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주단오제 축제를 다녀와서
[기고]전주단오제 축제를 다녀와서
  • 관리자
  • 승인 2011.07.15 15:01
  • 호수 2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일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분회장

 음력 5월 5일은 수릿날 또는 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한다. 단오란 음력 5월 5일 초오(初五)라는 뜻으로, 5월의 첫째 날을 말한다. 올해는 단오가 6월 6일 현충일과 겹치는 바람에 단오제축제를 앞당겨 6월 4일부터 가졌다. 널리 알려진 강릉 단오제만큼 전주단오제도 53년의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속 축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주 시민들은 전주단오제가 있는 날이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아침 일찍 덕진공원에 나와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다. 시내 곳곳에는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하고, 다채로운 행사도 마련된다.

이날은 시민들과 함께 풍요를 즐기는 날이다.

화려한 기념식을 시작으로 단오풍류체험, 단오물맞이, 단오부채 만들기, 단오오색실 묶기, 단오 그림그리기(초상화), 민속놀이로 그네뛰기, 투호, 재기차기, 민속씨름 등 다채로운 행사가 축제기간 내내 벌어진다. 수백 년 묵은 갈참나무 그늘 아래서는 노인들의 흥겨운 윷판이 매일 벌어진다.

덕진공원 호반은 고려 때 조성된 자연호수로 1978년에 시민공원이 된 후 매해 단오가 되면 축제의 장이 열리고 있다. 14만8760m²(4만5000평)의 광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봄철 개화기가 되면 탐스러운 분홍 연꽃이 장관을 이뤄 길 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다. 또 남쪽에는 커다란 연못이 자리 잡고 있고, 북쪽에는 보트장이 있어서 즐거움을 한층 더한다. 동서로 가로 놓인 현수교가 청춘남여 로맨스를 부추기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밤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오색찬란한 야광이 눈부시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음악분수대의 줄기찬 물줄기는 밤하늘을 수놓는다. 함께 흘러나오는 추억에 멜로디는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단오제가 되면 덕진동 새마을 부녀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바빠진다. 지역 어르신들의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서다. 매해 어르신들을 초청해 육개장잔치가 벌어지는데 막걸리 한잔에 흥겨운 어깨춤까지 절로 나온다. 이처럼 음식과 정을 함께 나누는 행사들을 통해 마을에는 축제 기간 내내 웃음꽃이 만발한다.

이처럼 전주단오제는 노년세대뿐만 아니라 손자·손녀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축제장이다. 이를 통해 효(孝)를 중시하는 미풍양속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뿌듯하다. 무엇보다 전주에는 다양한 역사도 살아 숨 쉰다.

녹두장군 전봉준 동상이 모셔져 있고, 호남의 삼성법조인 街人(가인) 김병로 선생, 華剛(화강) 최대교 선생, 바오로 김홍섭 선생의 동상이 청백리를 과시하며 서 있다. 또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에서 전사한 최영희 장군 공적비가 버팀목이 돼 전북의 자존심을 북돋우고 있다.

김해강의시비, 신석정시비 등의 석조물도 조성돼 문화의 향기를 풍기고 있으며 우뚝 솟은 팔각정 전망대는 수목이 우거진 전주의 산야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명물이다.

대한노인회 덕진동 분회에서는 단오제를 위해 봄이면 꽃씨를 심는다. 음력 5월 5일에 꽃이 만개할 수 있도록 개화시기를 맞추기 위함이다. 노인들의 이러한 노고를 통해 분회 주변과 인근 공원에 꽃이 만발하고, 이는 주민들에게 화사한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단오축제. 그 막바지에는 추억을 사진으로 간직하려는 사람들로 밤낮의 구분이 없다. 그들은 아쉬운 마음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인생은 늙어 황혼에 지지만, 사람이 남긴 문화와 전통,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어진다. 정부는 53년을 지켜온 전통 문화유산인 전주단오제의 정신을 계승, 발전함은 물론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지켜가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년에 다시 찾아 올 단오제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이 기다림의 시간은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즐거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