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조부모 육아, 노인건강에 ‘빨간불’
[전문의 칼럼] 조부모 육아, 노인건강에 ‘빨간불’
  • 관리자
  • 승인 2011.07.08 16:06
  • 호수 2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재우 서울 북부노인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자녀 양육을 조부모의 손에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보육도우미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아 조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재롱떠는 손자손녀를 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고 예쁘지만, 고령에 온종일 아이를 돌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손자손녀의 육아를 맡은 노인은 소화기질환, 근·골격계질환, 불면증,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경우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망가지면 질환이 더욱 악화 될 수 있어 6개월에 한번 정도 정기검진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돌 이전의 영아를 키우는 노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숙면이다. 아이가 2~3시간 마다 분유와 이유식을 찾고, 한번 잠이 들어도 3~4시간 이상 긴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면을 유지할 수가 없다.

또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쪽잠을 잘 때 미뤄놨던 집안일을 하다 보니,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는커녕 더 바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밤이 아닌 낮에 쪽잠으로 수면을 대체하다보니, 수면장애가 쉽게 발생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하루 종일 만성피로감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식욕저하로 입맛도 잃게 될 수 있다.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챙기기 어려워 소화기 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수면장애나 불규칙적인 식습관으로 발생하는 건강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별히 균형 잡힌 영양섭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소화기 장애 등으로 입맛을 잃더라도 죽이나 간편식 등을 이용해 가급적 제때 식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한꺼번에 몰아서 폭식하는 것보다 적은 양의 식사를 여러 번에 나눠서 하는 것이 소화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 노인들은 아이를 품에 안을 일이 많다. 그래서 ‘캥거루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캥거루 할머니’는 하루 3~4시간 이상 아이를 안고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손목, 어깨, 허리, 무릎 등 관절이 있는 곳은 모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아이를 안거나 업을 때는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손목이나 허리의 힘으로 안기보다는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이용해 안아줘야 관절에 무리가 덜 가게 된다.

이와 함께 아이를 안기 전에는 항상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를 통해 적당히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탄력 고무밴드를 활용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바벨을 활용해 팔목 운동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장마철에는 하루를 집안일로 시작해서 집안일로 마무리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평소보다 스트레스는 많아지고 쉽게 짜증이 나며 사는 것이 창살 없는 감옥살이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출산 후 산후 우울증을 앓는 산모처럼 ‘조손 육아 우울증’을 얻을 수 있다. 평소와 달리 감정기복이 심하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며 이유 없이 초조해지거나 불안해지는 증상이 10일 이상 지속된다면 ‘조손 육아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조손 육아 우울증’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편안한 리듬의 음악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되며, 아이가 자는 시간에 5~10분 정도 명상과 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유사한 환경의 이웃집을 방문하거나 지인과 만나 동병상련의 대화를 하는 것도 우울감을 덜어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