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시대’ 평생교육 새 길은…
‘인생 100시대’ 평생교육 새 길은…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6.17 14:51
  • 호수 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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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고용-복지’연계한 통합적 교육체계 마련해야
‘인생 100세 시대’ 도래에 따른 평생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학습-고용-복지’를 연계한 통합교육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공적인 노후설계를 돕기 위한 고령자의 평생학습과 취업, 사회참여 등은 개별 사안만 고려해선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사회, 문화적 변화와 함께 개인의 심리상황을 고려하는 한편 국가의 교육-고용-복지의 종합적 체계 속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학교교육 중심의 교육체계를 평생교육으로 개편하고, 중앙과 지역을 잇는 평생학습 추진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자체 중심의 ‘고령평생학습도시’를 조성하거나 해당지역의 대학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 평생교육진흥원에서 마련한 재취업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노트 필기를 하며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통계청의 기대수명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평균기대수명은 79.4세(여성 82.36세, 남성 75.74세)로 세계평균 67.6세보다 12살 높다. 평균기대수명을 적용하면 1954년생(57세) 남성의 79%(1000명 중 792명)가 20년 뒤 2030년 77세가 되고, 이들 가운데 절반은 그때부터 다시 22.6년을 더 살아 약 100세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올해 만 40세가 된 1971년생의 절반(남성 47.3%, 여성 48.9%) 가량이 95세 생일상을 받게 되고, 만 30세가 된 1981년생의 남성과 여성의 절반이 각각 92세, 95세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현재 생존한 57세 이하 10명 중 4명(39.6%)이 98세 생일상을 받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살아있는 50대 이하 한국인의 절반이 세대를 막론하고 100세까지 생존하고, 현 노년세대 역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비율로 100세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80세’→‘100세’시스템 전환해야

홍기형 중원대 총장은 이처럼 기대수명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연령분리적 사회’가 ‘통생애적 사회’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홍 총장은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시스템과 국민 인식이 ‘20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50~60대까지 일하다 80대에 삶을 마감하는 것’을 전제로 한 ‘80세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다가올 ‘100세 시대’에서는 50~60대에 은퇴한 뒤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노후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과거의 시스템은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생 100세 시대에는 개인의 요구에 따라 학습, 일과 여가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선택도 나이와 상관없이 순환적으로 일어난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노년기 역할과 삶의 선택이 가능하므로, 노인의 정체성 확립과 자아실현, 욕구충족을 위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고령화 시대에 돌입한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정책은 정부정책 중에서도 가장 주변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고령자 교육정책에 대한 정부부처 간의 연계 및 역할 분담 부족, 지역차원의 활성화 정책 부재, 기초연구 자료의 부족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평생직장’ 아닌 ‘평생현역’이 중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의 핵심과제로 노인인력개발 및 활용을 위한 평생교육의 패러다임 전환과 체제개편이 손꼽힌다. 100세 시대엔 ‘평생직장·직업’ 대신 ‘평생 현역’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평생 한 직장, 한 직업을 갖는 시대가 아니라 평생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현역기간’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단기적·시혜적 복지정책과 같은 소극적 대처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예방적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히 현재와 같은 ‘보호’ 위주의 노인정책으로는 급증하는 노년층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비노년층(베이비부머) 등 새롭게 등장하는 인구집단의 사회적 요구도 수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은퇴 이후 40여년의 노후설계를 지원 가능한 자아성취, 의료, 취업, 재교육, 심리, 여가 등을 동시에 고려해 ‘교육-고용-복지의 종합적인 체계’ 마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덴마크 등 종합적 평생교육체계가 잘 갖춰진 북유럽 선진국이 좋은 예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미 평생 재교육과 유기적인 재취업 등의 사회 시스템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100세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끊임없는 학습과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 가면서 다가오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 이 같은 ‘일자리 갈아타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정부와 사회가 평생 지원하는 각종 재교육·취업알선 프로그램이다.

홍기형 총장은 ‘학습-고용-복지’를 연계하는 통합교육체제 마련을 위해 전륜구동형 교육체제를 사륜교육체제로 개편하는 한편 대학을 지역평생교육 추진의 거점센터로 육성하고,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고령평생학습도시를 조성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 경로당 방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박수를 치며 레크리에이션 강의를 듣고 있다.

▲학교교육·평생교육 더한 시스템 구축해야

학교 중심의 교육체계를 평생교육 체계로 개편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현재의 교육체계로는 유치원(53만명), 초등생(330만), 중학생(198만) 고등학교(198만), 대학생(333만명) 등 학교교육 대상자를 제외한 약 2700만명의 평생교육 대상자를 지원할 수 없다.

평생교육진흥원 ‘인생100세 학습뉴딜추진단’ 박인종 단장은 “현재 20세 전후에 집중된 교육예산 투자를 전 생애 평생교육에 균등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학교 교육중심의 ‘전륜구동형’ 지원체계에서 평생교육 중심의 ‘사륜구동형’ 교육체계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실제로 정부가 성인학습자에게 실시하는 공적투자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평생학습체제 구축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전체 교육예산(41조6187억)의 0.03%(136억)에 불과하다. 국제기구 세계성인교육협의회(UIL)의 권장수준인 6%는 꿈도 꾸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생교육으로 지출되는 교육비 대부분은 학습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1인당 평생교육 투자비용은 400여만원이나 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교교육 중심의 패러다임을 평생교육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것인데, 사륜구동형 교육체계에서의 평생학습은 단순한 학습차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 구축, 선진화 된 교육시스템 구축, 은퇴 후 소득보장 및 사회참여 유도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평생학습도시 조성 ‘학습도시화’ 앞당겨야

고령의 평생학습 대상자들이 수도권보다 농어촌, 산간지역에 많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도 평생학습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현실화하고 확대시켜야 한다.

정부는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01년부터 평생학습도시 조성을 추진, 올해까지 총 82곳을 지정해 지역사회의 학습도시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100개의 기초단체를 선정, 고령친화학습도시 조성 사업도 펼치고 있다. 고령친화 학습도시는 학습시설 및 기관 구축을 비롯해 학습내용, 교수학습환경, 상담체계의 고령친화 여부, 고령자 학습자 활용계획 및 실적 등의 기준을 통해 선정된다.

하지만 현재 고령평생학습도시만 지정해 놓고, 사후관리 및 성과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수평생학습도시와 고령평생학습도시에서 특화할 수 있는 평생교육프로그램 공모사업을 펼치거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사회 자원 연계 네트워크 절실

중앙과 지역을 연계한 평생학습 교육 및 지원 체계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는 평생교육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중앙학습센터가 없기 때문에 지역 간 정보를 공유하거나 협력적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지자체와 지역 평생교육기관, 대학 등 지역사회의 관련 자원이 동참할 수 있는 평생학습 통합지원센터를 개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현재 소규모(2011년 40억4000만원)로 추진되고 있는 평생학습 선도대학 및 중심대학 육성사업의 재원규모를 대폭 늘려 지역 어르신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재교육기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평생학습중심대학으로 변화를 꾀하는 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마려돼야 한다.

양병찬 공주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지역 대학 등의 평생교육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교수자료와 같은 물적 자원을 비롯해 학자, 교수, 강사, 전문가 등 인적자원 등을 공유한다면 지역 중심의 저비용 고효율 평생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종 단장은 “이제 우리 사회도 노인을 허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아니라 건강하고 자립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노인인식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그들의 역량을 개발해 인적 자본으로 육성하고,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설계하도록 돕는 것이 향후 평생교육의 중요한 전략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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