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인, ‘인생 100세 시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여성노인, ‘인생 100세 시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7.01 16:54
  • 호수 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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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건강, 평생교육 등 노후준비 전반 특화된 대책 절실
최근 ‘인생 100세 시대’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 같은 고민은 남성노인보다 여성노인에게 더 크게 느껴진다. 여성노인의 평균수명이 남성노인에 비해 훨씬 길기 때문이다. 또, 남성노인보다 여성노인이 빈곤한 노후를 보내는 것도 이유가 된다. 실제로 여성노인은 남성노인보다 평균수명은 긴데 반해 젊은 시절 취업경험이 없다보니 남편 또는 자녀에 의지해 생활한 탓에 노후대책도 마땅치 않다. 건강상태도 남성노인에 비해 좋지 않다. 여성노인을 배려한 정책적 대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6월 30일 오후 서울 불광동 연구원 2층 국제회의장에서 ‘제70차 여성정책포럼’을 갖고, 인생 100세 시대를 맞는 여성노인들의 입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정책적 논의를 했다.

▲ 여성노인들은 남성노인에 비해 수명은 길지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인생 100세 시대가 그리 달갑지는 않다. 최근 한 대학에서 열린 건강검진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의료진으로부터 관절검진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
▲여성노인, 노후소득보장 ‘부실’

남성노인보다 상대적으로 노후소득보장이 부실한 여성노인의 노후대책을 위해서는 우선 남성부양자 중심의 국민연금제도 개선은 물론 중·고령 여성 고용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옥 선임연구위원 “고령화 문제는 곧 여성노인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가난하며, 오래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0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542만명(11.3%)이며, 이 중 여성은 22만7000명(59.5%), 남성은 219만8000명(40.5%)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수급은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 299만명 가운데 남성은 179만명을 차지했지만 여성은 120만명에 불과했다.

김영옥 연구위원은 여성노인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우선 취업활동이 활발한 남성중심으로 설계된 국민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제도 개선 방향으로 △여성을 위한 적극적 노동 시장정책을 통한 취업률 제고 △연금급여 물가연동 향상 및 유족급여 적정화 △여성의 돌봄노동 가치 인정 △여성의 비정형 고용패턴을 고려한 사회보장 준칙 및 수급자격 변경 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고령 여성을 위한 고용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옥 연구위원은 “고령자 취업알선을 위해 고용노동부의 경우 고령자 고용정책을, 복지부는 노인일자리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중·고령 여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성가족부 또한 여성취업지원을 위해 전국적으로 ‘새일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30~40대 연령층이 주요 대상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영옥 연구위원은 중·고령 여성의 취업의지나 경제적 자립에 대한 욕구를 파악은 물론 이들에게 맞는 적극적 고용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대 이상 부부, 성역할 갈등 초래

수명이 길어지면서 가족관계도 큰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특히 부부간의 성역할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노년층에 속하는 남성의 경우 남성우월주의가 타 연령보다 높아 은퇴 후 가정의 주도권에 대한 갈등이 심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수연 선임연구원은 “100세 시대를 맞아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영역이 바로 부부관계 일 것”이라며 “평균연령이 70세 전후였던 시대는 경제활동시기를 중심으로 부부관계가 편성됐지만 100세 시대는 은퇴 후에도 부부가 30~40년 정도 함께 보내야 되면서 부부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퇴직 후 남성은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자녀 출가 후 부부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성역할 갈등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성역할은 남녀성별에 따른 행위나 태도에 대한 문화적 기대치로, 인간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수연 연구위원은 연령별로 두 차례에 걸쳐(1차 400명, 2차 800명) 한국형 남성 성역할갈등검사를 위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60대 이상 집단의 경우 부부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조사결과 △성공·힘·경쟁 △감정표현 억제 △남성과 애정행동 억제 △일과 가정 양립 갈등 △가장의 의무감 △남성우월 등이 두드러졌다.

이수연 연구위원은 “60대 이상 집단은 ‘남성우월감’ 점수가 타 연령집단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이들 집단의 남성우월적 성역할 의식이 지속된다면 부부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황혼이혼의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또 60대 이상의 ‘가장 의무감’ 점수도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은퇴한 60대는 부양능력이 없거나 낮아 남성노인들에게 상당한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평생교육 지식·정보 학습 이상 활동

여성노인들이 노후를 보다 윤택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성정 연구위원은 “노인은 그동안 교육투자의 대상보다는 복지의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교육 분야에서는 배제돼 왔다”며 “그러다보니 평생교육의 도입 시기에 비해 노년층의 참여도는 높지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고령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역량 개발을 통한 참여지원보다는 여가활용 수준에 집중돼 있으며, 여성관련 교육시설 또한 30~40대 여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정 연구위원은 60대 이후 여성의 삶의 특성으로 일·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사회적 의무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자녀 결혼과 남편의 은퇴로 ‘빈 둥우리 시기’에 적합한 새로운 삶의 양식을 형성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또 일생의 과업인 가족의 뒷바라지나 자녀 양육 등을 마무리하면서 할 일이 없어지는 ‘무위의 시기’에 진입하는 때라고 말했다. 특히 100세 시대의 경우 무위의 시기는 40~50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성정 연구위원은 중·고령층 여성이 앞으로 일어날 신체적·정서적·사회적 변화에 따른 위기에 보다 현명하게 대응하고, 노년기의 삶을 생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생 재설계 교육을 비롯해 △긍정적 자아정체감 형성 교육 △독립적 생활교육 △경제활동 유지를 위한 교육 △여가문화 교육 △건강관리 교육 △시민교육 등이 손꼽혔다.

박성정 연구위원은 “평생교육은 지식과 정보 학습 이상의 활동”이라며 “노인에게 학습은 삶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갖게 하고, 일상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체 고령층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은 물론 교육프로그램 유형 및 수준의 다양화, 교육자원의 발굴, 고령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여성노인, 아프면서 오래산다

여성노인들은 남성노인에 비해 수명은 길지만 건강상태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생애주기별·성별맞춤형 국민건강증진 정책방안 마련은 물론 저소득 여성건강검진 프로그램 도입, 야간·공휴일 검진제도 확대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택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8년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주관적 건강상태·만성질환 이환율·정신질환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여성노인의 건강수준이 남성보다 낮았다.

성별에 따른 건강 상태가 다른 이유는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어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낮기 때문이다. 또 여성노인이 사회활동이 남성보다 적다보니 건강검진 등의 결여에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김영택 연구위원은 “건강상태가 낮은 여성노인이 급속히 늘어나면 결국 가정이나 국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여성노인과 남성노인의 차별적인 정책이 아니라 여성고령자의 맞춤형 건강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질병예방을 위해서는 생애주기별·성별 맞춤형 국민건강증진 정책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만성질환이 고령 여성노인에게 높게 나타나는 원인으로 건강검진을 통한 예방이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저소득층 여성건강검진 프로그램 도입과 이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야간과 공휴일 검진제도를 확대해야할 것도 제안했다.

이밖에 정신적 건강상태에 관한 고령여성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우울증 검진은 물론 현재 2차 검진 항목에 포함된 우울증 검진을 1차 검진항목에 추가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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