.

특히 이 자리에 데이비스(86), 케네스(83), 맥스(81) 등 본조 씨 3형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케네스 본조 씨는 당시 입었던 군복까지 차려입고 나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들 3형제는 모두 가평에서 벌어진 전투에 참전해 여러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으나 ‘가평의 기적’ 덕택에 전원 생환해 현재 시더 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케네스 본조 씨는 “취사병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하루 3차례는 형제들을 볼 수 있었다”며 “데이비드 형은 2차 대전 때도 참전했기 때문에 전쟁 경험이 많아 형제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평전투 당일에는 새벽 1시부터 하루 종일 전투가 벌어져 형제들을 볼 수가 없어 걱정했으나 데이비드가 중공군들을 포로로 잡고 돌아오는 모습이 나타나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있다”며 “동생 맥스도 그날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아이다호 주에서 무려 11시간 차를 몰아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는 버드 커틀러(81)씨는 “참전 당시 21살이었지만 이미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까지 한 상태여서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하나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아내와 당시 임신 중이었던 딸과 함께 참석한 그는 한국전 당시 동료와 함께 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한 앨범과 귀국 후 전우들과 주고받은 크리스마스카드, 한국 뿐 아니라 ‘북조선인민공화국’이라는 문구가 선명한 북한 지폐 등을 들고 와 동료 참전용사들과 함께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이 부대의 소대장이었던 필 스퀘어(90) 씨는 “어떻게 전투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세월이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한국에 다녀온 동료들이 보여준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놀랐다면서 젊은 시절의 희생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감격해 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댄 로버츠(64·대령 전역) 씨는 “부대원들은 당시 대대장이었던 프랭크 댈리(1984년 사망) 대령의 신앙심으로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며 “매일 새벽에 댈리 대령의 천막에 흰 천이 걸렸으며, 이는 그가 기도하고 있다는 표시였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그 전투에서 부대원 단 3명이 무려 중공군 100명을 생포했는데, 중공군들이 아무리 사격을 해도 미군들이 죽지 않아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말 그대로 ‘가평의 전설’”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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